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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 42년간의 한결같은 마음, 한결같은 글쓰기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정호승님은 한국의 대표 서정시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정호승님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였다.
오랫동안 책을 멀리해왔고, 특히나 시는 더욱 멀리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정호승 시인의 시를 알게 된 것은 내가 다니는 대한성공회 제주교회의 신부님이신
성요한 신부님께서 정호승 시인의 시를 갖고 노래를 만드신 것을 듣고 난 후 였다.
신부님께서 작곡하시고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가 노랫말이 되었던
것이다.
신부님의 노래와 작곡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때 <수선화에게>라는 시가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던 것이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p140
나의 그동안의 마음 깊이 자리잡았던 외로움들이 모두 밀려나가는 듯한 느낌이였다.
그렇게도 강한 감동을 남겼지만, 무엇이 바쁜지 정호승 시인의 시를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을 잊고 살고 있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더군다나 얇은 두께의 몇 편 없는 시집이 아니라 150 여 편의 시들이 수록되어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선집을 만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정호승 시인의 42년간의 시업을 담은
신 개정판이라고 한다.
2003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처음 출간되고 2008년에 첫
개정증보판이 출간되고, 이번 2014년에는 근 몇년간 새롭게 발표한 60편의 시들이 추가되어 수록된 것이라고 한다.
와우...내게는 정말 행운이였다.^^
사실 제대로 정호승 시인의 시집을 한편도 못 읽어보았는데, 이렇게 최근 몇 년간의
시들까지 읽어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이번 <내가 사랑하는 사람> 시선집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 데다가 해설까지
있다.
해설이 있어 좋은 것은 시에 대한 이해를 좀 더 넓힐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1부의 시들에서는 시대적인 분위기도 느껴진다. 혼혈아나 종이배와 같은 여러 시들에서
우리나라의 어려웠던 시대에 쓰여짐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내가 정호승 시인의 시는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낯 익은 시 한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별 노래>이다.
오래전에 가요로 많이 들었던 거였다. 이동원님이 부른 <이별 노래>..
이 노랫말도 정호승님의 시였다니...
서울의 예수와 시인 예수 라든가 시의 제목에 기도가 붙어 있는 것들이 좀 되어서 이 분이
기독교인가 싶었는데, 읽다보면 선암사, 소년부처등의 불교적인 느낌이 드는 시들도 있었다.
해설을 보니 기독교인이 맞는데 불교에도 관심이 많은 분이란다.
서울의 예수는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다.ㅠㅠ
정호승 시인은 소외계층에도 관심이 많으신 듯 했다.
혼혈아, 장례식장 미화원 손씨 아주머니의 아침등 그들의 삶과 아픔과 외로움을 같이 하며
위로해주는 듯하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1연은 생략.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시의 느낌이란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있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을 이끌어 내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게 있어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삶에 대한 성찰과 그리움
그리고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시신집이였다.
지극히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사람들에게 대표적인 서정 시인이며, 노래로
만들고자 하는 그런 시들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자신이 팍팍하게 삶을 살아온 것 같고, 자신의 감정이 메마른 듯 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정호승 님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읽으면 묻혀져 있던 감정들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리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