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카베 악바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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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최대 화제작, 아마존 TOP 20·뉴욕타임스 TOP10 순위에 오른 시인이자 소설가인 

카베 악바르의 작품이다.



미국 내에서 화제가 된 만큼 내용 속에 품고 있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저 상실이란 말로 대변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이 찾아 헤매는 순교자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찾는 여정을 그린다.



이란계 미국인인 사이러스는 엄마가 타고 있던 항공기를  적으로 오인한 미국의 격추참사로 잃고 그 충격 후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온 아버지와 함께 살던 젊은이다.



그런 아버지마저 어이없이 삶을 달리하면서 이제는 이란에서 격동적인 혁명의 바람과 함께 그 현장에서 전쟁터로 차출돼  모종의 비밀엄무를 담당했던 하나 남은 혈육인 삼촌만 있을 뿐, 그에게 삶이란 하루하루 살아내야 하는 무의미의 연속이자 죽음에 집착하는 실의에 빠진 젊은이 모습으로 비친다.



그런 그가 약물중독과 알코올 중독에서  다시 빠져나오면서 겪는 그의 일상패턴들은  자살 충동을 겪으면서 의미 있는 죽음이란 있는 것인가? 있다면 위인들은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가에 대해 집착하며 일명 '순교자 프로젝트'를 행한다.



어느 날 친구 ' 지'가 전해 준 암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기 위한 진행으로 독특한 행사를 벌이고 있는 오르키데를 알게 되고 그녀가 실제 자신의 작품과 함께 화랑에서 방문하는 관객들과 소통을 나눈다는 소식에 죽음을 앞둔 그녀에게 어떤 기대감을 막연히 갖게 되면서 마주하게 된다.




그녀를 만나러 브루클린에 간 그는 과연 그녀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얻을 수 있을까?








작품을 읽으면서 삶과 죽음, 여기에 죽음이 중심으로 자리하면서 죽음 안에 순교단 단어가 차지하는 의미를 생각해 보며 읽게 됐는데 사이러스란 인물은 아랍계 이민자로서 미국인으로 살아가지만 미국 내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과 엄마의 죽음이 한 가정을 어떻게 아픈 상처로 남게 하는지, 아버지의 희생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보다 편안한 삶을 이루게 된 과정들에도 그가 생각하는 순교자란 의식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290명의 희생이나 289명의 희생이나 죽음이 차지하는 영역에는 별반 특출한 것이 없다는 평범함이 지닌 의식이 되려 그에겐 순교자로서의 가치가 무색해지게 만들어지는 현상으로 남는 아이러니함이 깃들어 있다.



 그런 가운데 전쟁의 트라우마로 젊은 청춘의 한 순간을 바쳐야 했던 삼촌의 일생, 엄마와 아버지의 인생, 엄마의 감춰진 비밀, 그밖에 그가 다룬 '순교자의 서. docx.'에 담긴 인물들의 이야기들은 모두 살아있었지만 죽음이란 것을 맞이한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곁들이면서 순교자의 의미를 다각도로 그려 보인다.



여기에 오르키데의 반전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시야로 죽음이란 것에 대한 것을 다시 되돌려보게 하는 묘미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으로 남는다.



자살이란 충동에 시달리면서도 자살의 대죄는 탐욕이라고 생각하는 사이러스의 일침은 순교와 다시 분리되면서 순교의 뒤에 감춰진 살아있음에 대한 인생의 흐름들이 그가 다시 인생과 사랑에 대해  깨닫는 일환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태어남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동반하게 된다는 사실이 이 작품 속에서는 순교자!라는 외침과도 비슷한 뉘앙스를 주게 하지만 순교의 순수한 의미가 결국은 생의 한 이면 속에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한 반추를 일으킨다는 데에 오히려 사이러스가 다시 생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할 수도 있는 의미로 다가왔다.







어쩌면 약물과 술 중독에 빠진 삶에서 자신의 눈으로 보고 듣는 과정을 통해 상실이란 삶에 익숙했던 그가 빠져나오고 싶었던 절박한 심정의 행동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했다.



미국과 무슬림을 동시에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 개인이 겪은 상실의 상처를 환상과 실제의 삶을 통해 보인 독특한 작품이라 새로운 소설을 찾는 독자들에겐 만족할 것 같다.







****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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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 자매 편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이노우에 마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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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신작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펼쳐진다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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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있었다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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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아빠, 경찰인 엄마 사이에서 성장한 인티는 부모의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이혼한 가정 소녀, 성장하면서 부모들로부터 받은 영향은 현재 자연 재야생화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온다.



그녀가 생물학자인 동료들과 14마리의 늑대를 이끌고  프로젝트 실현을 하기 위해 온 목적은 오직 하나,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를 방사하고 자연에 적응시킴으로써 사슴들이 초목을 휩쓸고 간 자연을 다시 되살려놓는 것, 하지만 이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문제는 이미 농장을 갖추고 양과 소를 풀어놓은 목장주 및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이루어놓은 것들을 늑대에게 위험이 될 부분들로  수용하면서까지 협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난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늑대 한 마리가 목장주에게 죽임을 당하고 이어서 가정 폭력자인 스튜어트가 참혹한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된다.



늑대 죽음 이후 모든 시선이 죽은 이에 대해 쏠리는 가운데 누가 그를 죽였는가와 늑대에게 더 이상 당하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마을사람들을 대하게 된 인티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자연이 인간 및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영향을 끼친 부분들은 일찍이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 그 정복한 땅에 대한 소유권을 가짐으로써 더 이상 모든 생물들에게는 공평한 자연이 아니다.








작품 속에서 재야생화를 기반으로 늑대를 풀어놓음으로써 먹이사슬 체계의 온전한 생태계를 이루려는 인티에겐 아버지의 영향 또한 컸지만 늑대의 출현과 함께 마을주민이 죽은 사건은 늑대란 개체에 대해 인간들이 느낄 수 있는 위협과 방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설정들이 긴장감을 드높인다.



천성적으로 거울촉감공감각이란 증세를 갖고 있는 인티가 늑대를 비롯해 상대방이 느끼는 모든 감감과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설정은 늑대보호라는 차원과 인간과 함께 하는 삶의 두 가지 길에서 많은 딜레마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인다.



여기에 쌍둥이 동생 애기가 과거에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함께 스코틀랜드로 오면서 인티가 겪은 고통과 인내심은 사건의 터너페이지로 등장하면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의 여건에는 무엇을 수용하고 공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많은 고민들을 던진다.




나약한 인간이 늑대보다 더 강하다는 인식, 내 땅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참을 수 없다는 인간들의 공통된 마음들, 여기에 분명 자연의 회생은 반기지만 나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거부하게 되는 순간들의 위기들은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숲을 되살리려는 자들의 힘든 여정들이 한 편의 그림처럼 그려 보인다.







특히 늑대와의 교감들, 그들의 생태계를 익히 알고 있는 인간이란 존재가 어떻게 교감을 나누는지, 뒤에 갈수록 인티가 심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결정들은 자연이란 큰 울타리 안에 서로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태계의 절묘한 순간들은 필요한 만큼 취하되 결코 선을 넘지 않은 동물들 세계를 우리 인간들은 어떤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을지, 저자는 자연 속에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무리로 살아가는 늑대들의 생활상과 인간들의 삶을 고른 시선으로 보임으로써 자연으로의 회귀를 진지하게 다가설 수 있게 그렸다.



사랑과 인내, 고통과 불신이 난무한 가운데 결국 다정함이란 감정이 있음으로써  모든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해 보는 소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생명체는 사랑은 안다는 문구가 와닿는 작품이다.











****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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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핍 윌리엄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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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 중에는 예전부터 사용되어 오던 것들도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만큼 단어들 또한 우리들 곁에 잠시 머물다가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조어나 짧게 머리글만 따서 불리는 단어들이 입에서 입으로 자연스럽게 불린다.



지금은 우리나라 고유의 말도 일상화로 다시 쓰이는 단어도 있지만 사어로 우리들 삶에 사라진 단어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단어의 생성과 소멸들의 시간을 되새겨보게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편찬 역사를 바탕으로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소설은 에즈미란 주인공의 성장사, 남성 위주의 사전편찬작업을 하던 시대에 여성으로서 남성들과 함께 작업을 도우면서 여성들이 실제 사용하는 단어를 모으는 일까지 전반적인 그녀의 생을 통해 단어가 품은 정의와 쓰임새에 대한 생각을 던진다.



엄마를 잃은 어린 에즈미가 편찬작업을 하는 아빠 곁에서 단어공부를 하던 '스크립토리엄'은 그녀의 생활터전이자 성장하는 곳으로 머리박사를 위시해 많은 조수들이 각지에서 온 많은 쪽지들과 그에 합당한 예시들을 찾아가며 분류하는, 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 곳이다.



우연히 그녀가 바닥에서 주운 쪽지에 적힌 단어는 'Bondmaid (여자 노예)였고 그 의미는 머리 박사 집에서 집일을 도와주고 있는 '리지'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트렁크에 차곡차곡 단어들을 수집하는 에즈미는 이후 연극을 하는 틸다, 빌, 메이블을 만나면서 페미니즘 운동과 실제 생활에서 여인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알게 됨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힌다.




실제 그녀가 겪은 임신과 출산, 입양,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딛고 다시 연필과 쪽지를 지니면서  작업에 몰두하는 과정은 그 당시 남성들에 의해 채택되고 사용된다는 단어의 한계성을 넘어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 속에 다듬어진 잃어버린 단어들을 모은 것을 토대로 하나의 사전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여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이는 자신의 뜻을 알아봐 주고 응원해 준 조판공 개러스의 사랑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드러난 사전편찬이란 진행이 우리가 쉽게 펼쳐서 사용하기까지 각고의 노력과 열정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느껴보게 한다.



하지만  남성들 위주의 채택된 단어가 많았다는 사실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에즈미가 이런 허점을 보완하면서 여성들의 단어를 찾아주는 여정은 수용하고 품어주는 단어의 생명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여기엔 사회와 관습적인 문화가 기준이 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는 언어라는 것이, 단어와 단어가 서로 어울리면서 고립된 독자적인 의미가 아닌 서로 의미를 공유함으로써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단어에는 끝이라는 게 없다. 그 의미에도, 그것들이 사용되는 방식에도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단어들의 역사는 너무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현대의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는 일은 원본의 메아리, 혹은 왜곡된 버전을 듣고 보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종종 그 반대로 생각하곤 했다. 기이하게 생긴 옛 단어들은 그것들이 결국 취하게 될 형태의 서투른 초안이었을 거라고 말이다. 우리 시대, 우리의 혀 위에서 빚어지는 단어들이야말로 진실하고 완결된 것이라고. -  p.295




지금도 무수히 많은 단어들을  사용하는 우리들이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소설이라 의미 있게 다가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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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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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 악기 중에서 뭔가 마음을 다스리게 하면서도 찡한 울림을 주는 것이 해금이란 생각이 든다.



두 줄로 된 해금이란 구조,  활을 이용해 다루는 각기 다른 음역대의 소리울림,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듣는 이나 연주하는 이의 입장 모두가 한국고유의 정서를 나름대로 해석하며 들을 수 있는 악기가 아닌가 싶다.




한국 해금연주자 중 포스트록 밴드인 '잠비나이' 일원으로서  전 세계적인 유명한 공연을 하고 있는 저자의 생생한 음악세계를 들여다본다.



처음 서편제 영화를 보고 관심을 두던 중 판소리 전공분야가 없어 해금을 선택했던 그의 첫 해금연주 인생은 이후 해금이라는 악기에 대한 세부적인 악기의 다룸과 만들어지는 과정, 그 안에서 한국전통 음악과 록의 조화를 통한 음의 확장세계는 기존의 크로스오버 음악이나 컬래버레이션 음악세계와는 확연히 다르다.



처음 잠비나이 밴드를 알게 된 것이 평창 올림픽 폐막식, 모방송 음악프로그램에서 음악해석을 통해 색다르게 불러대는 그들의 음악이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세계를 알 수 있게 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흘러가는 음이 있는 듯하다가도 태고의 고요함 내지는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음색의 변주는 처음부터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역대가 아니었던 관계로 그들이 하나로 통일되어 다루는 음악을 다시 들어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데서 기존 음악밴드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공연을 통해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순간의 감정을 공유하는 가운데  그녀가 꾸준히 질문하고 다시 연주자의 자세로 돌아가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들은 전통 음악가로서의 자긍심을 느껴 볼 수 있었다.







예술가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관객과 함께 하나가 된다는 것, 해외 팬들 일부는 그들의 공연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음악이라는 만국 공통어는 모두의 가슴을 울리는 역할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한 자신의 음악 인생을 에세이 형식을 빌어 풀어낸 해금 연주자 김보미, 요 근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해금이라는 악기 연주를 통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음 하는 바람이다.








****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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