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를 비우는 몸 - 비만과 독소를 한번에 해결하는 완벽한 단식의 기술
제이슨 펑.지미 무어 지음, 이문영 옮김, 양준상 감수 / 라이팅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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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단식하면 큰 일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몸에 좋다니...

습관처럼 먹는 것이 좋을 리가 없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냥 습관처럼 살았고, 먹었던 것 같다. 건강 자체에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 같다.

단식에 관한 책을 읽으니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살을 빼는 건 둘째치고 내 몸 안을 한번 깨끗이 비우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리셋! 몸을 리셋 한다는 게 표현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 보고 싶다. 그리고 몸에 대해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몸인데... 몸매만 생각했지 오장 육부의 건강함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것 같다.

단식을 하면 집중력이 더 좋아진다는 말도 호기심이 간다. 그리고 1년이 넘게 단식을 해 본 사람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지만, 먹는 거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먹는 즐거움이 큰 사람이었는데... 그것도 생각해 보니 즐거움과 만족감을 다른 곳에서 제대로 느끼고 산다면 굳이 먹는 것에 목숨 걸지 않아도 된다.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진실이 아니었구나.. 내가 모르는 것들이 참 많구나... 공부하면서 살자... 무엇을 위해 서건 잘 알고 살아가기를...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일주일의 단식 기간 동안 충분한 활력과 편안함을 유지했던 나는 케톤의 힘을 절실히 깨달았다. 단식을 시작할 때 나는 케톤 상태가 아니었지만 단식을 하는 동안 내 몸은 지방을 태우며 케톤을 생산했고,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다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일단 단식에 익숙해지면 단식이 매우 자연스러워지며 단식을 몇 번 경험하고 나면 많이 배고프거나 불편하지 않다.

단식의 혜택

단식의 가장 확실한 혜택은 체중이 빠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무수한 이점이있다. 그중 많은 부분이 근대 이전에 널리 알려졌다.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특정 기간 동안 단식하는 것이 흔하던 때도 있었다. 이러한 단식 기간을 종종 '씻어 내기' '해독' 또는 '정화'라고 불렀으며 사람들은 단식으로 몸을 청소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정확했다.

단식으로 더 젊고 똑똑해지기

인슐린 수치는 기억력과 역사관 관계가 있다. 즉 인슐린 수치가 낮을수록 기억력이 향상된다. 반대로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정신력이 저하되고 주의력, 집중력, 추론, 좀 더 복잡하고 추상적인 사고에 관련한 두뇌 영역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했다. 따라서 단식은 양 방향으로 신경학적 이점을 제공한다. 즉, 인슐린을 낮추고 그럼으로써 지속적인 체중 감소를 유지하게 한다.

여성과 관련해 우려할 사항 중 하나는 단식이 생식 호르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영양이 부족한 여성들은 지나치게 낮은 체지방이 무월경과 난임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단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상 체중 여성은 단식 중에 성호르몬 수치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한 연구에서 3일간의 단식이 생리 주기의 여러 부문 가운데 생식 호르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포도당과 인슐린 수치는 단식에 순응해 낮게 유지되었지만 모든 생식 호르몬은 정상 범위 내에 머물렀다. 또한 초음파 검사 결과, 우세한 난포(난자)가 정상적인 성장을 보였고 생리 주기도 변하지 않았다. 체지방률이 너무 낮으면 무월경 무배란 주기의 문제(난자가 생성되지 않는 월경주기)가 발생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체지방이 지나치게 적은 여성은 단식을 해서는 안 된다. 단식 중에 무월경 또는 다른 생리 문제가 나타나면 즉시 중단하라.

간헐적 단식이란?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중간중간에 정기적으로 단식을 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단식의 기간과 정상적인 식사의 기간은 매우 다양하다. 단식 요법은 매우 다양하므로 '최고의' 단식법이란 없다. 모든 방법들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효과를 제공한다. 어떤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짧은 단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기 단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단식의 방식에는 맞고 틀리고 가 없다. 모두 개인의 취향이다.

9가지 단식의 팀

1. 물을 마셔라. 2. 바쁘게 지내라. 3. 커피를 마셔라. 4. 파도를 타라 (배고픔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가버리므로 지속되지 않는다. 허기를 느끼면 물이나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셔라. 다 마시면 허기가 사라질 것이다) 5. 사람들에게 단식한다고 말하지 마라. 6. 자신에게 한 달의 시간을 줘라. 7 단식하지 않는 날에는 영양가 있는 식단을 섭취하라. 7 자신에게 한 달의 시간을 줘라 (몸이 단식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처음 몇 번은 단식이 어려울 것이니 자신을 준비시켜라. 낙심하지 마라. 점점 쉬워질 것이다) 8. 폭식이나 폭음하지 마라. 9. 단식을 생활에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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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코드 - 체중은 인슐린이 결정한다
제이슨 펑 지음, 제효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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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관해서 관심이 생긴다.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확실히 나이도 먹고, 몸의 여기저기에서 신호를 보내니 그 신호를 무시할 수도 없다. 살이 쪄서 그런가? 하면서 막연하게 음식을 조절해서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몸이 무거우니 확실히 다르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매번 실패했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음식 앞에서는 의지박약이야... 하며 스스로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책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진다. 내가 의지박약이 아니라 잘못된 방법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음식량만 줄였다. 칼로리만 봤고 열심히 걷기만 했다. 그랬더니 몇 백 그림 안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아마도 이건 수분의 무게였던 것 같다.

그렇게 음식량을 줄였는데, 왜 살이 빠지지 않았을까?

나의 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무조건 소식을 하며 많은 운동을 해야 빠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원인은 인슐린이었다. 쌀밥과 고기를 꾸준하게 먹었고, 빵을 좋아해서 간식으로 먹었다. 뒤돌아서면 왜 이렇게 배가 고픈 건지...

머리를 많이 쓰기 때문에 그런 줄 알았다.

저탄고지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탄수화물을 줄이니 확실히 덜 배가 고픈 것 같다. 배가 많이 고팠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아침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요거트에 베리를 넣어 간단하게나마 먹으려고 한다. 이제는 건강이다. 절대로 몸의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된다. 건강해야 일도 할 수 있다. 아프지 않게... 계속 신경 쓰면서 살고 싶다. 나중에... 나중에 병원 신세 지지 않을 수 있게... 그렇게 살고 싶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섭취 열량이 줄면 적응을 위해 크게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첫 번째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에너지 총 소비량이 대폭 감소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허기를 느끼게 하는 호르몬 신호가 증가하는 것이다. 줄어든 체중을 되돌리기 위해 제발 좀 더 먹으라고 인체가 우리에게 간곡히 요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음식 자극이 주어지면 뇌에서 감정과 인지 기능을 조절하는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 연구로 밝혀졌다. 이때 전두엽 피질에서 억제와 관련된 영역은 활성이 감소했다. 이는 곧 체중이 감소할수록 식욕을 참기가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의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일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어찌할 수 없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배가 고프고 춥고 피곤하고 우울해진다. 섭취 열량을 제한하면 이 같은 신체 반응이 실제로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대사 기능이 감소하고 허기가 증대되는 것은 비만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체중 감소는 대사 감소와 극심한 허기를 느끼는 원인이지 결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신체활동이 증가하든 감소하든 비만 유별률과는 사실상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운동량이 늘어나도 비만은 줄어들지 않았다. 둘 사이에 관련성이 없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운동량이 늘어나고 다른 곳에서는 줄었지만 비만율은 그런 차이와 상관없이 똑같이 증가했다.

스트레스도 체중 증가를 유발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부족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아는 문제다. 스트레스에 열량이 있거나 탄수화물이 포함된 것도 아닌데 비만으로 이어진다.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의 장기적인 증가를 유발하고 그 결과 체중이 증가한다.

수면 부족이 체중을 줄이려는 노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명확하다. 흥미로운 점은 수면이 부족해도 스트레스가 낮으면 렙틴이 감소하거나 허기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잠이 부족한 것 자체가 해로운 것이 아니라 수면 부족으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과 허기를 느끼는 기전이 활성화되는 것이 해롭다는 것을 암시한다. 어떤 방식으로 살을 빼든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중요하다.

호르몬 비만 이론을 알면 답은 간단하다. 인슐린은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주된 호르몬이다. 인슐린은 성인 비만을 유발한다. 그리고 인슐린이 신생아 비만을 유발하고, 유아 비만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인슐린은 아동 비만을 일으킨다. 아기의 인슐린은 어떻게 높아질까? 바로 엄마를 통해서다.

모든 음식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이는 곧 모든 음식은 먹으면 살이 찐다는 뜻과 같다. 바로 이 부분에서 섭취 열량에 관한 혼란이 시작된다. 어떤 음식이든 먹으면 살이 찔 수 있으므로 음식을 전부 똑같은 단위로, 즉 열량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열량은 틀린 단위다. 열량은 비만을 유발하지 않는다. 비만에 책임이 있는 것은 인슐린이다. 인슐린을 이해하지 않고는 역학적으로 도출된 증거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고도 왜 그런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인슐린 농도를 낮추는 치료법

1단계: 가당 섭취량 줄이기 > 식품 라벨을 읽어라.

어떤 디저트를 먹어야 할까? 전통 사회의 방식을 따르면 된다. 최고의 디저트는 신선한 제철 과일이며,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것일수록 좋다. 계절에 맞게 생산된 베리류나 체리를 그릇에 담고 크림에 거품을 내서 끼얹으면 식사를 맛있게 마무리할 수 있는 메뉴로 제격이다.

간식은 아예 먹지 마라.

아침은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된다.

전통적인 요구르트나 그리스 요구르트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다. 그러나 시중에 판매되는 요구르트에는 첨가 당과 과일 맛 향미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음료: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것으로

2단계: 정제된 곡류는 적게 먹어라.

3단계: 단백질은 적당히 먹어라.

4단계: 천연 지방을 많이 먹어라.

5단계: 인체 보호 성분을 많이 먹자.

그러나 가장 놀라운 변화는 단식을 장기간 지속해도 몸에 활기가 유지됐다는 점이다. 던킨 박사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밝혔다. "건강한 기분과 단식은 서로 관련이 있다. 단식을 하면 엄청나게 힘들 거라고 예상하지만 의사들은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장기간 이어진 단식이 수월하게 진행됐다는 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단식 중에는 열량이 있는 음식과 음료는 전부 먹지 말아야 한다. 단, 단식 중에도 수분은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수분 공급에는 일반 생수나 탄산수 등 물이 가장 좋다. 하루에 물을 2리터씩 섭취한다는 목표를 세우자. 아침마다 시원한 물을 240밀리리터 정도를 마시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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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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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책을 읽었다. 지금 나의 상황과도 잘 맞는 책인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때, 어떻게 죽어야 할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는 것 같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면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우리는 태어나면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그 시기가 우리 모두가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를 뿐이다.

태어난것은 순서가 있지만 죽는것에는 순서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잘 살아야 한다. 내일 아니 이 글을 쓰고 난 다음에 내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삶에 대해 궁금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진짜 모르겠다. 다들 나와 비슷할 것 같다. 처음 사는 삶이라 모르는것 투성이다. 분명 삶은 즐거운 것이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죽고 싶은 일들이 많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나만 이렇게 사는것도 아니다. 다들 자신만의 인생의 짐들을 들고 있다. 그런데 왜 다들 삶은 좋은거라고 할까? 왜 이승이 저승보다 더 좋다고 말하는 걸까?

삶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때 이상하게 죽음에 대한 책을 많이 봤던 것 같다. 지금은 오히려 죽음에 대해서 담담하다. 아마 마음이 정리가 되었고, 앞으로는 언제 죽어도 괜찮을 정도로 내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결심을 해서 그런것 같다. 내 아이가 나 없어도 괜찮을 정도까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살다보면 살아진다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삶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게 되나보다. 아등바등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만약 큰 병에 걸릭 되서 삶을 정리하게 된다면 솔직히 감사하다는 마음이 생길 것 같다.

기대여명을 알게 된다는 건 그만큼 내가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다. 그럼 그 시간동안 나는 미리 살아있을때 장례식을 할 것 같다.

예전 어느 영화에서 보고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살아 있을때 사람들을 만나 만찬을 즐기는 것이다. 그 시간을 이용해서 마지막 인사를 잘 하고 싶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딸과 단 둘이 여행을 갈 것 같다. 여행이라고 해서 먼 곳을 간다기 보다 우리 둘이 이야기하기 좋은 곳을 찾아갈 것 같다. 엄마로서 딸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을 할 것 같다. 잔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이라고 하면 딸도 잘 들어줄 것 같다.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너무 슬퍼하지 말것.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것. 우리는 다시 하늘나라에서 만날 수 있으니 그때를 기약할 것. 그리고 그때 또 엄마랑 둘이서 데이트 하면서 어떻게 살고 왔는지 이야기 하자... 그러니까 엄마한테 할 이야기 많이 만들어서 오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정말로 사랑하고 엄마딸로 태어나 줘서 고맙다는 말도 꼭 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감 갖고 용기내서 삶을 살아가라고... 하고 싶은거 다 부딪쳐서 해보며 살라고...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말도 꼭 해주고 싶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그 후로 그는 정말 매주 하나씩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 시작했다. 들어보면 거창한 일들은 아니었다. 아내와 바닷가로 여행 가서 해산물 요리 먹기, 종일 바다 보기, 좋아하는 노래를 모아 자식들에게 선물하기, 손주들에게 편지 쓰기, 고향 친구들에게 밥 사주기, 예전에 싸웠던 친구에게 연락하기 같은 일상적이면서도 소소한 일들이었다. 그는 매주 병원에 올 때마다 지난주에 자신이 했던 일을 소상히 늘어놓으며 즐거워했다. 진작에 이렇게 살았어야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갑자기 할 일이 많아졌고 사는 게 즐거워졌는데 얼마 남지 않아서 몹시 아쉽다는 이야기도 했다. 나는 그가 들려주는 별것 아니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평범하고 건강한 사람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무엇에 기쁘고 슬픈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 모르고 산다. 게다가 죽음을 코앞에 두 노년의 환자가 자신의 상황에 절망하는 대신 이성적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를 계획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점을 생각해 본다 하더라도 남은 날을 '더 살고 싶다'는 바람만 되뇌며 보내기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태어난다. 일종의 숙제라면 숙제이고, 우리는 모두 각자 나름의 숙제를 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인생의 숙제를 풀든 풀지 않든, 어떻게 풀든 결국 죽는 순간 그 결과는 자신이 안아 드는 것일 테다. 기대여명을 알게 된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특별한 보너스일지도 모른다. 보통은 자기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채로 살다가 죽기 때문이다. "자, 당신의 남은 날은 00입니다. 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시겠습니까?" 물론 이 문제를 다 풀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빈칸으로 남겨두기에는 아쉬운 일이다.

나는 간혹 관자 곁에 있는 보호자에게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무슨 노래인가요?" "아버지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실까요?"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럴 때면 가족이어서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가족만큼 서로 모르는 존재도 없지 싶다. 타인은 모르는 대상이기에 예의를 갖추고 서로 알기 위해 대화하지만 가족은 날 때부터 가족이었으므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착각한다. 무슨 문제가 생기든 결국에는 괜찮아질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상처 주기 십상이다. 언제나 '가족이니까'와 '가족인데 뭐 어때?' 그 언저리에서 누구보다 가장 모르는 존재가 되지 쉬운 것이 가족인 것만 같다.

전자제품에 리셋 버튼이 있듯이 가끔 우리 인생에도 리셋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고. 인생이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이 버튼을 누르고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아주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물론 어디까지나 꿈같은 이야기다. 지나온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리셋 버튼이란 건 없다. 결국은 행복해 보이는 그이 모습이 부러웠다는 이야기다. 그 같은 변화가, 삶을 대하는 길이와 여유 있는 태도가. 그럼에도 나 자신을 다독였다. 아직은 내가 그 같은 리셋 버튼을 만나지 못한 것뿐이라고. 언젠가는 나 역시 그 같은 순간을, 무엇인가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고

아버지라는 보호막 없이 홀로 선다는 것은 내게 그런 일이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고 눈이 오면 눈을 맞아야 한다. 남들은 비 같은 것 맞지 않고 잘만 사는데 왜 나만 비를 맞아야 하느냐고 불편을 늘어놓는 것조차 사치다. 생존의 문제가 걸리면 그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비를 맞으면서도 비가 그치고 나면 해야 할 일들을, 눈앞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가, 같은 것들을 머릿속으로 곱씹어야 한다. 아버지라는 그늘 아래에 머물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던 나이에 정신 차리고 보니 순식간에 무방비 상태로 세상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내 잘못은 아니었으나 온전히 내가 견뎌내야 하는 내 몫이었다.

우리는 사랑을 시작한 뒤에 마지막을 염두에 두지 않아서 사랑할 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걸까? 대부분 유한한 시간을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고 살라는 말이다. 어쩌면 사는 것뿐만 아니라 사랑할 때에도 그 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살면서 가끔씩 그 말을 기억한다면 그 두 사람처럼 남은 날들도 최선을 다해서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아버지는 알고 계셨을까? 그 순간의 그 미소가. 그 손짓이 아들이 살아가는 내내 힘이 되어주리라는 것을.

저마다 다른 표정과 다른 말들로 남은 날들을 채워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종종 그날의 아버지가 떠오르곤 한다. 그럴 때면 문득 내 목숨은 내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암과 맞서 싸우는 오늘의 내 모습이 내일의 가족들에게는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이해할 수 없어도 언젠가는 오늘의 나를 가족들이 이해해 줄 날이 반드시 온다. 내가 이만큼의 시간이 흘러서야 그때의 아버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듯이.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구나 싶다. 비록 인간의 생이란 유한하기에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지만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주어진 남은 날들을 조금 다르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연극은 끝나고 주치의는 사망을 선언할 수 있다. 환자의 저승 가는 길은 그렇게 힘들고 험난했다. 가족들과 의료진은 환자에게 현대의학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고 환자는 너무 힘들게 저승길로 떠났다. 나는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자꾸 되묻게 되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하고.

삶에 대한 의지는 한 끗 차이이고,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은 일단 마음부터 편하지 않은 일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내가 떠나고 난 뒤 타인의 기억에 남을 내 마지막이 어떻게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생각해 보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내가 떠난 뒤에만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 이 삶에서 드러난다.

삶을 잊고 있을 때 떠나간 환자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마지막은 언제나 나를 향해 묻는다. 언젠가 당신도 여기에 다다르게 될 텐데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떤 모습으로 여기에 당도하고 싶은가? 나는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고 다시 한번 생이 감각이 팽팽해진다. 어쩌면 죽음만큼이나 삶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죽음만 잊고 사는 것이 아니다. 삶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삶을 느끼지 않고 산다. 잘 들어보라. 삶을 잊은 당신에게 누군가는 계속 말을 걸어오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종착역에 당도한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묻는다. 이제는 남아 있는 우리가 우리의 삶으로서 대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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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누명
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 제작진 지음 / 디케이제이에스(DKJS)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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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로 식단을 바꾸면서 지방의 누명이라는 다큐를 유료로 봤다. MBC에서는 2017년 2019년에 총 4번을 방영한 것으로 안다. 그것을 다 챙겨 봤고 이렇게 책까지 보게 되었다.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지방은 먹으면 안 돼! 몸에 안 좋고 살을 찌워!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 깨놨다.

진짜 배부르게 먹어도 돼요???

내가 저탄고지를 하면서 물어봤던 질문이다. 왜냐하면 어떤 다이어트 건 양을 줄이고 칼로리를 따져서 먹으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칼로리보다 성분을 보라고 한다. 탄수화물과 당을 줄여야 한다는 말을 계속한다. 지금 한 달 정도 되었다. 5월 5일부터 시작했으니 한 달이 조금 넘었나보다. 100% 저탄고지를 하지는 못하지만 우선 쌀밥을 먹지 않고 있고, 가능하면 저탄고지 식사를 하려고 하고 있다.

우선 체중이 빠졌다. 63.8kg까지 나갔던 몸이 58.8kg까지 빠졌다. 대략 1개월 만에 5kg 정도가 감량이 된 것이다. 물론 배부르게 잔뜩 먹고 말이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몰라서 거의 매일 삼겹살만 먹었던 것 같다. 고기가 질릴 정도로 먹은 것 같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니 난감했던 것 같다. 그래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요리책을 보기 시작했다. 지금도 배우는 과정이지만 덕분에 요리하는 사람이 되었고, 식재료를 살 때 성분을 따지는 사람이 되었다.

앞으로 조금 더 해서 5kg 정도를 더 감량해 볼 예정이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리고 내 몸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책을 보면서도 강하게 든 것 같다. 이제는 그럴 나이가 되었다. 아무거나 먹지 않을 것이다.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내 몸을 챙기고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가 건강한 삶의 시작인 것 같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지방을 먹는다고 뚱뚱해지지 않으니 고기와 생선, 유제품을 충분히 섭취하라는 이 보고서의 핵심은 '좋은 지방은 사람에게 유익하고 건강증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중에서도 설탕이 가장 나쁜 이유는 몸 안에 지방을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밥을 먹거나 밀가루를 먹으면 포만감이 생기지만 설탕은 아무런 만족감을 주지 않고 그저 미각에 한순간의 즐거움을 선사할 뿐이다. 설탕을 과다 섭취할 경우, 배부름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줄고 식탐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은 증가한다. 설탕을 먹을수록 배고파진다는 뜻이다. 그러면 식이조절 호르몬에 오류가 나서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단것을 찾게 되고 음식 조절이 어려워져 비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만다.

탄수화물 섭취에 유의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탄수화물이 탄수화물을 부르기 때문이다. '탄수화물 중독'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아주 엄격하게 말하자면 탄수화물 중독뿐 아니라 단백질 중독, 지방 중독이라는 말도 있기는 하다. 고기를 좋아해서 삼시 세끼 고기만 먹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단백질과 지방은 과다하게 섭취한다 해도 몸에 천천히 흡수되기 때문에 활동 에너지로 쓰일 것은 쓰이고 배설될 것은 배설된다. 우리 몸에는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탄수화물은 흡수되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그 균형을 깨뜨린다. 이로써 살이 찔 뿐만 아니라 염증 반응,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혈당 수치 이상 등의 발현되면서 동맥경화, 암 등이 발병한다.

케톤체는 탄수화물을 극히 줄였을 때도 방충되지만, 격렬한 운동을 한 이후나 간헐적 단식, 혹은 단식을 할 때도 생성된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단식을 하면 2~3일까지 케톤체가 증가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단식이나 소식을 실천하는 사람은 케톤체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케톤체 수치가 높을수록 지방을 많이 분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당질제한 다이어트에서는 '탄수화물은 기호품'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친다. 탄수화물이 알코올이나 담배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필수아미노산이나 필수지방산은 있지만 필수 탄수화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인간은 탄수화물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와타나베 원장은 MEC 식이로 비만은 물론 고혈압, 통풍, 무릎과 허리 통증, 류머티즘, 불면증, 우울증, 자폐증, 아토피성 피부염까지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수많은 환자를 이 식이요법으로 치료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키토 제닉, 다시 말해서 극도로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이를 통해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그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암을 치료하려면 암세포는 죽이고, 정상세포는 건강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일단 당이 암의 먹이이므로 당 섭취를 찾단하면 암세포를 굶겨 죽일 수 있다. 그렇다면 정상세포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지방이다. 왜냐하면 세포막의 주성분이 지방이기 때문이다. 결국 양질의 지방을 먹으면 세포막이 건강해진다. 세포 하나하나를 튼튼하게 해줘야 우리 몸의 기초공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인슐린은 비만과 연관 있는 대표적인 호르몬 중 하나다. 체중을 줄이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호르몬이다. 혈액 속에 녹아 있는 당을 줄이는 일꾼인 인슐린은 남은 당을 지방 세포로 저장하는 일도 한다. 그런데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당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이 투입되고, 우리 몸은 그만큼 많은 지방을 저장하게 된다.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물을 하루에 1~1.5L 이상 충분히 마신다.

음식에 간을 충분히 해서 먹는다.

카카오닙스와 채소 등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다.

아보카도 등 마그네슘이 풍부한 식물성 열매를 먹는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을 섭취하면 우리 몸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 과도기가 몇 주 정도 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대사 상태가 되면 신진대사가 더 건강해집니다."

식이요법 제대로 알고 시작하기

1. 지방 섭취를 늘리기 전에 탄수화물 먼저 줄여라.

2. 당분 없는 식사! 숨겨진 당분도 조심하라.

3. 천연식품만 고집하는 식사! 가공식품을 멀리하라.

4. 하루 세 끼에 얽매이지 않는 식사! 내 몸에 맞는 식사 패턴을 실행하라.

5.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 위해 노력하라.

6. 물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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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 메이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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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우종영님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라는 책에 반해서 그분의 다른 책도 꺼내보게 되었다.

크게 다른 형식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나무를 깊이 관찰한 그분의 내공이 보였다. 보이지 않는 뿌리 부분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그분의 내공은 참으로 대단하다. 정말 나무만 보고 살았던 것이 틀림없음을 책의 깊이에서 느껴진다.

결국 이것은 자신의 삶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나무를 사랑하는 작가는 절대로 허투루 살지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늘 나무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무에게서 배운 것들이 많았으니 대충 살 수가 없었을 것 같다. 나무를 돌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느꼈을까? 그리고 자신의 삶과 연결해서 얼마나 많이 고민을 했을까가 느껴진다.

우리도 나무를 매일 본다. 정말 나무는 눈만 들면 있다. 길가의 가로수들도 죄다 나무이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나무로 다가온 것이 아니라 하나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그냥 도로에 있는 기둥과 별다름이 없다. 그만큼 관심도 없고, 존재의 의미도 없이 보냈던 것 같다. 이 분의 책을 읽고 나무를 다시 보게 된다. 그동안 우리에게 나무는 참 감사하고 고마운 존재였다. 나무의 의미가 그런 것 같다. 책 제목처럼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다. 그런 나무를 참 많이 방치했던 것 같다.

산이나 숲에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다. 마음이 달라지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참 고맙고 감사한 존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참 감사한 책이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미래를 걱정하느라 오늘을 희생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한 번쯤 청계산의 소나무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소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았다. 방향을 바꾸어야 하면 미련 없이 바꾸었고, 결과 소나무는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덕분에 사람들 눈에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지만 그럼 어떤가. 소나무가 왜 ㄷ자 모양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 나면 그 지독하고도 무서운 결단력에 혀를 내두르게 될 뿐이다. 내일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오늘 이 순간의 선택에 최선을 다해 온 소나무. 천수천형. 천 가지 나무에 천 가지 모양이 있다는 뜻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가진 유일무이한 모양새는 매 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다. 수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무의 선택은 늘 '오늘' 이었다.

XX는 수술을 받기 전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졌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든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척도는 내게 달렸고, 정말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 보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최소한 나를 옥죄는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고, 옮겨 간 곳에서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마다 이렇게 되뇌곤 한다. 못한다고 말하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나아가 보자고. 때론 그 작은 한 걸음이 답일 때가 있다고.

"나무를 키울 때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눈에 보이는 줄기가 아니라 흙 속의 뿌리란다." 면적만 놓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는 미국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있는 제너럴 셔먼 트리다. 지름 11미터에 높이 84미터 되는 거구의 몸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무리 큰 나무라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되고, 싹이 튼다 해도 몇 해 동안은 자랄 수 없다.

막 싹을 틔운 어린 나무가 생장을 마다하는 이유는 땅속의 뿌리 때문이다. 작은 잎에서 만들어 낸 소량의 영양분을 자라는 데 쓰지 않고 오직 뿌리를 키우는데 쓴다. 눈에 보이는 생장보다는 자기 안의 힘을 다지는데 집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시기. 뿌리에 온 힘을 쏟는 어린 시절을 '유형기'라고 한다.

나무는 유형기를 보내는 동안 바깥세상과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따뜻한 햇볕이 아무리 유혹해도, 주변 나무들이 보란 듯이 쑥쑥 자라나도, 결코 하늘을 향해 몸집을 키우지 않는다. 땅속 어딘가에 있을 물길을 찾아 더 깊이 뿌리를 내릴 뿐이다. 그렇게 어두운 땅속에서 길을 트고 자리를 잡는 동안 실타래처럼 가는 뿌리는 튼튼하게 골격을 만들고 웬만한 가뭄은 너끈히 이겨 낼 근성을 갖춘다. 나무마다 다르지만 그렇게 보내는 유형기가 평균 잡아 5년, 나무는 유형기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기 시작한다. 짧지 않은 시간 뿌리에 힘을 쏟은 덕분에 세찬 바람과 폭우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성목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암울하게만 여겼던 방황의 시간은 어쩌면 내 인생의 유형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무가 모진 시련을 딛고 거목으로 자라나듯, 스스로 단련하다 보면 언젠가 또 다른 희망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믿게 된 것이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내가 나무 의사라는 명함을 갖게 되기까지는 그 뒤로도 한참 동안 힘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인생에서 정말 좋은 일들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값지고 귀한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의 담금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이제는 포기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가 원하는 행복이나 성공 같은 좋은 일들이 우연히 갑작스럽게 찾아온다면 노력이나 인내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힘이 들어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라고.

"사람들은 사랑이 지나치고 근심이 심해 아침에 와서 나무를 보고 저녁에 또 와서 만져 보는가 하면, 뿌리까지 흔들어 흙이 잘 다져졌는지 확인합니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 나무는 자신의 본성을 잃고 맙니다." 곽탁타의 이야기를 처음 접한 건 신혼 때였다. 천년 전의 선인들은 대체 나무의 생리를 어떻게 깨우쳤을까 신기해하던 차에 아내가 임신을 했다. 그때 마음먹었더랬다. 아이를 기를 때 꼭 나무 대하듯 하자고.

신기한 것은 나무가 제 자식 키우는 법도 그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육아 원칙은 하나. '최대한 멀리 떼어 놓기'다. 자신의 그늘 밑에선 절대로 자식들이 큰 나무로 자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까닭이다. 보호라는 미명 하에 곁에 두면 결국 어린 나무는 부모의 그늘에 가려 충분한 햇빛을 보지 못해 죽고 만다. 그래서 나무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식을 되록 멀리 보내려고 한다.

씨앗 안에는 오래도록 씨앗으로 존재하려는 현재 지향성과 껍질을 벗고 나무로 자라려는 미래의 용기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것은 좋은 환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는 힘과 언제든지 싹을 틔우려는 상반된 힘이 씨앗 안에서 갈등하고 타협한다는 증거다. 긴 기다림 끝에 싹을 틔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씨앗은 결국 나무가 되지 못하고 그냥 생을 마감한다. 한 예로 자작나무의 경우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도 씨앗에서 싹이 트는 발아율은 고작 10% 남짓이다. 두렵지만 용기를 내 껍질을 뚫고 나오는 씨앗만이 성목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싹을 틔우는 씨앗의 기적은 그저 맹목적인 기다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용기 있게 하늘을 향해 첫발을 내딛지 못하면 기다림은 결국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한다.

맞서 싸우지 않고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부드럽게 우회할 줄 아는 것. 그것은 결코 지는 것이 아니다. 저 혼자 강하게 곧추선 나무가 한여름 폭풍우에 가장 먼저 쓰러지는 법이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 하더라도 상대방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노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부드러운 것이 능히 단단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능히 강한 것을 이긴다고.

가만히 보면 나무에게 있어 적응은 가진 것을 버리는 데서 출발한다. 똑같은 종인데도 사막과 초원의 경계쯤에 자리한 나무는 비옥한 땅에서 자라는 나무에 비해 뻗는 가지도 적고, 가지에 달린 잎도 얼마 되지 않는다. 대신 건조한 기후에 살아남기 우해 잎이 두껍다. 아예 사막으로 들어가면 그나마 있던 잎도 모두 없애고 잎이 달릴 자리에 가시만 남는다. 변화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연의 모습을 철저히 버리고 그곳에 맞게 적응해 가는 것이다. 더욱이 그냥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의 다른 생명체들까지 불러 모아 새로운 생명의 땅을 만든다.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도 나무가 한번 머물다 간 자리는 생명이 깃드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변화를 올곧이 받아들이며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완전히 적응하는 것. 그것은 나무가 이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생명체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세월의 풍파에 휩쓸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해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힌 느낌이 들면서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런 의문을 갖는다는 건 인생에서 무언가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제각각이겠지만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스스로 느끼는 '존재가치'가 아닐까. 나라는 존재가 꼭 필요한 존재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본성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생에서 일이 갖는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존재 가치를 발견할 수 없으면 그 삶은 늘 허기질 수밖에 없다. 즉 일을 한다는 건 돈을 버는 행위를 넘어 삶의 양식을 얻는 것이다.

인간사라고 다를까. 지난한 현실 앞에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린다. 공자는 마흔이 되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과연 마흔이 됐다고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간은 작은 유혹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시련 앞에 맥없이 무너지는 약한 존재다. 그러니 흔들리지 않으려 너무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흔들리며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힘을 빼고 세월의 흐름에 온몸을 맡겨 보는 것. 바닷가 포구에서 거친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는 팽나무처럼 말이다.

도종환 시인이 말했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고 흔들리지 않고 곧게 서는 줄기도 없다. 나무가 하늘을 향해 높이 자랄 수 있는 것도 바람 앞에 무수히 흔들리며 살기 때문이다. 때론 가지가 꺾이기도 하고 꽃과 열매를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결국 중심을 다 잡고 더 센 바람에 맞설 힘을 키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흔들리지 않으려 너무 애쓰면 오히려 쓰러지게 된다. 그러니 흔들린다고 자책하지 말자. 흔들리되 다시 중심을 잡고 가면 될 일이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 걷다가 시련 앞에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고 또 걸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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