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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예수 - 개정판
칼릴 지브란 지음, 박영만 옮김 / 프리윌 / 2016년 3월
평점 :
칼릴 지브란 하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교본과 지혜서와도 같은 글을 남긴 작가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그의 <예언자>는 직접 그린 수채화들이 수록된 시집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칼릴 지브란의 명성만으로도 왠지 그의 작품은 꼭 읽어봐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다보니 벌써 이번이 4번째로 그의 작품을 읽게 되는 기쁨을 갖을 수 있었다.
<광인>을 시작으로 <예언자> 그리고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를 읽으면서 칼릴 지브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철학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고 종교적이면서도 배타적이지 않은 그의 글들은 삶의 지혜를 은근하게 스며들게 해준다.
칼릴 지브란의 작품들은 각 작품마다 독특함이 있다.
<사람의 아들 예수> 역시도 칼릴 지브란만이 전해줄 수 있는 삶과 진리에 대한 독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예수'에 관해 들려준다. 성경에 있는, 하느님의 아들 그 예수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형식으로 예수에 관해서 설명하듯 들려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가미되어 예수 시대의 사람들이 동원되어 그들의 입장에서 '예수'에 대해 들려주는 것이다.
하여 어떤 이는 <사람의 아들 예수>를 '지브란에 의한 복음서'라고 하기도 한단다.
직접 읽어보면 '지브란에 의한 복음서'라는 말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의 아들 예수>는 51명의 사람들이 각기 그들의 관점에서 예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사람들은 예수의 탄생에서부터 1900년 후 사람까지 있는데, 1900년 후 사람을 빼고는 모두 예수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직접 예수를 만나고 경험하였던 것들을 들려주는 형식이다.
다마스쿠스에 사는 페르시아 철학자의 이야기에서부터 <사람의 아들 예수>는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람 예수, 나사렛 사람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어떤 신과도 닮지 않은 자비로운 신을 우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신은 인간에게 벌을 내리기엔 너무도 이해심이 많고, 인간의 죄를 기억하기엔 너무나 사랑이 넘치시는 신입니다. p 15
페르시아 철학자는 이집트의 신이나 조로아스터교 신들이 어떤 모습의 신들인지를 말하면서 다른 신은 필요로 하지 않는, 예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있는 것에 안타까워 한다.
'마리아의 이웃이었던 수잔나'의 이야기에서는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가 자신의 아들이지만 또 아들이 아니기도 한 분인 예수를 향한 마음을 애절하게 담고 있으며, '막달라의 여인 마리아'에서는 예수를 만나게 된 과정과 한 여인에서 미리암이라는 한 영혼으로 다시 태어났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의 아들 예수>에는 좋은 이야기만 담은 것은 아니다. 가버나움의 젊은 제사장, 대제사장 안나스등에게서는 예수를 마술사, 선동자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과 다르기에 약간은 불편하기도 한 내용들이기도 했지만 예수를 핍박하고 적으로 생각했던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예수를 없애야만 했으니까...
그는 율법을 어기고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무법자들의 지지를 받아 함께 안식일을 지키지 않았고, 산혜드린 회당 앞에서는 우리의 고귀하신 제사장들을 비난함으로써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자신의 명성을 드높였습니다. p 51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에 관해서는 유다의 어머니 시보리아와 예루살렘 외곽에 사는 유다의 친구의 입장에서 두 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 아들은 단지 유대 민족이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기를 원했고, 자신도 유능한 지도자를 도와 그 영광을 찾으려 했던 것입니다. p169
유다에 관한 두 편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그저 예수를 배신한 못된 제자 가롯 유다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써 유다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의 아들 예수>는 성경 속 예수들과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관점으로 예수를 느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예수가 들려주었던 진리의 말씀도 만날 수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에게서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그렇기에 왜 칼릴 지브란이 예수를 '사람의 아들 예수'라 하였는지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비난의 이야기였든 찬사의 이야기였든 어느 곳에서는 예수는 사람들과 함께 있었고, 그 사람들 안에서 예수는 빛이 되어 주셨다.
제 마음 속에는 영원히 '사람의 아들 예수'가 살아 계십니다. 가장 인간다운 초월자로서, 그리고 우리들 모두에게 시를 지어주셨던 시인으로서, 그리고 깊이 잠든 우리의 영혼의 문을 두드려 우리를 무지로부터 깨어나게 하시고 방해물 없이 앞으로 나아가 참된 진리를 만날 수 있게 해 주신 성령으로서 말입니다. p 21
칼릴 지브란의 글을 보면 칼릴 지브란이 예수와 많이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사람의 아들 예수>는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전달되는 작품이었다.
이 책으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는, 사람의 아들 예수를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진리를 만날 수 있게 해 주시는 성령과 항상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