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집
황선미 지음, 이철원 그림 / esteem(에스티임)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눈시울을 촉촉하게 만들어 주는 책.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끼게 하여 주는 책...「기다리는 집 」

 

한 때는 동네에서 가장 큰 집이었던 버드내길 50-7번지 '감나무 집'은 혼자된 사감 할매가 돌아가신 후로 오랜 시간 동안 비어져 있었고, 썩어가는 버섯처럼 내려앉아 흉가가 되어 버린 곳이다.

그런 감나무 집에는 문제아들의 한바탕하는 곳이 되기도 하였고, 쓰레기를 몰래 갖다 버리는 장소가 되어버리기도 하였다.

어느 날, 감나무 집에서 여자애가 깨진 유리병 조각에 발에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내 동생이 죽을 거 같아요!'하며 뛰어 나오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멀찍이서 보고만 있는 덩치 크고 어두운 낯선 남자.

 

구청 직원과 경찰이 나섰다.

다친 아이와 동생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 후 복지시설로 보내졌다.

그리고 감나무 집에 쌓여있던 쓰레기들이 말끔히 치워지더니 집 안에서 누군가 일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낯선 남자는 사람들을 거뜰떠 보지도 않고 혼자서 전문가다운 솜씨로 집을 고쳐나간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태오는 슬그머니 낯선 남자에게로 다가가 조심스레 일을 도와주게 되고, 태오를 괴롭히던 민규마저도 낯선 남자가 하는 일을 도와주고 싶어한다.

 

민규가 태오를 똑바로 보았어요.

"우린 아무도 뭘 해야 할지 모르는데, 넌 아니잖아." p 59

 

그렇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그렇기때문에 방황을 하는 것일테고, 그렇기때문에 어른들을 따라하다보니 문제아가 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또 바짝 깍인 머리에 모자를 쓰고 뒤통수에 길게 흉터가 난 낯선 소년.

이 소년은 감나무 집의 유리를 깨버리는가 하면 수리가 다 되어가는 듯한 집에 불까지 지른다.

집을 고치던 남자는 질식하여 응급실에 실려가고 태오와 아이들은 아저씨가 걱정이 되어 병원으로 가고, 동네의 터줏대감인 떡집 영감도 병원에 가본다.

 

영감은 그 낯선 남자가 법적 집주인이라는 말에 사감 할매의 아들 '이명길'이 아닌가 싶었는데 태오의 대답에 자신의 생각이 맞음을 알게된다.

또다시 폐허가 되어버린 감나무집.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서 인부들이 집을 고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목욕탕집 여사장이 인부들에게 떡을 사다주는게 아닌가?

태오는 아저씨를 위해 집을 고치는 일을 도와주고 싶다. 인부들은 반대하였지만 떡집 영감의 말에 태오와 친구들은 담장을 세우는 일을 거들게 된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까지..

 

주변에서 빙빙 돌던 소년들은 물론, 꽃집 사장이며 교회 목사까지 담장 세우기에 참여했으니까요. 담장은 모퉁이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의 것이라도 된 것 같았어요. p90

 

드디어 집이 완성되고 대문에는 문패가 달렸다.

이재성...이라고.

이재성은 사감 할매가 혼자서 키우던 손자였고, 배를 타러 떠났다던 이명길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한 명길이 아들을 위하여 집을 고쳤던 것이다. 그러나 명길은 차마 아들앞에 나서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여기 있어요. 나랑. 집에는 아버지가 있어야 되잖아." p 102

 

라는 아들의 말에 허물어지듯 주저앉았다.

 

기다리는 집에는 문제투성이 사람들만 나온다.

아들을 두고 떠난 아버지. 엄마와 헤어지게 된 여자아이와 동생. 이웃에 대해 말만 할 뿐 나서서 도와주지 않던 사람들. 그리고 문제아들..

그들 모두가 쓰레기 같던 '감나무 집'의 변화와 함께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가 하나라도 없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문제의 원인은 알려고 하지 않은 채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갖고 문제아, 문제 어른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는지...

 

집이란 무엇일까?

집에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집은 단순하게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건물을 뜻하지만, 집은 마음을 나누는, 사랑이 있는 장소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따스한 말과 정이 담긴 식사와 사랑을 주고 받는 가족들이 모여있는 곳..

감나무 집은 안과 밖이 모두 폐허가 되어버렸지만, 현실에서 집 안의 가족들이 무너져 버린 집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한 쓰러져 가는 감나무 집과 같은 마을 이웃들과의 관계, 그리고 너무나도 각박한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 하다.

 

<기다리는 집>은 그렇게 따스하고 정겨움이 넘치는 가족들을 그리워 하고. 기다리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사랑이 담긴 작은 손길이 필요한 사회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황선미 작가님의 「기다리는 집 」은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가며 주위를 잊고 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마음이 뭉클해지며 주위에 삶이 힘겨운 아이들과 어른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그런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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