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이약국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박하 / 2015년 11월
평점 :
"책은 손님을 어리석음으로부터 보호해줍니다. 잘못된 기대로부터, 잘못된 남자로부터, 책은 사랑과 강인함과 지식으로 손님의 껍질을 벗겨내죠. 그것은 내면으로부터의 삶입니다. 선택하십시오. 책이냐 아니면..." p 21
파리, 센 강위에 있는 수상서점 '종이약국'.
이곳은 페르뒤씨가 운영하고 있다.
페르뒤는 손님들이 원하는 책을 그냥 파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책을 판다.
페르뒤는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보지는 못한다.
페르뒤는 책을 통해서 버림받은 사람, 배신당한 사람, 죽음으로 사랑을 잃은 사람 등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책을 처방하여 준다.
그러나 정작 페르뒤 자신은 5년 동안 함께 하였던 여인 '마농'이 말없이 떠나버린 이후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은 어찌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나 마음을 꼭 꼭 닫고 살아가고 있다.
'마농'은 포도밭 주인 '루크'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페르뒤가 사는 4층으로 이사오게 된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인 '카트린'.
그녀에게 식탁을 선물하고 카트린은 식탁 서랍에서 페르뒤가 읽지 않은 편지를 발견하여 건네준다.
마농이 떠난 뒤 보내 온 편지.
페르뒤는 그 편지를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아 서랍 속에 묻어 두었다가 카트린의 격려로 읽게 된다.
미안하다고만 하는 내용의 편지가 아닌 자신을 찾아와 달라고 쓰여진 마농의 편지.
페르뒤는 마농을 찾아 가게 될까?
페르뒤는 카트린과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종이약국>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과 그 마음을 치유할 수 있게 해주는 페르뒤의 처방이 있는 책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페르뒤 자신의 꼭 꼭 눌러놓았던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다.
독서는 끝없는 여행이다. 기나긴, 그야말로 영원한 여행. 그 여행길에서 사람들은 더 온유해지고 더 많이 사랑하고 타인에게 더 친근해진다. p 172
어떤 책이 나를 구해줄까?
그 대답이 생각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다.
"책들이 많은 걸 할 수 있지만 모든 걸 할 수는 없어요. 중요한 일들은 직접 살아봐야 해요. 책으로 읽지 말고. 나는 내 책을....직접 체험해야 합니다." p 374
책으로 모든 것을 할 수 는 없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고,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
부록에는 '감정 혼란의 증상이 경미하거나 또는 어느 정도 심각한 경우에 정신과 마음을 빠르게 진정시켜주는 약'이 되어줄 26권의 책을 처방하여 주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과 페이스북 중독에 도움이 되어줄 책으로는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의 기계가 멈추다',
모성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미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
슬픔을 이기고 신뢰하도록 용기를 북돋우는 책 '헤르만 헤세의 단계들(시선집)',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책으로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 등...
페르뒤의 이야기와 손님들에게 처방해주는 책을 통해서 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들려주고 있는 소설 <종이약국>.
이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