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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
조지 그로스미스 지음, 위돈 그로스미스 그림, 이창호 옮김 / B612 / 2016년 7월
평점 :
<동물 농장>과 <1984>의 저자 조지 오웰이 1880년대 영국의 삶을 정확하게 기술한 책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소개만으로 흥미를 갖고 읽게 된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이다.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는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희극 소설이다.
런던의 서기 찰스 푸터, 아내 캐리, 아들 루핀, 푸터의 친구인 고잉과 커밍스가 주로 등장하며 아내 캐리의 친구인 제임스 부인과 함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가 희극 소설이라는 점은 읽다보면 자아내는 웃음때문이라 생각한다.
4월 3일부터 시작하여 15개월 동안의 기록이 담겨있는데 어릴적 보았던 텔레비전 드라마인 '코스비 가족' 또는 만화였던 '심슨 가족'이 떠오르기도 한다.
찰스 푸터는 그나마 괜찮은 직업인 런던의 서기다. 아내 캐리와 함께 나름대로 행복한 가정을 가꾸어 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집은 임대하여 살고 있고 다 큰 아들인 루핀은 회사를 다니다가 짤리고 집으로 들어온다. 말그대로 정말 평범한 가족이다.
15개월 간의 일기는 아주 간략하게 그 날 무엇을 했는지 간단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도 있고, 그 날에 벌어진, 그야말로 정말 사소한 듯 보이지만 황당하기도 한 일들도 들어있다.
푸터씨에게 벌어지는 황당한 듯한 일들이 독자들에게는 잔잔한 재미를 선사하여 준다.
나는 캐리의 허리를 감싸고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최악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나는 새로 산 부츠를 신고 있었다. 어리석게도 부츠 바닥을 가위의 뾰족한 끝으로 긁거나 물을 좀 먹여 두라는 캐리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것이다.
춤을 시작하기도 전에 왼발이 미끄러지면서 나는 2,3초 동안 옆머리를 바닥에 심하게 부딪혔다. 나와 함께 쓰러진 캐리도 머리빗이 부러지고 팔꿈치에 찰과상을 입었다고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p 53
푸터씨는 붉은색 에나멜페인트로 집 안의 많은 부분을 칠하고 욕조까지 칠하기도 한다. 목욕을 하던 중 피투성이 된 손을 보고 두려움까지 경험하게 된 푸터씨..
그러나 그건 욕조를 붉은색 에나멜페인트로 칠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이렇듯 푸터씨에게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아니 1880년대를 살던 푸터씨에게는 놀랍거나 당황할만 한 일들이었겠지만 지금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를 읽는 독자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릴 수 밖에 없게 된다.^^
8월 16일, 내가 프록코트를 입고 새로 산 밀짚모자를 쓰고 있어서, 루핀은 당연히 나와 함께 걷는 것을 거부했다. 얘가 뭐가 되려는지 모르겠다. p 77
예나 지금이나, 영국이나 우리나라나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은 똑같은가보다.^^
장성한 아들을 이해 못하는 아버지 푸터, 아버지의 세대를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아들 루핀..
가깝지만 부모와 자식 사이의 거리감...그러나 공감이 되어지는 부분들도 참 많았다.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를 보면 이웃들과 친구들이 모여 놀이를 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어른들이 모여서 게임을 한다..ㅎㅎ
그리고 말장난, 아니 농담을 즐겨 하는데 특히나 푸터씨는 농담하는 것을 좋아한다.
1880년대의 영국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라고 소개하였듯 곳곳에 이해못할 단어들도 많이 있기도 한데 다행히 이 책의 뒷편에 주해가 있어서 보면서 읽으니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었다.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는 처음 출간 당시(1892년)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1910년부터 문학계와 정계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으며, 불명의 업적 중의 하나라는 등의 극찬을 받게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1970년에는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를 영어로 쓴 최고의 희극 소설이라고 극찬하며 푸터를 '그 시대를 대변하는 그늘'이라고 칭찬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는 일반 소설처럼 위기와 절정, 또는 갈등의 고조같은 그런 흐름은 없다. 그러나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하얀 거품같은 웃음을 자아낸다.
푸터씨의 일상을 고스란히 들여다 보는 듯한 일기형식의 이 희극 소설은 영화화되어도 무척이나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라고 하면 왠지 비밀스럽고 어느정도는 거창하게 느껴져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하는데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를 읽으면서 그저 평범해 보이기만 하는 일상도 이렇게 누군가에게는 재미와 그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평범하지만 색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였다.
나도 푸터씨처럼 일기를 다시 써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