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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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읽어보았다.

강하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그러나 깊이 사색하게 해주었던 아주 훌륭한 작품, <앵무새 죽이기>.

그리고 그런 작품의 저자인 하퍼 리의 '전작이자 후속작', ' 최초이자 최후의 작품'이라고는 하는 <파수꾼> 또한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왜 <파수꾼>에 '전작이자 후속작'이며 '최초이자 최후의 작품'이라고 한 것일까?

우선 그 까닭부터 알아야 할 듯 하다.

 

<파수꾼>은 하퍼 리가 1957년에 쓴 작품이다.

 

어른의 관점에서 쓴 <파수꾼>은 당시 한창 일어나고 있던 시대 상황의 뜨거운 이슈에 너무 가깝고 직접적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하퍼리는 그녀(출판사의 편집자를 말함)의 조언에 따라 이번에는 스카웃이라는 어린이의 일인칭 목소리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제한적인 삼인칭 목소리로 쓴 <파수꾼>과는 전혀 다른 <앵무새 죽이기>가 1960년 7월 11일에 탄생했다. p397 역자 후기 中

 

<앵무새 죽이기>가 먼저 출간되었고, <파수꾼>은 그동안 그녀의 금고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에 동시에 출간 된 것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이지만 내용으로나 출간된 시기로나 후작, 그리고 최후의 작품이 되는 것이었다.

 

<앵무새 죽이기>는 어린아이 스카웃이고 <파수꾼>은 20대의 스카웃이다.

스카웃은  메이콤을 떠나 뉴욕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2년 만에 고향에 계신 아버지를 방문하게 된다.

<앵무새 죽이기>가 흑인들의 어려움과 그런 흑인을 돕는 자상하고 정의로운 아버지 핀치 변호사의 모습이 중점이었다고 하면,

<파수꾼>은 스카웃이 아버지에 대해 알게되는 새로운 사실과 흑인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결정을 내려야 해, 앞으로도 여기가 변하는 걸 보게 될 거야. 우리 생애에 메이콤이 완전히 변하는 걸 보게 되겠지. 그런데 너의 문제는 말이야, 먹은 과자가 손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 시간을 멈추고 싶지만 못 하는 거고. 조만간 메이콤인지 뉴욕인지 결정해야 할 거야. p 110

 

메이콤은 변하고 있었다.

흑인들이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 되었으나, 여전이 흑인이 가는 곳과 백인이 가는 곳은 분리되어 있었으며, 흑인 투표권을 두고 여러 운동들이 생겼으며 폭력적인 사건들도 일어나기도 했었다.

백인의 수보다 많은 흑인의 수로 인하여 스카웃의 아버지 핀치 변호사는 흑인들을 여전히 평등하게 대하기는 했으나 주민 협의회에서 흑인을 강렬히 비난하는 오 헨리의 연설을 듣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스카웃은 아버지에게 엄청난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와 결혼하려고 생각했던 헨리가 위선적으로 보였으며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과연 <앵무새 죽이기>에서 정의롭고, 평등하며, 자상하고,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아버지의 실체는 달랐던 것일까?

 

그런데 진 루이즈(스카웃을 말한다), 이 아가씨야, 너는 너만의 양심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어딘가에서 그 양심을 따개비처럼 네 아버지에게 붙여 놓았던 거야. 자라나면서, 또 어른이 되고도, 너 자신도 전혀 모르게 너는 네 아버지를 하나님으로 혼동하고 있었던 거야. 인간의 심장을 가진, 인간의 결점을 가진 한 인간으로 보지 않았지. 그것은 실수를 범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하지만 형도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실수를 하기는 해. 너는 정서적 불구자였어.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항상 네 답이 곧 아버지의 답일 거라 가정하고 답을 구해 왔지. p 372

 

<앵무새 죽이기>에서 스카웃의 아버지 핀치 변호사의 모습이 나에게도 좋은 아버지의 롤모델이라고 여겼다.

<파수꾼>에서도 아버지가 딸을 대하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무언가 다르다.

그것은 인종문제인데, 흑인에 대해서도 여전히 평등하시지만 핀치 변호사에게도 백인 우월주의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봐야할것 같다.

정치적인 모습이다. 나도 스카웃처럼 이해는 안되지만...

생각의 차이이고, 그동안 살아온 관습의 차이가 느껴진다.

핀치변호사는 그렇게 인식하며 살아왔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지켜가고자 했던 것과는 다른 세상이 되었다. 아직도 여전히 인종차별이라는 문제들로 인하여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주 많이~~ 그 예전보다는 인종간의 평등이 보장되고 있지 않나 싶다.

 

스카웃은 아버지에게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에 한해서 판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마음이 곧 아버지의 마음과 같다고 생각하며 살아 왔던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아버지의 생각을 인정할 수 없었고, 실망하게 된 것이다.

 

<파수꾼> 역시나 강렬하게 흑인과 백인의 문제를 드러내는 소설은 아니다.

스카웃과 아버지 핀치 변호사와의 관계를 통해 사회의 문제를 은근히 드러내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든다.

대놓고 드러내는 이야기라면 왠지 무겁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을 부녀와의 관계를 통해,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하기에 가랑비에 옷 젖듯 사회의 문제를 의식하게 만든다.

그리고 스카웃의 관점으로 독자들을 끌어낸다.

 

이 책이 하퍼 리의 처녀작인셈인데 정말 대단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가장영향력 있는 소설이라는 <앵무새 죽이기>의 하퍼 리의 <파수꾼> 역시나 앞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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