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이야기, 제주 4.3은 왜?
신여랑 외 지음, 김종민 외 그림 / 사계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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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4월 무렵이 되면 제주는 뒤숭숭 해진다.

바로 제주 4.3 때문이다.

나는 제주도 토박이가 아닌지라 제주 4.3에 대한 것을 전해들은 바가 별로 없다.

고작 방송 매체를 통해서 들은 것이나 주변에 평화 운동을 하시는 분들을 통해서 간혹 들은 것이 전부이다.

몇 해 전에는 제주 4.3평화공원도 생겼다.

4.3에 관한 이야기는 쉽게 꺼내지 못하는 부분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제주에 살고 있고, 제주인들과 더불어 살며, 제주를 사랑하는 지금은 4.3에 대해 올바로 알 필요성을 느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제주 4.3은 왜?>는 청소년들에게 제주 4.3에 대하여 알려주기 위하여 쓰여진 글이다.

6개의 이야기를 통해 그 때의 모습 들려주고, 그에 해당하는 기록된 사실들을 간추려 전달하여 주고 있는 형식이다.

 

우선 4.3 사건은 왜 일어나게 되었을까?

4.3 사건은 미군정 치하에서 일어났다.(1948년) 따라서 미국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육지 경찰과 서북청년단 같은 우익 단체를 제주도에 파견해 제주 도민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드른 것은 미군정이 제주도를 '빨갱이 섬'으로 인식한 결과다. p152

 

이 곳에 4.3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담을 수는 없기에 이 책의 내용을 통하여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첫 번째 이야기, 아홉 살 치순이를 통해서는 1947년 사람들이 경찰에 잡혀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3.10 민관 총파업으로 1년 동안 2500여 명이 검속 되어 유치장이 비좁아 앉지도 눕지도 못할 정도 였다고 한다. 치순이 엄마도, 아기를 낳을 때가 다 되어가는 작은 어머니도 잡혀가 고문을 당하였다.

두 번째 이야기. 맹종이의 비밀에서는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쯤, 맹종이가 삼촌을 대신해 봉화를 올리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맹종이가 올린 봉화는 송당에 있는 '높은 오름'에서이고, 이를 시작으로 제주는 6년 6개월이라는 피비린내 나는 역사 속에 놓이게 된다.

봉화는 미군정과 갈등을 겪는 가운데 무장대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봉화를 올렸다고 한다.

세 번째 이야기, 죽성 할망. 군인들이 을생이 집을 불태우는 가운데 을생이를 구하고 죽은 죽성 할망 이야기이다.

1948년 10월, 제주 전역에 소개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 소개령을 이유로 중산간 지대에 사는 주민들의 '초토화작전'으로 무장대에 도움과 피난처가 된다는 이유로 마을 전체를 불태워 버렸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주도 전통가옥에 대한 소개도 해주고 있다. 내가 어릴 때 제주로 이사왔을 때만 해도 이런 집이 여럿 있었다.

 

네 번째 이야기, 무동이. 큰 동굴을 뜻하는 큰 넓궤안에 숨어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1948년 겨울의 모습. 소개령이 내려져 마을이 불타고, 중산간 마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잡아가던 때라 사람들은 도망을 쳤고, 동굴 속에 숨어서 지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귀포 안덕면 동광리에 있는 용암 동굴이며, 2013년 개봉한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의 배경이 된 곳이라고 한다.

 

 

다섯 번째 이야기, 다 큰 지지빠이 병이. 군인들이 병이와 함께마을 사람들을 죽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49년 1월 의귀리. 무장대와 내통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을 발견하면 총으로 쏴 죽이기도 하고, 학교에 수용하여 고문을 하다가 한꺼번에 살해하고 시신도 방치하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 덕구 대장.

1949년 3월 경, 세력이 약화된 상태인 무장대 부대를 산에서 숨어서 지내던 칠용이가 만나게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무장대 대장이었던 이 덕구는 1949년 6월 7일 사살 되었으며, 이곳은 조천읍 교래리의 이덕구 산전로 불린다고 한다.

 

이 책의 특징은 시간적인 배경으로 이야기를 다루어 주고 있고,  인물들의 대화를 제주도 사투리를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제주도 방언이 원체 이해하기 힘들기에 단어 아래에 표준어로 표기 하기도 하였는데, 그래도 가끔은 어려운 단어들이 있어서 좀 아쉽기도 했다.

또 이야기에 해당하는 사건의 사실들을 해설로 잘 알려 주고 있어서 그 때의 제주도의 상황을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4.3사건이 비참하고 너무도 비극적인 사건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 군인들이 제주도민을 그렇게 무참히 죽일 수 있었던 것인지..

빨갱이라고 단정짓게 하고, 잘 알고 지내던 이웃들까지 무참히 죽이게 만드는 그런 사상이라는 것이..무척이나 무섭게 느껴진다.

 

물론 이 책에서도 모든 것을 담지는 못하였으리라.

그러나 청소년들이나 4.3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왜 4.3이 발생하게 되었으며, 어떤 비참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알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듯 싶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 4.3.그러나 우리는 이제 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하리라.

4월이 다 지나가고 있는 문턱에 4.3의 원혼들을 위해 잠시 기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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