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꿈결 클래식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민수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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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변신은 여러 책들에서 거론이 되었기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사람이 어느 날 아침에 눈 떠 보니 벌레가 되어있었다.' 독특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요즘으로 치면 SF라고 할 수도 있으려나?

카프카는 두 번의 약혼과 파혼을 거듭하고, 사랑을 하기는 했으나, 자신이 글에 대한 열망으로 독신으로 살다가 1924년 6월, 마흔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작품을 썼던 그는 유언으로 자신의 모든 원고를 없애 달라 했지만 막스 브로트는 고민끝에 출판을 하였으며,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인 카뮈와 샤르트르 등에 의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카프카의 단편집에는 11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카프카의 작품의 짧은 나의 소견으로는 은유적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비판적이라고 해야할까?... 인간들을 향해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기도 하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당췌 이해하기가 힘들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여야 한다."p225

청년 카프카가 생각한 문학의 의미란다.

그래서인것일까?

카프카의 단편들은 어렵다. 수수께끼같다는 박민수 교수님의 해설에 전적으로 공감이된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단편 중 3편은 곤충과 동물과 연관되어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변신」은 영업사원인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었다. 그냥 하룻밤의 꿈으로 끝나려니 싶었는데, 꽤 긴 시간을 벌레의 모습으로 집 안에 갇혔다시피 살다가 벌레의 모습으로 죽게 되는 것으로 끝난다.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어요. 아버지, 어머니는 모르실지 몰라도 저는 알아요. 저런 괴물을 오빠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 않아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어떻게 해서든 저것한테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저것을 돌보고 참아 내느라 인간으로소 할 짓은 다 했어요. 조금이라도 우리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p90

 

누이동생과 부모님을 혼자서 부양하기 위해 하루도 쉬지않고 외판사원 일을 하며 그레고르.

그가 벌레가 되었지만 식구들은 놀랍고 두려웠지만 그를 보살핀다. 특히나 누이동생이 맡아 보살폈는데,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던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었으니 가족들이 일을 하여도 형편은 점점 더 안좋아졌다.

시간이 흐르니 가족들도 지칠수 밖에....

 

그는 식구들을 생각하며 감동과 사랑의 감정에 사로잡혔다. 자기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그가 누이동생보다 훨씬 더 단호했다. (중략)

다음 순간 자기도 모르개 고개가 푹 꺾였고 그의 콧구멍에서 마지막 숨결이 힘없이 흘러나왔다. p 95

 

벌레가 된 그레고리는 죽었지만 가족들에게는 모처럼 마음의 평온이 찾아 온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꿈과 계획들과 함께...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사람처럼 살게 된 원숭이가 원숭이였던 시절에 대한 보고이다.

 

살고 싶으면 출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도망친다고 출구가 마련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p171

 

'버라이어티 쇼로 진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자. 그것이 출구다. 동물원은 새로운 우리일 뿐이고, 그 안에 들어가면 너는 끝장이다.' p176

 

여가수 요제피네 또는 쥐의 종족에서는 제목에서 처럼 쥐의 종족들의 '찍찍'대는 휘파람 소리와 특별한 점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무리를 구원한다는 자부심을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요제피네와의 관계를 담은 이야기이다.

 

실제로 그녀의 휘파람 소리가 그에 대한 추억보다 정말로 더 분명하고 생기 있었을까? 그녀가 살아 있었을 때도 그 소리가 진정 한갓 추억 이상의 것이었을까? 오히려 현명한 이 종족은 요제피네의 노래가 이런 방식으로 불멸로 남게 되기 때문에 그토록 그 노래를 높이 평가한 것은 아니었을까? p212

 

 

「선고」도 변신을 읽을때처럼 좀 충격적이다. 게오로크는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페테부르크에 성격이 까다로운 친구가 있는데 자신의 약혼 사실을 뒤늦게야 알리려 결심한다. 그것을 게오르크는 아버지에게 의논을 하게 되는데.. 부자간의 대화는 예상 밖의 결론이 나온다. 둘의 모습은 변화되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물에 빠져 죽을 것을 선고하며, 아들은 그 길로 강가로 가 물에 빠진다는 것이다.

 

버스 소음에 그가 물에 빠지는 소리가 묻힐 것이다. 그는 나지막이 외쳤다. "사랑하는 부모님, 그래도 저는 언제나 두 분을 사랑했습니다." 그러고는 몸을 떨어뜨렸다. p159

 

황당하고 당혹스럽고 충격적이다. 부자간의 대화가 왜 이런 결말이 나오게 되었는지, 부자간의 관계가 전에는 어땠는지 이 글에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아버지의 미친듯이 아들에게 내뱉는 말들에서 감을 잡아볼 수 있을 뿐이다.

 

'산초 판자에 관한 진실'은 돈키호테를, '사이렌의 침묵'은 오디세우스를, 그리고 '포세이돈'은 포세이돈을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뒤집어 놓는 짧은 산문이다. 패러디를 패러디 하였다고도 옮긴이는 말하기도 하였는데, 카프카는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과 주제를 짧은 글만으로도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바꾸어 놓았다. 카프카는 그 이야기들을 다른 관점으로 보았으며, 우리에게 다른 관점을 제시하여 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우화, 포기하시오, 팽이이다.

정말 짧은 글이다.

한 편의 우화같은 느낌이다. 너무 짧은 내용의 이야기들이라 요약하는 것을 생략하는 것이 낫겠다. 직접 읽는 것이 더욱 좋으리라.^^

 

카프카의 작품은 종교적, 심리학적등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다양한 해석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니 정말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수수께끼 같은 작품이며, 등장 인물들의 감정들에 대한 직설적인 묘사가 없기에 독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해석을 옮긴이가 작품의 뒤편에서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한 전문가들의 해석을 뒷편으로 남기고, 전적으로 지극히, 아주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느낌은...

카프카의 단편의 이야기들에서 왠지 카프카의 고뇌가 느껴지는 듯하다.

결혼까지 포기하며 직장은 놓치 못한 채 일과 글쓰기를 병행해야 했던 그의 고뇌.

작가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던 그의 가족들.

사람들에게 속했으나 자신은 누구와도 섞이지 못하는 듯한 벌레와 같이 카프카 자신이 그런 상태라고 느꼈던 것은 아닐까?

물에 빠져 죽으라고 선고했던 아버지,

법을 공부했다는 카프카지만 단편을 통해서 법은 일반인들에게 너무나도 근접할 수 없는 그런 존재라고 말하는 카프카.

사람처럼 행세하고 있던 원숭이,  누구도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안타까운 예술가.

모두에서 카프카를 느낀다.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카프카, 진정한 작가가 되기 위해 몸부림 치는 카프카.

그에게 있어서 출구란 죽음을 말하는 것일까?

그래서 그는 젊은 나이에 죽게 된 것일까?

 

암튼 카프카의 작품은 읽어본 사람만이 그 느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었다는 첫 장면에선  웃음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읽어갈 수록 무거움이, 왠지 모를 마음 한 켠의 답답함과 애석함이 느껴지는 작품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무언가 아련함과 온갖 생각들이 떠오르게 하는 그의 단편들..

독특하면서도 낯선듯한 그의 단편들..그의 작품은 그야말로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였다.

그러니 <카프카의 변신>은 꼭 읽어보아야 할 작품이라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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