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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ㅣ 갈매나무 청소년문학 2
야나 프라이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5년 9월
평점 :
'문제아란 없다. 다만 문제 행동만 있을 뿐이다.'
어느 청소년들의 심리를 다루었던 책에선가 보았던 문구가 기억이 난다.
청소년 센터에서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누어보았던 경험으로 그리고 나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면서 이 문구가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었다.
학교폭력과 왕따에 의해 생기는 사건, 사고들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이다.
정도가 너무 심하다 싶은 사건들이 생기는 걸 보면서 '왜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마!>는 그런 학교 폭력과 왕따를 다루고 있는 청소년 소설이다.
다른 이야기들과는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은 피해자 중심의 이야기보다는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폭력을 사용하는 가해자가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의 아프고 다친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 사춘기 시절.
<아무에게도 말하지마!>의 주인공 새미에게는 누구보다도 힘겨운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평소에도 친구가 많지 않았던 새미는 단짝이던 레안더가 카를로타와 사귀게 되면서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한다.
레안더가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하는 새미.
짝사랑했던 카를로타가 레안더를 선택함으로써 의기소침해진 새미.
새미가 아기 였을때 화재로 아빠를 잃고 간호사인 엄마와 외조부모와 같이 살고 있었지만 무언가 항상 허전함을 느꼈던 새미.
그러다가 새미는 라파엘이라는 친구와 친해지게 된다.
라파엘도 무척이나 바쁜 아버지와 단 둘이 산다.
라파엘과 새미는 몇 몇의 친구들과 함께 여자 아이들 혹은 자신들보다 약해보이는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때리기도 하게 된다.
새미는 라파엘에게서 얻은 음란DVD도 보게 되고 점점 폭력적으로 변한다.
담배처럼 어느덧 중독되어 버린 라파엘의 영화가 떠올랐다. 원치 않아도 한다.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다. 그러다 문득, 아무려면 어때 하고 체념하게 된다. 그게 중독이다. p 105
우리한테 실컷 두들겨 맞은 후 겁에 질리고 땀에 젖어 더러워진 그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갑자기 자부심이 밀려와 머리가 어지러웠다. 내겐 힘이 있다. 타인의, 나보다 작고 약한 인간의 몸과 감정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권력이 있다. 살짝 전율이 일면서 나 자신이 무서워졌다. p 105
'아무에게도 쓸모없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라고 새미는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고 혼자서 철저히 외로워하고 괴로워한다. 폭력에 의해 생기는 권력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스스로에게도 주는 폭력이 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소위 가해자라고 하는 아이들도 새미와 같지 않을까 싶다.
벗어나고 싶고, 누군가 자신을 붙잡아 주길 바라고,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다친 마음을 어찌할 바를 몰라 폭력으로 자신을 포장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도,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도 그런 행동을 하는 만큼이나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다.
그들의 행동을 탓하고 문제아라고 낙인을 찍기 이전에 그런 아이들의 행동 이면에 다친 마음을 우리 어른들이 알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와 어른들의 책임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과의 진정한 대화. 그들의 마음을 살펴주는 관심.
새미의 손을 잡아준 레안더처럼 우리에게도 그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