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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필사 - 하나님과 깊이 만나는 시간
고진하 엮음 / 지혜의샘 / 2016년 1월
평점 :
필사..
얼마전부터 컬러링북의 인기를 누르고 필사가 엄청난 인기로 부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손글씨를 안쓴지가 하도 오랜지라 글씨체도 영~ 엉망이고 조금이라도 쓸라치면 손가락이 아파오기에 '나는 필사하고는 거리가 멀어~.' 하면서 사실 필사를 거부하고 있었다.
뭐 유행이니 굳이 따를 필요있나 하면서 필사하지 않는 것을 괜스레 소신이라도 되는 듯 관심 밖에 두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그런데...
이젠 필사가 책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내가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필사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마전 윤동주님의 시를 비롯해서 이번에는 <기도 필사>까지...
올해부터는 왠일인지 다이어리에도 간단하게나마 꼬박꼬박 쓰기를 하다보니 손글씨에 대한 거부감도 좀 줄어들기도 하는 것이 필사를 해도 되겠다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기도 필사>
거부해보고 싶었던 필사였지만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 필사가 '기도문'이었기때문이다.
굳이 기도를 필사까지 해야하나 싶을 수도 있을게다.
물론 기도를 꼭 필사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기도를 해야 하는 것을 자주 잊어버린다거나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도가 간구의 기도로 시작해서 간구의 기도로 끝나고 나면 왠지 허무해지는 듯한 그런 기도를 드리고 있다면 <기도 필사>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도 필사>는 신앙의 선배들의 기도문을 읽으면서 필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루, 나의 기도, 나의 특별한 순간이라는 4개의 주제로 구분을 하였다.
기도문의 제목을 보면서 그 날의 기분이나 상황에 맞게 기도 필사를 해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왼쪽에는 신앙 선배들의 기도문, 오른쪽에는 여백을 두어 기도문을 필사하여본다.
여전히 나의 글씨체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미운 글씨체가 필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서는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우구스티누스, 존 녹스, 헨리 나우웬, 톨스토이, 에이미 카마이클, 더글라스 맥아더 등 많이 들어본 분들의 기도문도 있었고, 작자 미상의 기도문들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작자 미상의 '똥 누며 드리는 기도'는 정말 특이한 제목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기도문이었다.
하나님,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중략)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내 뒷구멍으로 나오는 것이오니
오늘 내가 눈 똥을 보고 어제 내가 먹은 것을 반성하게 하시고,
남의 것을 빼앗아 먹지는 않았는지, 일용할 양식 이외에 불필요한 것을 먹지는 않았는지,
이기와 탐욕에 물든 것을 먹은 것은 없는지,
오늘 내가 눈 똥을 보고 어제 내가 먹은 것을 묵상하게 하옵소서. p 112
이 기도문을 통해 어느 순간에서도 어느 시간에서도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며 반성하고 회개하고 감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을, 또 그러해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주님, 제가 구한 것을'을 쓰면서는 기도문이 어찌나 내 마음과 같던지....
하나님을 뵙고자 하는 열망이 나 또한 더욱 간절해지고, 내 영혼의 목마름을 해갈할 하늘의 비 한방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내 마음....
신앙의 선배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 있었을때가 있었구나 싶으니 참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었다.
<기도 필사>의 기도문들은 이처럼 그들의 고통과 눈물과 탄식이 나와도 같을 수 있음에 위로와 위안이 되어준다. 또한 기도의 용사들의 거듭남의 환희와 합일의 황홀한 기도문에서는 우리의 마음에도 큰 울림이 되어 줄 수도 있다.
필사를 제대로 하기 전에는 필사의 맛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제 필사를 조금씩이라도 하다 보니 읽을 때와는 다른 무언가가 필사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필사를 하면 용기가 생기고, 마음도 차분해지고, 좀 더 생각하게 되고, 깨닫게 되기도 하고, 또다시 열정이라는 것을 갖게 해주는 듯 하다.
그리고 이 <기도 필사>는 가만히 하나님께 귀 기울일 수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또한 왠지 하나님께 이쁜짓하는 것 같아 필사가 더욱 즐거워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 필사>는 기도의 용사들의 대담하고 정직한 고백의 문장을 읽으며 나 역시 깨어지고, 부서지며, 다시 일어설 수 있게( p7) 되는 것이다.
기도는 테크닉이 아니다. 기도는 삶이요, 고백이며 배움이다. (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