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트 마운틴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그렇게 나는 다시 짐승이 되었다. 두 눈을 감고 턱을 움직이자, 입속에 피와 살의 맛이 전해졌다.

이제 넌 어른이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이제 넌 어른이다.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심장을 놓고 옆으로 물러나 한참을 씹은 다음에야 삼켰다. 드디어 내 인생이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열한 살. 나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p192

 

책의 소개에서 이 문구를 보았을때, 섭뜩하였다. 왜 피투성이가 되어서야 어른이 되었다고 하는 것일까?

<고트 마운틴>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무척 궁금함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다 읽는 동안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이있게 빠져들었다.

이 문구는 '나'가 처음으로 사슴을 잡고 어른이 되는 그들만의 의식을 치르는 과정인 것이다. 직접 사슴을 죽이고,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내고...

 

열한 살의 나와 아버지, 할아버지 그리고 톰 아저씨는 사슴 사냥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고트 마운틴>으로 사냥을 간다.

그곳에서 만난 밀렵꾼.

아버지는 라이플에 있는 조준경으로 밀렵꾼을 보더니 소년에게도 보라고 한다.

 

나는 배운 대로 조심스레 천천히 숨을 내뱉은 다음 천천히 방아쇠에 힘을 주었다. 지금도 확신하지만 다른 어떤 생각도 없었다. 오로지 본능뿐.

이성을 뛰어넘는 나의 본능. p 25

 

밀렵꾼이 죽었다. 소년이 본능적으로 당긴 방아쇠가 적중한 것이다.

소년은 아버지의 손에 내던져지고, 그들은 밀렵꾼이 있는 곳을 향한다.

소년은 시체를 보고도 자신이 죽였다는 것에 실감을 하지 못하는 듯 하다.

아니 어쩌면 소년은 사슴을 사냥하듯 밀렵꾼의 죽음도 그렇게 받아들인거 같기도 하다.

 

죽은 사내는 그렇게 천천히 돌면서 자신과의 거리를 좁히고 우리 발밑을 기울여 모두를 붕괴시키고 있었다. p 53

 

아버지는 시체를 캠프까지 가져간다. 왜 가져간 것일까? 나도 좀 이해가 안된다.

자수를 하거나 소년을 죽여서 밀렵꾼과 같이 묻거나 해야 한다는 할아버지.

시체를 캠프에 가져가게 되어서 모두가 죄인이 되어버리고 벗어날 방법이 없다.

아버지는 아들을 어떻게라도 지켜주고 싶은 사랑에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라 본다.

그러나, 밀렵꾼은 죽었지만 그 시체가 그들 모두를 서서히 그리고 결국에 붕괴시키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그 부분은 꼭 책으로 읽어보시길...^^

 

<고트 마운틴>은 참 독특한 소설이다. 우리말로 번역했음에도 이 소설의 문장들이 대체적으로 짧다.

그러면서도 시적인 표현들이 많다.

등장인물은 열한 살 소년과, 아버지, 할아버지, 톰 아저씨뿐이고 그들을 둘러싸고 산의 모습뿐이다.

하지만 밀렵꾼이 죽고 난 후 그들에게 둘러싼 모든 환경과 분위기는 무척이나 긴장감이 맴돈다.

나무들이며 바위, 그 모든 것들의 소년의 감정과 하나가 된 듯 어우러진다.

 

그리고 <고트 마운틴>은 약간 불쾌하다.^^ 이것은 독자로서가 아니라 기독교인으로서 불쾌감이다.

 

우리는 왜 사냥을 할까? 옛날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닐까? 과거의 길목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존재가 바로 카인이 아니던가? p 59

카인은 우리의 선이자 우리의 신념이니, 살인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리로다? 성서에서는 어떠한 가르침도 얻을 수 없다. 오직 혼란뿐. p 79

내가 밀렵꾼을 죽인 건 다윗이 골리앗을 죽인 이유와 같다. p111

이따금 기분이 들뜨면 밀렵꾼을 죽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승리. 뭔가에 들린 듯 내 작은 방안을 돌아다니며 정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p111

 

소년은 자신이 저질렀던 살인을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것과 비교를 한다.

최초의 아들인 카인이 살인을 하였기에 인간은 선한 존재가 아니고 악한 존재이며, 살인은 본능이라는 것.

왠지 공감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동물을 죽였고, 또한 명분과 정의라는 이름을 내걸고 살인을 서슴치 않았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겠지....ㅠㅠ

소년이 남의 땅에 들어온 일개 밀렵꾼을 죽인 것에 대한 정의감을 느끼듯 인간들은 자신들이 행했던 살인에 대해서는 선한 목적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악에 약한 존재인지...

 

지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바쁘게 돌아가고, 사방에선 고문과 뜨거운 불길이 가득한 곳,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서로를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곳. 아니, 지옥은 외로울 것이다. 우리는 그 어떤 존재감도 없이 각자의 짐을 끌고 끝없이 어두운 광야를 지나가야 하리라. p 201

 

소년은 그리고 아버지, 할아버지와 톰 아저씨는 밀렵꾼이 죽은 순간부터 지옥을 느끼고 있었으리라.

그렇게 죽은 사내를 캠프에 죽은 사슴을 매달 듯 매달아 놓고는 그들은 사슴사냥을 나가는 것이다.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그렇지만 결코 아무일도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두려움과 사랑, 그리고 혼란이 가득했다.

소년의 살인을 두고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아버지.

결국엔 감옥에 가고 소년의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될 아들을 어떻게라도 지켜주고 싶은 아버지.

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할아버지.

살인에서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벗어나고픈 톰 아저씨.

 

카인의 후예여서 살인이 본능으로 잠재되어 있는 것이라 할 지라도 살인은 '죄'인 것이다.

아버지는 어떻게든 그 '죄'를 덮으려고 해보지만, 덮으려고 할 수 록 그 '죄'는 또다른 엄청난 '죄'를 낳게 된다.

<고트 마운틴>에서도 죄가 죄를 낳는다.

<고트 마운틴>에는 죽음이라는 것이 전체적으로 깔려있다. 그래서 음울하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은 밀렵꾼의 죽음과 함께 소년이 고뇌하고 외롭게 만드는 무서움이 되기도 한다.

 

불쾌하기도 하고 두렵게도 만드는 내용의 <고트 마운틴>이었지만, 저자인 데이비드 밴의 독특함이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짧은 문장. 그러나 긴 울림.

그리고 글의 모든 소재들이 하나가 된다.

자연도 사람도.

한 문장, 한 문장의 모든 글들이 마음을 무겁게 내려앉게 하기도 하지만, 고찰을 하게 만드는 그런 힘을 지닌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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