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거나 천재거나 - 천재를 위한 변명, 천재론
체자레 롬브로조 지음, 김은영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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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에 '앨런 튜링'에 관한 책을 읽었고, 며칠 전에 '앨런 튜링'에 관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았다.

앨런 튜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절대 풀 수 없었던 독일의 암호문 '애니그마'를 풀어내어 전쟁을 2년이나 앞당긴 결과를 가져오게 한 수학 천재이다.

그가 애니그마를 풀기 위해 만들어낸 기계는 지금의 컴퓨터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이미테이션 게임' 영화에서 앨런 튜링은 수학의 천재이지만 동성애자이면서  대인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천재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들에서 보면 천재들에게서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성격이나 행동들을 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그렇다면 천재들에게서는 왜 이상적인 행동이 보이게 되는 걸까?

그 해답은 이 책 <미쳤거나 천재거나>를 통해서 들을 수 있다.


<미쳤거나 천재거나>는 천재나 천재성의 실체에 대해 그리고 천재에 대한 비밀을 알려주고 있는 아주 재미있고, 특별한 책이다.

또한 미치광이에 대해서도 들려주면서 천재와 미치광이, 천재와 반미치광이, 정상인 천재들에 대해 비슷한 점과 다른 점들을 들려주고 있기도 하다.


뉴턴과 바이런, 소크라테스등 우리가 알고 있는 천재들도 있고, 낯선 이름의 천재들도 많다.

천재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모습으로는 두개골의 크기와 작은 키등이 있으며 예민함과 우울증, 기억상실 등과 함께 도덕적으로 결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베토벤은 산책하면서 외투를 잊고 오는 일이 잦았고, 동시대인들 중에서 가장 빼어나고, 신이 가장 사랑하는 총아라고 으스대는 단테는 과대망상증이, 특히나 쇼펜하우어는 천재에게 나타나는 광기의 총집합체 였다고 한다.


광기가 진행되며 단계별로 나타나는 모든 특징적인 증상들이 쇼펜하우어에게서 보인다. p 171


천재성은 기상 조건과 기후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유럽, 특히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음악가들을 배출했다고 하는데 덥고 육지 속한 구역, 인구가 집중된 곳일수록 많다고 한다.


<미쳤거나 천재거나>에 등장하는 많은 천재들 중에서 여성은 없다.

여자들은 새로운 종교를 창시한 적도 없고 어떠한 정치적, 예술적, 과학적 흐름을 주도 한 적도 없다고 한다. 이유는 여자들이 오히려 더 보수적이었으며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가지고 있는 것을 고집하고 놓지 않으려 하는 습성과 여자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기때문이라고 한다.


반미치광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천재성은 예외적인 현상일 뿐이지 정해진 법칙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 대부분은 영감이 넘쳐나기보다는 오히려 결핍되어 있다. p 351


정리하자면, 반미치광이들은 그들의 글에 담긴 생각들을 보면 제정신이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전혀 그런 기미를 엿볼 수가 없다. 그들은 실제 상식적이고 기민하게 행동하고 매우 체계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앞에서 광기로 각성한 천재들을 보면 문학적 재능이 뛰어날수록 실생활 면에서는 미숙한 모습이 특징적이었다. 이와 비교해 보면 반미치광이는 진정한 천재들과는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다. p 363


그러니까 천재들은 그 천재성때문에 실생활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게 되어 사람들에게 오히려 미치광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감옥에 갇히게도 되고 살아있을때는 그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기도 하지만 반미치광이는 실생활에서는 매우 적정하게 행동하기에 오히려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보면, 천재가 퇴행적인 정신병의 결과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그들은 다양한 정신병적 요소로 그 천재성을 얻는데, 각각의 요인이 되는 병증에 따라 고유한 특질이 생긴다. 이 때문에 서로 간에 구별이 가능하다. p 524


천재가 퇴행적인 정신병의 결과라니...

이 결과가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천재들에 의해 세계가 변화되기도 하고 발전되기도 하고 역사를 장식하기도 하였기에 우리들은 위인이라고 말하며 그들을 본받아야 한다는걸 당연시하게 생각해왔는데...

음.. 그래도 그들의 업적에 대한 노력에는 당연히 본받을 만한 것이리라..


<미쳤거나 천재거나>에는  루터, 성 프란체스코, 바울 등 성경 속 인물이나 기독교와 관련된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도 있는데 이들을 미치광이 증상에 비교해서 다루고 있는 것이 기독교인인 나로써는 불편하고 많이 어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재와 광인에 대한 이야기들에서 의학과 철학, 역사와 예술등의 종합적인 지식을 전해주고 있는 <미쳤거나 천재거나>는 천재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만들어주고 세상을 향해 보다 폭 넓은 시각을 갖게 해주고  있는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범죄학에 실증주의적 방법론을 도입한 이탈리아의 정신의학자인 저자 체자레 롬브로조는 <미쳤거나 천재거나>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은,


최고의 불운이라고 할 광기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마음을, 동시에 천재의 걸출함에 지나치게 현혹되는 것에는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p 563


또한 천재들의 신비와 그들이 저지르는 실수에 대한 이유와 함께 미치광이나 반미치광이들이 천재적 능력이 없어도 대중을 열광시키고, 때로는 정치적 혁명까지도 도모할 수 있는 이유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혁명..

얼마전에 발생한 파리에서의 테러를 떠오르게 한다.

정치적 혁명을 일으키는 사람들. 그들은 천재적 능력이 없어도 사람들을 현혹시켜 테러에 가담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구원파나 테러단과 같은 잘못된 길에 빠져드는 것은 <미쳤거나 천재거나>에서 말해주고 있는 미치광이나 반미치광이들이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있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쳤거나 천재거나>는 천재들에 대한 신비를 풀어줌과 동시에 미치광이나 반미치광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줌으로써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저 재미로 읽게 된 책이지만  우리의 선입견과 편견들을 깨우치게 해주는 아주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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