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 - 처음 만나는 에티카의 감정 수업
심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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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려놓으세요. 당신 어깨의 짐을, 그것으로 이제 되었습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힘들어했습니다. 그리고 더는 후회하지 마세요. 그때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 뿐이니까요. p 23


철학자 스피노자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통해 모든 감정에 대해서 말한 사람이 스피노자란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스피노자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스피노자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앞부분에 실려있는 위의 스피노자의 말이 강력하게 나에게 다가온다.

어떠한 선택에 의해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 밀려오는 후회들..좀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했던 자신을 힐책하기도 하고, 절망에 빠지게 되기도 하는데..

스피노자는 후회의 인간인 우리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뿐'이라고 '더는 후회하지 말라'고 위로해주고 용기를 준다.

우리가 후회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건, 그 순간 우리가 가진 역량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 순간의 역량은 미흡했고, 성장한 현재의 역량으로 그때를 돌아보면 후회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하여 매 순간 우리들의 선택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뿐'이라고...


그리고 이 선택이란 것을 우리는 우리의 자유 의지에 의해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스피노자는 자유 의지는 환상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배고픔을 해결하려는 욕망, 감정에 휘말린 공격적 욕망, 자신의 안전에 대한 욕망이 이런 행동들을 이미 결정하고 행동하게 만드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우리 스스로 의지에 따라 선택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행동은 우리의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욕망에 의해 시작되고 또 끝납니다. 정신적 결단이란 결국 욕망의 명령에 뒤늦게 따라 하는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p 32


우리의 선택이 무의식적인 욕망에 의한 것이라고 스피노자는 말한다.

욕망은 '하고 싶음'을 말하는 것이고, 역량이란 '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욕망은 육체적이 쾌락과도 연관이 되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였었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그것을 조절하기도 하고 올바르게 키우는 것이 '역량'을 키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우리는 사건이나 상황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과 상황에 대한 시선 때문에 불행해지는 겁니다. 그 시선과 평가에 의해 생겨나는 당신의 감정 때문에 말입니다. p 111


따라서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당신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들이 당신과 자주 만날 수 있도록 그렇게 당신을 둘러싼 관계들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먼 훗날 당신은 설령 당신에게 슬픔을 주는 사람을 대할 때마저도 넘쳐 나는 자신감을 통해 증오하는 사람 속에 깃든 작은 한 줌의 기쁨까지 마저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p 266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 준 책이다.

여기에는 후회, 욕망, 자유, 사랑, 자신, 이성, 공감, 자존감등에 대해 담겨있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니 많은 자기계발서의 바탕에는 스피노자의 말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피노자는 신의 존재를 우주, 자연이라 여겼고 그로 인해 가족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저주하는 말을 들으며 쫒겨나 은둔자 생활을 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들에 대해 스피노자가 어떻게 말했는지를 들려준다. 어려운 철학 용어들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서 술술 읽고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스피노자 철학의 전부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피노자의 철학에 관심과 재미를 갖을 수 있게 해주는데 있어 충분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을 읽고 나니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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