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관계는 심리학으로 풀린다 - 원하는 대로 상대를 이끄는 관계의 심리학
류혜인 지음 / 스몰빅라이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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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이 심리학을 읽는 이유가 무엇일까? 관계가 어렵고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때 찾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심리학 책들을 재미있게 읽는 편이다. 여기서 지혜도 얻는다. 관계가 잘 안되는 이유는 내가 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저 사람하고 관계에서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지는 게 뭐고 이기는 게 무엇인지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일차적인 면에서는 지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때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내가 손해인 감정이 생기기 때문에 그 사람과 기싸움을 하게 된다.

그런데 현명한 사람들은 손해 보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에는 자신이 취할 것은 다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내 감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진짜 내 모습도 찾아보게 되는 것이다. 왜 나는 화가 났으며, 나는 이 사람을 용서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읽으면서 자꾸 나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용서를 생각했을 때 그 사람을 위해 해 주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 머리 아프고 배도 아프다. 내 마음은 용서되지 않았는데 용서해 줘야 한다는 게 사람 미치게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용서하라고 한다. 내가 속 썩고 신경 써서 머리 아프는 것보다 시원하게 용서한다고 하고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게 손해이고 마이너스인데, 결국 따져보면 이것이 이익이고 나를 위한 것이다. 그렇게만 생각을 바꿔도 괜찮아지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에서 한 가지 지혜를 얻었다.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을 갑자기 엄습한 "부당한 일들"로 여기지 말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 여길 것. 간단한 것 같지만 정말로 많은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조언인 것 같다. 부당한 일들로 여기면 세상 억울한데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 여긴다면 이 문제가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고, 이 문제를 풀다 보면 분명 내가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심리학은 지혜인 것 같다. 감사한 책이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상처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런 회피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는 영유아 시기 주 양육자의 역할이 크다. 보통 주 양육자는 친부모이나 상황에 따라 조부모나 형제, 친척이 될 수도 있고 고아인 경우 낯선 타인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발달 심리학자 보울비는 이 시기에 평생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내적 작동 모델'이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내적 작동 모델이란 어린 시절 애착 대상과 맺은 관계 및 인지 양식으로 '나' '타인' '세상'을 보는 틀을 말한다. 그리고 슬프게도 보울비는 이 모델이 일생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용서는 내가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용서는 상대방을 죄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것도 아니다. 용서는 끝없는 분노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주며 그 사람이 뭘 하든 상관없이 현재 나의 삶에 집중하게 만드는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용서는 나를 위한 선택이고, 선물이며, 자유로 가는 첫걸음이다.

용서는 내가 받은 상처를 무조건 덮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과거 행동이 형제의 내 삶을 침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나의 분노가 내 인생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분노가 원동력으로 작동하는 복수는 사람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느라 행복하게 살 권리를 스스로 내려놓는 셈이다.

지나치게 독립적인 사람은 조금이나마 주변 사람ㅇ게 곁을 내어줄 필요가 있다. 늘 하던 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도 상대방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해 주거나 상대가 해준 일에 감사하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사과에 들어가야 하는 필수 3요소

그것은 바로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 상대방이 나로 인해 받은 영향에 대한 공감, 상대방을 위한 대책 제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할 때는 이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

만약 겸손함을 실제로 몸에 익히고 싶다면 책을 많이 읽는 습관도 필요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자신이 모르는 분야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겸손이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다. 겸손은 자신의 관점이나 믿음이 잘못되었을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겸손을 익히는 것은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옳고 뛰어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이는 삶에서 꼭 필요한 자세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행복의 심리학>에서 불평불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을 갑자기 엄습한 "부당한 일들"로 여기지 말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 여기라고 조언했다. 이는 자신을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 인생의 주인공으로 생각하여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이처럼 습관처럼 내뱉던 불평불만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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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부터 책출판까지 - 출판사 편집장이 알려주는
송현옥 지음 / 더블: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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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늘 나에게 글을 쓰라며 내 글이 계속 읽고 싶게 한다는 무한의 칭찬을 해 주시는 분이다.

난 처음 이분을 나의 용식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남들 다 끝냈을 때쯤 나 혼자 시작한 동백꽃 필 무렵의 '용식 앓이'를 했었다.

과부에 아들 하나를 둔 동백이. 삶의 처지가 좋지 않아도 바로 옆에서 "너는 할 수 있어! 네가 얼마나 대단한 줄 왜 몰라!"라며 동백이를 대놓고 응원해 준 용식이. 그 덕분에 동백이도 삶에 욕심을 갖게 되었다는 고백을 하게 되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감정 기입이 되어 펑펑 울었다.

나는 나의 글에 자신이 없었다. 몇 권의 책을 냈었고 짧게나마 베스트셀러 딱지도 붙여봤지만, 그것으로 인해 달라진 건 없었다.

점점 자신감이 떨어질 때쯤 늘 나에게 "퀸스님의 글은 계속 읽어보고 싶게 해요. 그냥 써봐요... 한 번 해보세요!"라며 내게 무한의 긍정 에너지를 보내주시는 분이다. 정말로 이분 덕에 꾸준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된다.

이제는 누가 보든 말든 관심을 주든 말든 계속 쓰게 되었고 그것을 모아서 공모전에도 도전하는 중이다.

이렇게 내게 용식이처럼 응원과 지지를 해 주시는 분이 직접 책을 내셨다.

작년 초부터 쓰기 시작했던 글이 다른 사람들의 책을 만드시느라 정작 자신의 책이 밀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 달에 두 권씩 만드시는 그녀의 에너지가 진짜 대. 단. 하. 다!!라는 표현 밖에는 할 수 없다.

이 책을 처음부터 읽고 '이렇게 다 오픈하셔도 되나요?'라는 말을 했었다. 누군가는 이 정보를 얻기 위해 몇 백만 원을 들여가며 책쓰기 수업을 듣기도 하는데... 퍼줘도 너무 퍼줬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 그녀답다.

나는 여기에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300만 원을 냈던 사람이라 15,000원에 이런 노하우를 안다는 건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행운이다.

읽는 분들은 이 사실을 알고 읽으셨으면 좋겠다.

23년 차 편집자가 자신의 노하우를 다 쏟아부은 책이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정보며 노하우가 들어있겠는지 상상해 보셨으면 좋겠다.

나도 처음에 책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지 정말로 몰랐다. 일년지기들의 발표 내용이 너무 좋았고 그 내용이 책으로 만들어져 다른 분들과 공유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는 지금처럼 이런 책도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수업을 홍보하기 위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 책들을 먼저 섭렵한 후 그중에서 가장 양심적(?)일 것 같은 분께 찾아갔던 것이다.

아마 나처럼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몰라서 책쓰기 수업을 기웃거리는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

요즘에는 책을 냈던 개인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가지고 수업도 많이 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수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어서 처음 책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혼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은 이미 몇 번의 책을 쓰신 분들보다 처음으로 '내 책 한번 써보고 싶다'하는 분들께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 더블엔 출판사를 점찍어 놓으셨던 분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송편님을 거쳐갔던 책들의 뒷이야기가 담겨있다. 원래 알려진 이야기보다 뒷이야기가 더 재미있는데, 어떤 인연이 되어 그동안의 책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내용들도 함께 들어있다. 공저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송편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직접 공저도 해봤고 그것을 편집도 해 보신 분이다. 그래서 공저의 장단점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분이라 확신한다.

꽃을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그녀가 만든 책이다.

이미 이걸로 끝났다고 본다.

당신의 첫 책 쓰기는...

나는 300만 원 들었지만,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는 15000원에 끝내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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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 - ‘척’에 숨긴 내 마음을 드러내는 시간
이주희 지음 / 청림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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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라는 숫자가 아직은 어색하다. 나는 지금의 내 나이도 어색하다. 어느덧 40대 중순이 되어버린 나. 곧 앞자리가 바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마음은 정말로 20대 후반 같은데 40대 중반이라고 한다. 어릴 때 내가 생각했던 40대는 뭔가 되어있는 내 모습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아직도 꿈꾸고 있고,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고,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불안해하는 20대와 별다름이 없는 것 같다.

왜 그러는 것일까? 확실히 이전 우리 부모님 세대의 나이와 요즘 우리 세대의 나이가 다르고 내 딸아이의 세대도 분명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50이라는 나이도 중년의 여성이라는 느낌보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표현하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30~40대는 육아에 전념해야 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내 꿈, 내 시간보다 아이의 꿈과 아이를 위한 시간으로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50부터는 다른다. 아이들도 엄마의 손이 필요 없는 때가 되고, 나도 이제부터 무언가를 시작해도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는 나이다.

경제적인 상황은 20대보다 더 좋아졌을 것이고, 불안한 마음이야 20대나 50대나 같겠지만, 실패해도 괜찮을 것 같은 여유, 그리고 이 전에도 많은 실패를 통해서 마음이 단단해졌을 50대가 연상된다. 그래서 50대에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고 하는 것 같다.

작가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을 쓴 것 같다. 지금까지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는 작가의 이름으로 살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동안 내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헬퍼로 살았기 때문에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부터는 그 가면을 벗어던지고 오롯한 내 모습을 마주하면 살고 싶은 나이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50이 되면 자신의 생각이 많아지고, 그동안의 경험을 가지고 그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꿈꾸는 것 같다.

책 제목이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50이 되었다"라고 되어 있는데,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이미 많이 알고 있고 경험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전혀 모르는 사람은 이런 말을 쓸 수 없다. 알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은 너무 많이 알고 싶지도 않고, 적당히 모르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싶어 하는 작가의 마음이 녹여있는 것 같다. 눈으로 덮여 있을 때 세상은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그 눈이 녹고 나면 얼룩진 세상과 더러운 곳이 눈에 보여서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가 없는 것 같다. 너무 많이 알아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너무 많이 알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 좋지 않은 것도 분명 있다. 우리의 시력이 너무 좋았다면 아마 제대로 살지 못했을 것이다. 적당히 보이지 않는 시력을 주셨기 때문에 '그래도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50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이 알고 싶지도 않고, 세상을 불행하다거나 지저분하게 보고 싶지 않다. 그래도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도 버려야겠다. 누구도 영원히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착한 얼굴을 벗어야 그 뒤가 진짜 흰색인지 검은색인지 알 수 있고, 그래야 나를 보는 이들도 가면 쓰지 않고 만날 결심을 할 테니까. 스스로 감독하고 주연해온 '착한 사람' 연기에 이제 종말을 고한다.

내가 집 짓기를 모색하는 이유는 이렇다. 비록 나는 돼지였지만, 여우나 늑대로 살지 못했지만 늑대가 열어달라고 해도, 훅 불어버린다 해도 날아가지 않을 견고한 나의 집을 짓고 싶다. 좋은 동네로 이사해 어려운 문제 풀고 번듯한 명함 가지는 일이 인생 최고의 가치라고 아들에게 가르칠 뻔한 나에 대한 항거라고 나름 포장도 해본다.

칼 벼루, 총 따위를 끼거나 담아두는 것을 우리는 '집'이라고 부른다. 그 단단한 집에서 칼의 날카로움, 벼루의 현학, 총의 파괴력을 갈고닦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집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정의로운 일에 칼을 쓰고 결정적 한 방을 날리고 올바른 글을 쓸 수 있도록 그래서 싸우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평안해질 수 있도록. 나만의 돼지 집을 짓고 싶을 뿐이다.

종이는 천 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 남는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한 장 종이만 못한 거다. 미니멀리즘이 존중받으려면 외향의 단순함을 넘어서는 내면의 풍부함이 있어야겠지. 스티브 잡스의 검은색 터틀넥은 그냥 터틀넥이 아니라 창의와 혁신이 빼곡히 코팅된, 역사에 기록될 '위대한 '옷이니까. 화려한 옷, 좋은 옷 몇 벌 젊은 시절에 걸쳐 보았으니 이제는 위대한 옷으로 앞으로의 세월을 코팅해야겠다.

이십대는 나를 선택해 준 일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했으니 오십대의 일은 내가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해보고자 한다. 타고난 재능, 잘 다듬어진 재주로 사는 것도 좋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일 한 번쯤은 시도해본 뒤에 칠십대를 맞이하고 싶다. 그리고 허락된다면 칠십대에는 누군가에게 손수건을 건네주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언젠가는 빌려줘야 할 손수건. 로버트 드니로와는 다르게 남에게 빌려주기 전까지 아끼지 말고 내 이마에 흐르는 땀부터 부지런히 닦아야겠다. 너무 늦었다 자책도 말고 너무 늙었다 부끄러워도 말고. 늦은 나이에 어떻게 요즘 청춘들도 꾸지 않는 꿈을 꾸냐며 앞으로 많은 이들이 물어올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할 준비, 되어있다. "이제, 안 돼요?" 기어이 오십, 꿈꾸기에 적당한 나이다.

노안으로 책을 읽기가 힘들다고 했더니 누군가 옆에서 요즘은 이북(e-book) 오디오북이 나와서 시간이 없어서, 노안 때문에 독서를 즐기지 못한다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한다. 반짝이는 어른이 되는 그 권력의 길에 젊은이들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동반해 줄 것이다. 똑똑한 젊은이와 현명한 어른이 서로의 길에 빛이 되어줄 것이다.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는 행동은 '걷기', '놀기', '말하기', '먹기'라고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하는 행동 같지만 또한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은 것들이다. 몇 주째 걷다 보니 걸으면 나 자신과 놀고 말하고 먹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남들과 걷고 놀고 말하고 먹기 전에 나와 먼저 해보는 게 순서상 맞는 것일 텐데, 그동안 너무 남의 눈치만 보고 남에게서 행복을 찾으려 했다. 그러니 행복은 참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참 별거인 거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늘 이겨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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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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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오래전에 사 두었지만 정말 아끼고 아꼈다가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매우 얇고 책도 작아서 금방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빨리 읽고 끝내는 책이 아니라 천천히 읽고 생각해 보면 좋을 책인 것 같다. 정말 어느 챕터든 다 공감이 가서 필사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은 다시 한번 꼭 읽고 싶다. 나이 들어서 읽으면 지금 체크해 놓은 부분이랑은 분명 다른 부분에서 더 공감할 것 같다.

5년이 지났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짧은 글이 주는 여운이 있다. 작가가 친절하게 다 설명해 주기보다 해석을 독자에게 맡기는 기분이다. 그래서 좋았던 것 같다. 묵상하는 기분으로 그 여운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작가는 가톨릭 신자이다. 그래서 그의 글 곳곳에 하나님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리고 그의 사상이나 밑바탕이 성경에 있구나를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나도 이런 작가가 되고 싶다. 꼭 크리스천들만 보는 책이 아니라 비 크리스천이라도 함께 공감할 수 있고, 숨은 그림 찾듯이 곳곳에 계시는 하나님을 찾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나의 바탕은 성경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내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인생'은 두 가지 가능성을 충족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하나는 사는 보람을 발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어떤 지점을 인생에 만들어두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를 보완해 준다.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삶의 보람에 대해 말하자며 자신의 일에서 흥미와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타인으로는 불가능한 나만의 어떤 지점이란 숙련도다. 내가 기쁨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일에서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완성도를 갖춰놓는 것이 바로 성공적인 인생의 기준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든지,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을 좋아하면 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동화 속 '요술봉' 하나만 있으면 원하는 모든 것이 내 손에 들어올 텐데, 그 마법의 봉을 구할 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요술봉을 대신할 수 있는 그나마 유사한 무엇인가를 찾는다면 딱 하나 있다. 바로 인내다. 인내는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손에 넣을 수 있다. 인내라는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인간은 희망하는 것을 원하는 그 순간에 갖지는 못한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몸이 아파서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내 몸은 건강한데 가족 중 누가 많이 아파서 열 일을 제쳐두고 간병에 나서야 할 때도 있다.

상황이 이렇더라도 인내하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나름의 성공을 거둔다. 돈은 행복의 전부가 아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인내는 다르다. 오랫동안 인생을 살면서 알게 되었다. 돈으로도 얻지 못하는 것을 인내로는 얻을 수 있다. 성공의 유일한 열쇠는 인내인 것이다.

나이가 들고부터는 큰 방향을 정하고 나면 사소한 것들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둔다. 어쩌면 그 반대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고작 저녁 찬거리 정도다. 찬거리라고 해도 막상 마트에 들러 본격적인 쇼핑이 시작되면 예정한 품목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운명은 마트에서 장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인간이 자신의 운명 중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가 20세기 종반에 지금의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것은 우리의 의지가 아니었다. 우리는 그 운명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 그것이 내 삶의 미의식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죽기 전까지 막연히 흘러가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저항하기보다는 당당하게, 그리고 묵묵히 주변 사람들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고 싶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앞에 문제가 닥쳤을 때마다 쉽게 결론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오늘 당장 대답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무리가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는 것이다. 나답지 않게 명확한 결론을 앞세우는 것이 왠지 위험하게 느껴졌다는 뜻이다. 그때마다 하루나 이틀 밤을 푹 자고 이삼일을 별일 없이 보내버린다. 무턱대고 가만있는 건 아니다.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복잡하다. 그렇게 시간을 끌며 버트는 도중에 최선의 대책도 아니고 결코 현명한 해결법도 아니지만 제법 나다움 결론, 훗날 나의 어리석음을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대답이 나오는 것을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경험해왔다.

한탄해본들 불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두운 얼굴을 해 보인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면 같은 상황에서 밝게 웃고 있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자신의 몫이다. 질병에 걸리고 수험에 실패하고 실연하고 망하고 전쟁에 휘말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육친의 사별,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당한 사람은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몰라보리만큼 강해진다. 마침내 불행이 그만의 개인적인 자신이 되어 그의 등 뒤에서 밝게 빛난다. 불행을 한탄하며 세상과 인생에 악평을 쏟아내는 사람을 볼 때마다 다시없을 기회를 놓치겠구나, 안타깝기만 하다. 인간은 본디 강하다. 그래서 견뎌내는 것이다. 그런 견뎌냄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증명하며 살아간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지내온 인생에서 운이 좋았던 순간과 운이 없었던 날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에 동감하게 되었다. 어차피 뜻대로 되지 않는 인내와 싸워온 세월들이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부와 권력과 행복이 뒤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게으르고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밑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소소한 발견의 재미를 알아나가는 것도 지혜라고 해야겠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인생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인생은 좋았고 때론 나빴을 뿐이다.

우리의 일생에서 타인의 역할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나는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힘으로 우리는 여기까지 당도할 수 없었다. 거부당하고 미움받고 괴롭힘을 당하고 때로는 사랑받고 구원받으며 칭찬받았기 때문에 현재의 내가 있다. 그들 속에서 지금이 내가 만들어졌다.

해 질 녘에 창밖을 바라보는데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벅차올랐다. 나는 여섯 개의 연재를 중단하고 터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언제부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휘감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죽음을 떠올리지 않았다. 오직 언제쯤 저녁을 먹을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있었다. '결핍'에 의해 얻어진 생활에 대한 실감이었다. 염려와 공포는 불필요한 것들을 소유함으로써 생겨난다. 이나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발견한 사실들 가운데 가장 멋진 발견이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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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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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하면서 이 책을 전자책으로 읽었다. 전자책은 잘 집중하기 힘든데, 이 책은 저절로 집중되었다. 치매노인이 있는 요양센터에서 일하는 분이 쓴 글이다. 옆에서 이분들을 돌보면서 얼마나 많은 죽음을 보았을까! 어쩌면 아이들보다 순수한 노인들을 보면서 작가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정작 작가도 녹록한 세월을 보낸 분이다. 이런 분이 쓴 글이라 그런지 꾹꾹 눌러 담은 그의 글에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 같다.

그는 요양원의 노인들을 관찰하면서 그때그때 느낀 것들을 통찰하며 썼다. 책을 읽을 때는 덤덤하게 읽었는데, 필사를 하면서 눈물이 났다. 지금 내 상황에 맞춰서 다시 읽게 되니 글이 새롭게 느껴진다. 오늘 아침에 외할머니의 소식을 들었다. 93세의 연세에 두 달전까지 정정하셨는데, 갑자기 넘어지시면서 깨어나지 못하고 계신다. 연세가 있기 때문에 다들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그날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온 것 같아서 당황스럽다.

할머님이 농사일을 그만두시고 자식들이 있는 서울로 오시게 되었다. 다행히 치매환자는 아니시다. 마지막까지 성경을 읽으셨고, 교회에 나가 사람들을 섬기셨다. 8명의 자식들의 집을 도시면서 살았는데 늘 웃는 모습이었고,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계신 분이셨다. 증손녀인 내 딸아이와 친구처럼 숨바꼭질도 해 주시고, 아이처럼 순수하신 분이셨다.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셨고, 자식들이 드린 용돈은 모두 헌금하셨다. 할머니의 짐가방은 성경 책 한 권과 약봉지 그리고 몇 벌의 옷이 전부였다. 할머니만큼 가벼운 가방이다. 이제 그 가방과 성경 책은 주인을 잃어가고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할머니는 어떠실까? 어떤 후회를 하시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계실까? 참는 게 당연한 것이었고,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8명 자식들의 입에 넣기 바쁘셨던 할머니. 아직도 자신을 위해 자식들이 보내온 것들을 다 나누시는 분이시다. 마지막까지 정신 줄 놓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하셨던 그 모습이 생각난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행복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눈물이 난다. 우리 할머니도 그러셨어야 했는데... 오늘따라 이 책의 글귀들이 내 마음에 와서 다 박혀있는 듯하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이 고통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살아온 인생에 대한 후회, 특히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후회하는 일이었다. 제대로 사랑을 받아본 적 없기에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고, 그저 오로지 열심히만 살아온 세월을 후회하는 일이었다. 한 할머니가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맛있는 것 먹고, 멋진 구경도 다녀보고, 하고 싶은 것 죄다 하면서, 그렇게 한번 살아볼 것 그랬어. 앞만 보지 말고, 옆에 도 보고 뒤에도 보고, 그렇게 살 걸 그랬어.

오늘이라고 불리는 이 시간할 수 있을 때, 아직 살아 있을 때 사랑해야겠다. 먼저는 나를 온전히 사랑할 것이다. 그러고는 사람들을 사랑할 것이다. 그렇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것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사랑할 것이다. 삶의 마지막이 나를 찾아올 때 기쁘게 떠날 수 있도록, 후회 없이.

우리는 언제나 내일을 떠올리며 산다. 바쁜 오늘 때문에 당장은 급해 보이지 않는 일, 사랑이나 행복 같은 일들은 내일로 잠시 미뤄둔다. 하지만 내일이면 너무 늦을 수 있다. 모든 이별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급한 일은 오늘 당장 살아 하는 일, 오늘의 행복을 참지 않는 일이다. 오늘이 세상의 첫날인 것처럼 온통 나와 당신을 사랑하고,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아낌없이 행복해야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마음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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