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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9
알베르 카뮈 지음,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2월
평점 :
'부조리' 하면 알베르 카뮈.
그의 작품들은 실존주의를 대표하기도 한다.
알베르 카뮈의 작품 중 우리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이방인>과 <페스트>가 아닐까 싶다.
나도 <이방인>과 <페스트>를 통해서 '알베르 카뮈'의 이해하기 힘든, 그러나 깊이 있게 빠져들게 만드는 그의 작품 세계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전락>을 읽게 되었다.
<전락>은 독특한 형식이다. '나'라는 주인공이 줄곧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고백'같은 형식이기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카뮈 연구자들은 <전락>을 소설과 희곡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기기도 하고, 알베르 카뮈 자신의 속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철학적 에세이로 분류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전락>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해본다.
파리에서 이름난 변호사였던 주인공 '나'.
그는 수다스러운 편이라 아무하고나 곧 친해지기도 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그런 변호사였다.
덕망있고 마음이 좋은 듯한 면을 갖고 있는 반면에 그는 자신이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그들에게서 우월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센 강의 퐁데자르를 건너던 중 듣게 된 정체 모를 웃음소리.
이 웃음소리는 그가 어느 날엔가 겪었던 일을 기억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가 겪었던 일은 다리 위에서 난간에 허리를 굽히고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검정 옷을 입은 호리호리한 젊은 여자가 물속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이때 그는 여자의 젖은 목덜미가 드러나 가슴이 설레였고, 망설이다 그냥 가던 길을 갔던 것이다.
그리고 들리던 비명소리.
달려가고 싶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이 온몸에 퍼지는 듯했습니다. 그때 내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잊어 버렸지만, 아마 '이미 늦었다. 너무 멀어....'라든가, 그 비슷한 생각이었을 거에요.
그리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p 72
사실 나는 지금도 내 이야기를 듣는 분이 형사여서 <결백한 재판관들>의 도난 사건으로 나를 체포해주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p146
그의 많은 이야기들은 그 여인을 구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데에서 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고백인 듯 하다.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변호사 였던 그가, 남들에게 환호를 받고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남들에게 비난이나 심판을 받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는 그 두려움에 스스로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회개한 변호사가 된것이다.
<전락>은 내가 읽어보았던 <이방인>과 <페스트>에 비해 이야기가 그리 무겁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듯한 고백이 친근감을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의 많은 고백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락>은 카뮈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가장 복잡하고 난해한, 그래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고도 한다.
정말 카뮈의 작품은 어느 것 하나 쉬운게 없는 듯하다.
그리 어려운 단어나 말들이 있는 것도 아닌 듯한데 작품의 내용을, 이 속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에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고 어렵다.
그러나 단순하게 생각해본다면 남의 비난이나 심판을 두려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낯설지는 않을 듯 하다.
결국에는 스스로 먼저 나서서 참회하는 모습 또한 낯설지 않다.
가장 복잡하고 난해한, 그리고 가장 이해하기 힘든 작품 <전락>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재미있게 그리고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