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무소의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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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제목에서부터 진하게 전해져오는 외로움과 사랑을 간절하게 표현하는 시인 류시화 님.

 여행 에세이를 시적으로 담아 낸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서는 더욱 류시화님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두 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읽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왠지 아픔이 어린 사랑일 듯 하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중략)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중에서 p 16)


외눈박이이기에 두 눈으로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녀야 한다는 비목..

우리들은 두 눈으로 세상을 살고 있기에 두 사람이 한 곳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은 것일까?

언제나 목숨을 다해 사랑하는 것을,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바라는 것이 그저 희망에 불과한 것일까?

그래서 이러한 사랑이 시나 소설의 단골 소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비목이 어떤 물고기일까 찾아보니 가자미를 중국의 고문에는 비목으로 표현되었다고 한다. 가자미류의 특이한 생김새와 이를 관찰한 사람의 부정확한 내용 전달이 비목어라는 전설상의 물고기로 탄생되었다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여튼 비목이 전설이든 잘못 관찰한 결과의 물고기든 류시화님의 시로 재 탄생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간절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시집에는 48편의 시가 담겨있다.

'소금'이라는 제목의 시가 제일 처음에 있다. 류시화 님의 두 번째 시집에 대한 평을 쓰신 '이문재'님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소금의 시집이라고 표현하셨다. 그리고 '소금'은 첫 번째 시집 <소금인형>의 환생이라고 하셨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시집 곳곳에 소금에 대한 이미지들이 번득인다.

전문가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 대한 표현이 이해는 된다..

그러나 시의 느낌은 전문가의 표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적으로 시는 읽는 이의 마음에 달린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비의 꽃을 꺾었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갑자기

화원 전체가 빛을 잃고

폐허로 변하는 것을


둘레의 꽃들은 생기를 잃은 채 쓰러지고

내 손에 들린 신비의 꽃은

아주 평범한

시든 꽃에 지나지 않았다


(신비의 꽃을 나는 꺾었다 중에서 p 19)


신비의 꽃은 사랑하는 사람에 비유해본다.

사랑을 할 때는 그저 아름답고 모든 것이 빛으로 보인다. 그러다 내 것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 마음대로 사랑하는 사람도 바꿔놓으려 한다. 꽃을 꺾어 버렸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본연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려고 하는 마음과 행동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신비의 꽃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있지 않고 꺾어버려서 아주 평범한 시든 꽃에 지나지 않았듯이 내 마음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바꾸려고 하다보니 관계가 시들어져 버림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서는 애틋한 사랑보다는 삶이 느껴진다.

삶을 온 몸으로 느끼는 시인의 고백과도 같은  고독과 철학이 전해져 온다.


때로는 언어 이외의 것으로 울고 싶어지는

아, 이 무슨 삶이란 말인가


(피로써라 중에서 p 76)


류시화님의 시가, 글이 좋은 이유는 표현이 내 마음에 쏙 들기때문이다.

무엇이라 표현해야 적당한 것인지 잘 모르겠기에 마음에 쏙 든다고 할 수밖에 없지만,   피로써라 중의 글귀처럼 문득 문득 마음 속 깊은 곳에 울림을 준다.

'그래 이것이다.' 싶게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감동과 성찰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런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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