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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ㅣ 꿈결 클래식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이병진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2월
평점 :
나쓰메 소세키 님의 작품을 <도련님>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나는 이상스레 일본 작품에는 거리를 두고 있어서 잘 안 읽었었는데, 나쓰메 소세키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알려진 작가인듯 하여 독서 편식을 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도련님>을 읽어보게 되었다.
또 꿈결 출판사의 문학 작품을 지금까지 읽어본 독자이기에 꿈결이라는 출판사를 믿는 마음도
한 몫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 처음인지라 그의 작품 세계를 감히 이렇다 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친절하게도 <도련님>의 작품이 끝나고 해설이 있었기에 그의 작품세계와 그의 성장과정, 그리고 작품이 쓰여질 당시의 일본의
시대적 배경들을 알 수 있어 <도련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다.
일본 소설의 형성과 발전 과정으로 살펴볼 때,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은
'사소설'로 분류가 된다고 한다.
'사소설'이란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그 심리의 변주나 일상의 경험들을 세밀히 그려낸
소설이라고 한다.
사소설의 의미로만 보아도 <도련님>이 어떤 형식으로, 무엇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짐작을 할 수 있다.
<도련님>은 일본 문학의 대표적인 문학 장르인 '사소설' 또는 '심경소설'에
무척이나 걸맞게 주인공 '나'인 도련님의 감정들이 그대로,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는 작품이다.
아버지는 나를 볼 때마다 말씀하셨다.
"이놈은 제대로 되기는 글렀어!"
어머니도 늘 사고를 쳐서 앞날이 걱정이라고 하셨다. 부모님 말씀대로 나는 제대로 되진 않았다.
p13
도련님이라 해서 부자집에서 귀하게 자라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안된다. ㅎㅎ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엄청 굵직한 사고들만 치는 도련님을 식구들은 하나같이 좋아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유독 하인으로 있는 나이드신 할머니 기요만이 도련님을 믿고 사랑해준다.
도련님의 어릴 적의 장난은 내가 읽어보아도 짖궂은 정도를 넘어선다.
도련님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년 후에 아버지도 돌아가시게 되자 형이 집을 정리하여 준
돈으로 도련님은 물리학교를 다니고 무사히 졸업하여 시코쿠 근처에 있는 중학교에 수학교사가 된다.
<도련님>은 주인공이 중학교에 신임교사가 되어 일어나는 일들이 주요 내용이
된다.
사람들에게 별명을 지어주기를 좋아하는 도련님.
학교에 부임하여 첫 인사를 하는 날, 학교의 선생님의 별명을 짓는데, 별명이
재미있다.
교장은 너구리, 교감은 빨간 셔츠, 영어 선생은 끝물 호박, 수학은 아프리카 바늘두더지,
미술은 아첨꾼.
한 시간만 걸으면 구경할 거리도 없는 좁은 도시에
살면서 아무런 놀 거리가 없으니 뎀뿌라 메밀 국수 사건을 러일 전쟁처럼 떠벌리고 다니나 보다. 불쌍한 놈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교육받으니
되바라진 단풍나무 화분 같은 소인배가 되는 것이다. p 60
좁은 지역의 특성상 도련님의 행동 하나 하나가 노출이 되어 학생들의 놀림의 대상의 되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이, 학교 선생님들이 전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조차 알고 있기도 하다. 도련님은 자신을 감시하는 느낌마져 들게 되어 시코쿠의
생활이 답답하기만 하다.
세상은 희한하다. 맘에 들지 않는 놈이 친절하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나쁜 놈이라니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완전 시골이기에 모든 것이 도쿄와는 반대인가 보다. 뒤숭숭한 곳이다. p
110
24살의 도련님은 이 곳 시코쿠의 중학교에서 사람에 대해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게 된다.
이 책에서 어떠한 커다란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도련님이 처음 숙직할 때 학생들의
소란을 피우게 되는 일과, 축제 때 사범학교 학생들과 싸움이 생기게 된 사건이 생긴다.
이 사건들을 통해 도련님은 이 곳 중학교의 선생님들의 참 모습을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도련님>은 내가 읽어본 소설 중에 자기 감정을 적나라하게, 그것도 부드러운
표현이 아닌 거친 표현들로 쓰여진 책이였다. 또 문장이 짧게 짧게 쓰여졌다.
처음에는 거친 표현들이 좀 낯설고 불편함을 주기도 했지만, 그런 표현들에서 도련님의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짧게 쓰여진 문장들은 오히려 소설을 읽는 느낌에 경쾌함을 주는 듯 했고, 어찌보면 우울한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은면으로 드러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읽어본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도련님>은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였고, 정말 대책없는 도련님 같지만, 그의 솔직한 행동에는 듬직하기도 하였다.
꿈결 클래식의 <도련님>은 해설과 각주가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