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덮는 순간 감동과 울컥함 그리고 이 소설이 소설이 아닌 사실이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갖게 해주는 김진명 작가의 <글자전쟁>.

 

북한의 한 고위 간부의 씁쓸한 종말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천재적으로 국제 정치를 바라보는 탁월한 안목을 가진 무기중개상인 이태민.

처음엔 이들의 이야기와 왜 <글자전쟁>과 관련이 있을까 싶었다.

 

500억을 벌겠다는 부푼 꿈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와 이 회장과 동업하며 무기 중개일을 하고 있던 중 이회장의 회사가 리베이트 건으로 검찰에 수사를 받게 되고 그동안 태민이 벌었던 돈은 몰수 당하고 수배를 받게 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태민은 중국으로 도피하였고, 그곳에서도 무기중개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북한 라인의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해장국집을 드나들게 된다.

그곳에서 태민을 관심을 끌게 하는 한 남자.

언제나 조용히 혼자서 해장국을 먹던 그 남자에게 태민은 명함을 건넸고 어느날 갑자기 태민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더니 USB 하나를 건네주며 잘 보관해달라고 해놓고는 떠나버린다.

그리고 그 남자는 살해되고 만다.

 

태민은 그 남자의 살해소식을 듣고는 USB의 내용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 남자의 이름은 전준우.. 소설가.

USB 에 담긴 내용은 소설이었는데 한자에 대해, 공자와 사마천, 그리고 은자와 동이족이 얽혀 있는 내용이었다.

태민은 알듯 모를 듯한 소설의 내용 속에 점차 빠져들게 되고, 전준우가 왜 이런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그 의미를 서서히 알게 되어간다.

 

"중국인들이 백두산을 '바이토우샨'이라 발음하지만 '백두산'이라고 발음해야 한다는 거 아니에요? 지금 교수님 말씀은."

"내 얘기가 아니라 중국의 자전에 그렇게 발음기호가 되어 있단 말이네."

"아니, 어째서 한국말이 그대로 중국 자전의 발음기호가 되어 있는 거죠?"

"설마.... 한자는 지금의 중국인들이 만든 게 아니라는 듯입니까?" p291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건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p 297

 

"저는 한두 사람이 자신의 사상에 따라 가감첨삭한 기록을 신앙처럼 좇지 말고 과학으로 검증하자고 제안합니다. 공자와 사마천은 은나라를 한족의 나라로 기록했으나 고고학은 이 나라가 동이족의 나라임을 뚜렷이 가리키고 있습니다. " p 333

 

놀라운 이야기이다.

한때는 나도 한자는 중국말인데 왜 우리말에 한자가 많이 들어간 것인지, 한자를 쓰지 않는 것이 더욱 민족적인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한동안 우리나라는 한자를 쓰느냐 마느냐 했던 적이 있었다.

 

<글자전쟁>이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동이족인 은나라가 만든 은자가 한자의 기초가 되었다는 것이 허구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김진명 작가의 소설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가 모두 허구라고만은 할 수 없을 듯 하다.

역사적인 이야기에서 그 근거를 찾아내고 현실과 픽션을 넘나드는 김진명 작가의 특성을 볼 때

한자의 기초는 은자가 되는 것이며 이 은자를 공자와 사마천의 기록으로 중국이 만들어낸 글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까 싶다.

아니 어쩌면  간절히 사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제목처럼 글자를 누가 만들었냐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간의 문제가 될 수 있기에 그 사실을 따지는 것은 전쟁에 비교할 수 있을듯 하다.

정말이지 무척이나 놀라운 이야기.< 글자전쟁>

김진명 작가의 세계에 거침없이 빠져들 수 있는 멋진 소설 <글자전쟁>은 한국인이기에, 동이족이기에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엄청난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