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의 시간
도종환 지음, 공광규 외 엮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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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의 시간>은 도종환 님의 등단 30년주념을 기념하는 시집이다.

 

내가 도종환 님의 시를 처음 접했던 것은 그 유명한 <접시꽃 당신>이란 시와 시집이 출간되었을때다. 그때가 언제 던가? 참으로 오래되어 <접시꽃 당신>의 내용조차 까마득히 잊어버릴 만큼 오래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접시꽃 당신>은 1986년 무렵이였다.

아~~ 내가 사춘기를 겪던 시절이였구나!!

그때 읽었던 시의 내용이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더라도 도종환님의 시는 '참 좋다!'라는 느낌은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도종환 님의 시를 모은 <밀물의 시간>은 어릴적 친구를 만나듯 반가웠다.

 

<밀물의 시간>은 도종환 님의 시들을 그의 후배들이 모아 엮은 시선집이다.

도종환님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시를 묶었고, 그동안 따로 따로 시집으로 출간되었던 것들이 한데 있어, 풍부하게 도종환님의 시를 맘껏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지금 현재 도종환님이 국회의원이란 사실도 처음 알았다.

ㅎㅎ 그만큼 내가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니...헤헤 부끄럽기도 하다..

 

<밀물의 시간>을 통해 <접시꽃 당신>말고는 읽어보지 못했던 도종환님의 많은 시를 읽어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전체적으로 도종환님의 시는 그의 삶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 하였다.

그의 떠나버린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

그의 투쟁과 투옥에 대한 마음들.

그리고 자녀에 대한 미안함 등...

 

전반부의 시들은 비유나 은유가 많지 않고 직설적이여서 읽기에는 편안하였지만 내용은 그리 가벼운 것들이 아니였다.

또한 시라는 느낌보다는 일기 같다는 느낌...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

후반부로 갈수록 상징적인 대유가 많은 것 같았다.

 

[ 쇠 비 름 ]

 

뿌리째 뽑아내어 열흘밤 열흘낮 말려봐라.

수액 한 방울 안 남도록 두었다.

뿌리흙 탁탁 털어 가축떼에게 먹여봐라.

씹히고 씹히어 어둡고 긴 창자에 갇히었다.

검게 썩은 똥으로만 나와 봐라.

서녘 하늘 비구름 육칠월 밤 달무리로

장맛비 낮은 하늘에 불러올 때

팥밭의 거름 속에 숨어 빗줄기 붙들고

핏발 같은 줄기들 다시 흙 위에 꺼내리니

연보라 팥꽃 새에 이 놈의 쇠비름

이 질긴 놈의 쇠비름 소리 또 듣게 되리라.

머리채를 잡힌 채 아아, 이렇게 끌리어가도. p40

 

쇠비름,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쇠비름을 잘 모를게다.

나도 농사짓기 전에는 몰랐으니까..^^

쇠비름은 잡초다. 그것도 아주 질긴 잡초.

우리 대파밭과 콜라비밭에도 쇠비름이 자라곤 하는데 어릴때 안뽑아 주면 엄청 영역을 넓혀가고, 제대로 뿌리를 안말려 주면 또 살아나기도 한다. 잡초들을 정말 생명력이 강하다.

그런 쇠비름에 관한 시를 보니 내가 잡초에 대해 시를 짓고 싶었던 마음도 함께 떠올랐다.

나는 고작...

누군가에는 어여쁜 들풀이지만

우리에겐

힘겹게 하는 잡초일뿐.....이였는데..^^

역시 시인은 다르다..

물론 이 시가 단지 쇠비름의 질긴 생명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듯하다.

마지막을 읽어보면 투쟁당시 도종환님이 끌려가는 모습을 담은 것 같다 .

쇠비름은 도종환님..자신을 말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중략)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中 p139

 

도종환님의 시에는 진한 고독이 묻어있었다.

말할 수 없이 밀려오는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고,

서글프도록 흐르는 외로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진한 고독속에는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기에 더욱 좋다.

그저 좋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나의 표현 한계를 느끼지만..

그래도 좋다...^^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리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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