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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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대학원 2학년 생인 고가 겐토는 어느 날 바이러스를 전공하는 대학교수인 아버지가 쓰러져 사망하고 난 지 얼마 후 아버지로부터 메일을 받게된다.

 

 당신 자신이 연구하다 만 이상불명의 기프트라 불리는 실험의 완성 시한을 주고 신약개발을 해 줄것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평소의 아버지의 전공과는 다른 신약개발에 힘을 썼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던 고가는 아버지의 부탁을 실행하기 위해 한국의 유학생 정훈이란 사람과 만남을 가지고 연구를 하게된다.

 

 육군특수부대 출신으로 폐포상피세포경화증이란 병을 앓고있는 아들 저스틴을 두고 있는 조너선 예거는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라크 전쟁터에서 민간인 군 출신으로 전역, 생활을 이어간다.

 

 아들 병에 특별한 약이 없는 상태에서 한낱 희망을 갖고 살아가던 중 미 공군 항공 구조대 출신의 마이어스,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의 일본인 믹, 해병대 출신이라고 소개한 워런 개빗과 함께 콩고의 피그미 족의 하나인 음부티족과 나이젤 피어스라 불리는 인류학자를 살해하고 오라는 특수명령을 받고 떠나게 된다.

 

 미지의  생물 발견시 즉시 살해명령과 함게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단 사실만 믿을 뿐, 아무것도 모른 채 도착한 그들 앞에 선 피그미 족 안에는 현 인류보다 한  단계 지능이 상승한 아키리라고 불리는 3살된 아이의 피그미 족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살해 명령을 수행해야 할지에 대한 갈등에 쌓인다.

 

 한편 미국의 백악관에선  30여 년 전에 보고된 하이즈먼 보고서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사실을 근거로 지능인류를 제거하고 미국에서 잡은 인질을 죽음의 고문 장소로 보낸 것을 폭로한 개럿을 죽이기 위한 일환으로 이 모든 계획을 주도한 번즈 대통령, 그 휘하의 CIA , 국방부의 모든 중요 수뇌부들이 멜빈 가드너 박사와 아서 루벤스라는 뛰어난 두뇌 소유자의 계획 아래 실행이 된다.

 

 한 편 고가는 일본 내의 예거의 아이와 일본 내의 또 다른 아이를 살릴 약 개발에 시간의 제한, 자신을 뒤쫓아오는 사카이유리란 여인, 미 FBI 의 추격까지 받는 등 온갖 고생을 하는 여러 상황들이 그려진다.

 

 가끔 TV에서 미 확인 비행물체가 확인이 됬다는 얘기, 화성에 우주 탐사선을 보내고 조사를 하는 과정 중에 생물이 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증거들이 포착됬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생각을 한다.

 

 과연 아름다운 지구 말고 정말 다른 행성에 우리와 같거나 뛰어난 지능을 가진 생물이 만난다면 과연 우리에게 해가 될까 , 이익이 될까?

 

  이 소설은 지구인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지능을 가진 아이로 태어난 피그미족이 자라서 자신들의 지능보다 떨어진 자신들, 즉 주도적인 입장인 백악관의 번즈라는 대통령이란 인물을 내세워 자신들이 현저히 떨어지는 결과물로 추락하는 것을 막고자 이를 제거하는 행동으로 보여지는 과정을 SF와 추리를 가미한 아주 실감나는 소설로 그려낸 작품이다.

 

 제노사이드란 명칭이 주듯이 이 책에선 고가 겐토라는 일본인이 한국 유학생인 정훈이란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서 서로의 결과물을 추출하고 완성해내는 과정, 그 중에서 한국인들이 느끼는 "정"이라는 의미, 관동대지진의 희생물인 조선인들, 난징 대 학살의 사건들을 일본인 작가치고는 아주 양심적(?)으로 드러내주는 대목이 관심을 끈다.

 

 인류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또는 다양한 여러가지 이유를 내며 다른 인종을 학살하는 현장을 아프리카의 르완다가 겪고 있는 현실의 세계, 그 안에서 풍부한 천연자원 갈취를 취득하기 위해 이들을 이용하려는 선진국들의 고발성 짙은 행태를 비판하고 여기에는 팍스 아메리카나라고 자부하는 미국이라는 강대한 나라의 실지 권력자인 대통령이란 사람이 자신이 가진 권력을 토대로 흔드는 과정이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기막힌 맛을 선보인다.

 

 국가의 인격이란 의사 결정권자의 인격, 바로 그 자체였다. -P258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또 다른 지능인류를 내세움으로써 겐토나, 예거, 양심있는 다른 사람들의 뜻대로 이뤄지는 소설의 말미는 다시 각자의 길을 걷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책을 덮고나서는 이것이 소설이라고는 하기엔 아주 가까이 , 체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현실성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은 아마도 작가의 솔직한 감성을 용기있게 드러내놓고 쓰여진 것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국내에서 많은 독자들이 읽었다고하는 이 소설을 이제서야 읽게됬지만 소설이 주는 다양한 소재의 무궁무진함 속에 지금도 곳곳에서 , 다만 뉴스에서 자신들의 이익이 안되면 크게 보도가 되지 않는단 문구처럼 제노사이드가 행하여지고 있단 생각을 하면 맘 편히 읽을 수있는 책은 아니다.

 

 특히 아프리카에 도착해서 고릴라들의 행동을 묘사한 부분은 아주 참혹하다 할 정도로 잔인함마저 느끼기에 이 소설이 주는 제목처럼 다양한 제노사이드를 고발하면서 동시에 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평화롭게 살아 갈 수있는 물음에 대한 철학적, 인류학적, 생물학적, 도덕적인 모든 학문을 드러내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여기저기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 보이기위해 역사적인 배경부터 현 인류가 행한 잔인한 행동까지 모두 나타내려는 의도가 많이 앞선감은 있지만 십분 작가의 뜻대로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새롭게 제노사이드가 주는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것 같다.

 

 근 700여 페이지에 가까운 , 다른 책의 활자보다 크기가 작게 나온 책이지만 예거의 추진력과 부성애, 겐토의 청춘이 드러나는 행동, 기타의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 맞게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행동하는 이기심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놓칠 수없는 , 꼭 한 번은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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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D 2013-05-2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꺅~나도이책진짜재밌게봤어요.^^
최근에독일소설중에<너무예쁜소녀>라는책도진짜재밌게봤는데요,이책은영화로나오면좋겠다는생각이들더라구요.


북노마드 2013-05-29 14:13   좋아요 0 | URL
정말 재밌죠?
소재도 신선했고, 먼 미래에 이런 일이 꼭 일어나지 않을리란 보장이 없을 만큼 실제적인 체감이 느껴진 책이죠.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 제4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이수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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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은 홍이란 여친으로부터 차였다.

 

 홍은 고양이를 키우고 고양이을 연상케하는 머리띠에 옷 차림을 즐겨했고, 커피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커피라면 마키아또에 생크림은 올라가줘야 커피다운 커피라고 생각하며, 고양이를 싫어하진 않지만 아주 좋아하지도 않는 관심 밖의 동물이었다.

 

그런 나에게 자신에 대해 아무런것도 이해하지 못하며, 고양이만도 못하단, 평범해서 이별한단 통보에 한은 그녀와 다시 만나기위해 그녀가 가입한 고양이 카페 정모임에 가게되고 그 곳에서 한바탕 일을 치른 후 김B라는 여자의 제안을 받는다.

 

자신은 안티 버틀러 클럽의 회원이며 한의 여친인 홍을 찾아주겠으니 자신과 뜻이 맞는 카페에 가입하자는 것- 그 곳의 회장은 곽이란 사람으로 고양이 사료 공장의 간부였고, 그 밑에 고양이 고기만을 원하는 윤형자란 아내를 둔 같은 회사의 직원 박씨 아저씨, 고양이 상을 한 여인에게 상처를 받은 오 라고 불리는 대학연구실  연구생, 자신의 아버지가 소설가인 것을 자랑으로 알고 있었으나 아버지의 절필과 함께 세상의 모든 소설들을 증오한다는 소설지망생 남궁이란 사람으로 회원이 모이게된다.

 

여기엔 장국태란 대선 출마의욕을 가진 사람이 고양이를 사랑한단 모토아래 고양이 카페 모임의 전적인 후원을 받고 있는 것에 착안, 곽을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출마저지를 위한 거대 프로젝트에 동참한다.

 

개인마다 저마다의 취미가 다르고 관심이 가는 분야가 다르다.

 

 이를 염두에 두고 모든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상대방의 취향에 대해선 그 사람의 것을 존중해줘야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자신과 다른 취향을 가졌다고해서 세상 밖의 모자란 듯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통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하는 점(김B는 바로 이런 것에 대해 언어의 바벨탑이라고 생각한다. ), 고양이를 상전모시듯 떠받들고 자신들은 버틀러 , 집사라고 불리면서 소규모의 카페가 점차 커지면서 이를 위시해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멸하고 꺼리낌없이 깔보는 행태를 비웃는 형식의 소설이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다.

 

 곽은 장국태에게 어린 시절 고양이 때문에 멸시어린 말을 듣게됬고 , 박씨는 고양이 비슷한 인상을 가진 부인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바라는 대로 고양이를 잡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게된다.

 

이는 비단 고양이 뿐만이 아니라 타의 다른 것에도 견주어 볼 때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자신들 위주의 세상에서 내모는 사람들에게 경고성을 날리기 위해 일을 치르는 과정까지 이르게 되고 이는 우리들 맘 속에 어느때고 폭발할지 모르는 배신감과 함께 복수심을 때론 말에서, 때론 행동으로 보여준다.

 

 어떤 사람은 소설을 좋아하고 어떤 이는 인문학, 경제학, 영화, 음악, 이 중에서도 각기 다른 분야를 또 나뉘어서 좋아한다는  개인적인 취향을 어떻게 타인의 취향고 함께 존중해주면서 공존해 나가서 살아갈 수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울리는 소설이다.

 

 별 볼일 없는 평범한 한이 인터넷을 타고 일명 유명한 사람으로 바뀌자 다시 시작하잔 홍의 말에 한은 가차없이 그녀를 외면하고 진정 고양이를 기르게되는 집사의 과정, 김B가 서로 다른 쟝르의 음악을 들어보는 과정, 한이 아메리카노의 쓴 맛, 단 맛, 고소함을 알아가는 후반부의 과정이 참으로 보기 좋게 그려진다.

 

 내가 좋하하는 것을 권유해 볼 수는 있지만 타인이 싫다고했을 때는 그것 또한 존중해주어야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함을, 이 책은 한 사건을 통해서 어리숙하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결연한 결심 아래 세상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 행동은 소설을 통해서라도 진정으로 함께 웃을 수있는 너와 내가 살아 갈 이유를 말해 준다.

 

 

모든 취향은 동일한 만큼의 가치를 지닙니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우열이 가려질 수는 없습니다.

호불호가 외압에 의해 결정될 수 없는 것은 취향이란 것이 그만큼 순수하단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자신의 취향이 소중하다면 타인의 취향 또한 소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모든 이의 취향은 존중 되어야 합니다.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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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봄꿈
한승원 지음 / 비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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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의 근대화 과정에서 결코 간과할 수없는 것 중에 하나가 동학농민 운동이다.

 

 순수한 우리네 민중들의 힘을 모아서 탐관오리와 정치의 무능함, 일본과 러시아, 영국, 미국, 그리고 청의 야심찬 먹이감의 대상으로 찍혔던 우리나라의 암울했던 정치사에서 한 획을 그은 이 사건의 발단도 작은 불씨에서 시작을 했지만 이는 곧 전국적인 운동으로 발전이 되는 계기가 됬다고 학창시절에 배운다.

 

 여기 이 동학운동의 마지막 불꽃을 사르다 간 일명 녹두장군이라 불리는 키 작은 전봉준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책이 나왔다.

 

 일대기라고 해봐야 전봉준의 태생부터가 아닌 동학농민이 공주 우금치에서 뜻하지 않은 일본의 현대식 총에 모두 당하고 도망다니던 중 붙잡히면서, 아니 붙잡혀 주면서 한양에 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책이다.

 

 일개 한 명의 백성에 지나지 않았던 그가 왜 동학의 운동 선봉장이 되기까지 그가 같은 동지였던 사람들로부터 몽둥이로 다리와 발을 맞고 부상을 당하면서 가마에 태워져 끌려가기까지, 지나치는 곳곳마다의 그 시절의 회상과 자신의 목숨을 두고 조선인으로서 일본에 귀화, 이토 히로부미의 양아들이 된 이토란 자가 회유를 하면서 겪는 개인적인 고뇌가 담겨있다.

 

 누구나 한 세상 태어나서 아무 탈 없이 살다가길 소망한다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있던 위인들은 적들에게 꿋꿋히 자신의 굳은 의지를 드러내 놓는 반면 전봉준은 많은 생각을 한다.

 

  지금  자신의 한 목숨을 희생양 본보기로 삼아  한양 대거리 한 복판에 머리가 걸려있는 것을 본 백성들과 동지들이 다시 일어설 것을 원하는 삶이냐, 아니면 이토의 말처럼 귀한 목숨,  미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잠시 유보를 한다는 뜻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이토 히로부미의 양아들로 들어가서 철저한 일본사람으로 세뇌당하면서 선진국으로 가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여 다시 조선에 들어와 새로운 세상을 펼칠 것이냐를 두고 생사의 결정를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중심이라고 할 수있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한층 우리의 가까운 사람으로서 전봉준을 느끼게 해 준다.

 

누구나 목숨은 아까우며, 설사 그것이 책에서만 접하는 위인들을 두고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전봉준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주는 느낌은  이렇게까지 치욕과 능멸, 자신을 가마에 태우고 가던 조선인들까지 무참히 살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단 한계를 느껴가는 전봉준이란 사람, 그리고 자식과 아내를 생각하는 지아비로서의 전봉준, 자신이 믿는 한울님을 대상으로 동학이란 것을 일으키기까지의 벼슬아치들과의 담판, 이토의 말에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결코 자신의 뜻을 굽힐 수가 없었던 한 조선인의 삶 모습이 세심한 글로 독자들을 이끈다.

 

무엇때문에 이런 곤란을 겪으면서까지 나는 일어서야만 했을까?

바로 밥의 문제가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밥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바로 생명이다. 그런 생명을 나도 모르게 억울하게 당하고 빼앗기고,이건 아니다 느낄 정도의 나라가 엉망으로 가고있던 때, 밥을 찾기 위한 우리 민초들의 항쟁이 열강의 개입, 무엇보다 위정자들의 그릇된 탐욕,착취가 결정적인 우리 근대사의 한 관통을 지나가는 전봉준이란 인물을 통해서 과연 내가 전봉준이라면 난 내 목숨을 버릴 수 있는가에 대한 삶의 원초적인 욕망을 물어보게 됬다.

 

 밥이 하늘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모두 밥을 만들려고 산다. 밥을 쟁취하려고 싸운다. 더러운 밥이 있고, 깨끗한 밥이 있고, 떳떳한 밥이 있고, 부끄러운 밥이 있다. 내가 일어선 것, 고부 사람들이 관아로 몰려가 사또에게 대든 것, 아버지가 사람들의 소두로서 항거하다가 곤장을 맞고 장독으로 죽은 것, 호남 일대의 사람들이 죽창을 들고 일어선 것이 다 이 밥 때문이었다. 일본 사람이 조선 땅에 들어온 것도 조선 사람의 밥을 빼앗아 가려고 온 것이다. 조선 사람에게는 쭉정이만 먹이고 저희는 알곡을 탈취해 가려고 그러는 것이다. 전봉준은 국물을 후루룩후루룩 마시면서 생각했다. 나는 죽을 때 죽더라도, 그 슬픈 밥에 대하여 모두 말하고 나서 죽어야 한다.-p216

 

일본의 끈질긴 회유 앞에서 한 때는 굳건히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했다가도, 어느 한 순간엔 이것이 최선일까 하는 생각의 갈림길을 겪는 전봉준이란 인물 앞에서 파리만도 못한 목숨이란 말이 나올법한 위태위태한 삶을 살다 아무도 봐줄 이 없었던 한적한 곳에서 삶을 마감한 그의 생애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다.

 

 모처럼 생생한 사투리가 넘치는 살아있는 말들의 잔치를 읽었다.

 

 비옥한 땅을 가진만큼 많은 고초를 당하고 살았던 당시의 민초들의 삶 역시도 녹두장군이 가면서까지도 여전한 궁색을 면치못한 비참한 역사의 한 장면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지만 그가 남긴 인간적인 고뇌와 동학운동이 가지는 의미,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있는 뜻 깊은 의미를 다시금 뒤져보게 만들었다.

 

 이것이 아마도 글을 쓰는 작가의 어느 한 부분의 책임있는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씀으로써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유의 한 부분이며, 후손에게도 물려줄 책임을 져야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는 점에서 뜻 깊은 소설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인터넷서점에서 연재한 것이 책으로 엮여져 나와서 반가웠다.  

 신문에서 연재하는 글을 읽듯이 조금씩 조금씩 읽다보면 다음 내용이 정말 기다려지는 안달감일고나 할까, 뒤의 결말이 정말 궁금해서 너무 짧게 짧게 글이 올라온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 책으로 한꺼번에 다시 만나니 한숨에 읽어내려가는 맛이 역시 제격이다.

 

 소설가로서 현재의 젊은 층을 겨냥한 짧은 챕터형식으로 간략간략하게 글을 엮어나간 작가 님의 의중도 쉽게 알 수가 있고, 책 표지를 보니 겉은 노란 바탕에 전봉준을 실었으리라 짐작되는 수레와 그 끝에 새가 앉아있다.

 책 표지를 벗기면 다시 보라색의 책이다.

 

 흔히 미술에서 말하는 보색관계라고도 할 수있는 책의 표지 색상도 전봉준의 마음을 알아서였을까? 그 파랑새는 혹독한 동학이라는 겨울 잠에서 깨어나 비상의 날개를 펴고 한울님의 뜻에 따라 모두가 평안한 삶을 살아갈 수있는 희망의 날을 그리며 날아간 것은 아닐런지....

 

살아가는 인생의 한 커다란 고민의 갈래 길에서 전봉준은 그렇게 갔다.

 

                                       ~새야 새야 파랑 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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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와 몬스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8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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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도시 나니와에서 낙타를 매개로 하는 신종 인플루엔자 캐멀이 발생, 해외 여행의 경험이 없는 학생에게 발견이 되자 방송에선 연일 나니와 대학의 공중보건학의 교수가 방송에서 캐멀의 위험에 대한 경고성을 떠들고 급기야는 중앙정부에서 나니와 전체를 경제적, 의료적, 모든 생활에 필요한 봉쇄령을 지시한다.

 

하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캐멀로 인한 사망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보고되지 않았고, 이 사건의 배후는 이보다 훨씬 먼저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건의 내막은 전혀 뜻 밖의 상황으로 이어진다.

 

 나니와의 무라사베 지사는 히코네 신고 닥터로 불리는 보소 구명구급센터 병리진단을 맡고 있는 그로부터 그가 꿈꾸는 이상의 세계가 자신의 이상과 맞아떨어짐을 알게되면서 히코네가 주도하는 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여기엔 정부라 불리는 대표적인 후생노동성의 고위 관료들이 벌이고 있는 룰렛 게임을 비롯해서 감히 넘볼 수없는 그 곳을 불시에 들이닥쳐 모든 서류들을 압수, 취조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실시한 나니와에 대한 보복을 맞대면 하면서 음모가 점차 드러난다.

 

 단순한 캐멀로 인한 나니와의 봉쇄로 이어졌다고 생각되던 일들의 이면 뒤엔 일본 전 국토를 대상으로 봤을 때 경제적으로 그다지 큰 효율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고 중앙정부에 쓴 소리를 하고 있는 나니와를 비롯, 몇 개의 다른 도를 중점적으로 정부의 손보기식 계획성, 이에 대응에 실제 일본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던 일본의 국토를 분할해서 연방제 성격인 도주제 도입이란 정치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이해도를  그려내는 과정을 나타나고 있다.

 

 사법의 세계에서 절대 정의는 없다는 구절에 맞게 실제 자신의  조직에 충성하고 있던 인재들이 눈 밖에 나면서 한천지역으로 내모는 정책, 자신의 권위를 쥐고 지키기위해서 힘을 부리는 위정자들에 대해서 작가는 히코네라는 사람을 내세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실현이 무엇인지를 독자들로 하여금 깨달아가게 하고 있단 점이 이 소설의 큰 두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히코네의 그럴 듯한 일본의 삼 분할의 연방제 구도는 가상의 나니와를 비롯해 미운오리새끼로 당하고 사는 도를 중심으로 실제적으로는 의료계 전반에 흐르는 만연의 행태와 검찰과 경찰청의 기득세력 유지, 그 가운데 사법의 힘에 균형을 맞출 수있는 것은 의료밖에 없다는 히코네의 주장이 결코 허구로 들리지 않는 논리정연한 글의 흐름이 맛깔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연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란 말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려했던 히코네의 의중은 결국 사후화상센터의 관할이 의료계에서 쥐고 있어야함을 무사라베 지사에게 가능한 이유임을 내세우지만 이마저도 마지막에 무너져버리는 안타까운 정치의 현실과 그 내막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필연의 결과임을 이어가게 해 주는 현실에서 결코 한 발짝 벗어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음을 보여줌으로서 앞으로 인간들이 살 세상에서 꿈꾸는 진정한 이상의 세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그간 영화나 드라마로 의학을 다루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고 케이블에서 바이러스란 드라마도 하고 있다.

 

인간의 세계에서 변종의 바이러스는 계속 발생할 것이고 방역이니, 검역이니에 대한 초동부터 시작되는 행동은 제쳐두고라도 작가가 던진 이 이면들 뒤에서 실현되고 있는 관료주의 나태함, 진취적인 발상과 제시를 하는  부하들을 저버리고 기득권 유지에 힘을 쓰는 인간들의 계획은 많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들도 한 번쯤은 읽어도 정치를 해 나가는 데에 도움을 주지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력답게 일본을 배경으로 했다고는 하나 의료계의 현실과 어두운 뒷면을 고발하는 책이라 허구가 아닌 실제의 이야기들을 듣는 듯한 기분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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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기다림 민음사 모던 클래식 63
나딤 아슬람 지음, 한정아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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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 산악지대 인근에 70대의 영국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진보적인 여성인 카트리나와 결혼한 마커스는 텔레반의 침공으로 아내를 투석형에, 아프간의 두 군벌인 굴 라술과 나비 칸의 싸움에 딸 자민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다.

 

 어느 날 자신의 남동생인 베네딕트의 행방을 알고있는 , 같이 탈영했다가 되돌아 온 동생의 전우로부터 자민과 동생이 같이 도망쳤단 말을 듣고 생사확인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마커스를 찾아온다.

 

 데이비드- 베트남 전에서 행방불명이 된 형 조나선을 찾아나섰던 그는 대학 시절 아프간 여행 중 미국 대사관에서 인질범으로 잡혔던 경험으로 보석상을 가장한 CIA요원으로 활동 중 자민이란 여인을 만나고 사랑을 하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못하고 자민을 잃게되고 그녀가 낳은 베테딕드가 강제로 범한 결과의 생명인 아들 비흐자드도 같이 행방불명이 되면서 마커스와 연을 맺게 된다.

 

 카사-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알카에다 반군에 소속이 되어  철저한 알라의 신의 계시에 의해서 자신의 생명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청년으로 마커스의 집에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고 그의 집에 머물게 된다.

 

두니아- 이슬람의 여성으로서 학교 선생을 하고 있지만 눈에 가시인 그녀가 교육을 한단 명목아래 남.녀간의 공학과 교육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잠시 그들의 눈을 피하고자 마커스의 집에 오게된다.

 

 작가의 태생이 파키스탄이다.

 

 소설적의 배경이 되는 아프가니스탄의 옆에 붙어있고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무슬림이 장악하고 있는 나라에서 지금까지 몸살을 앓고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 다른 시각에서 그려진 것보단 훨씬 사실적이고 냉정하다는 느낌이 우선 든다.

 

같은 이슬람을 믿고 있는 나라라고 해도 우리가 알고있는 터키의 정교분리가 아닌 정교일체의 나라에서 벌어지고있는 여러상황들이 위의 각기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서로의 상황과 상처들이 려지고 있기에 비교해 보는 면이 훨씬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지않나 싶다.

 

 그 전에는 주로이슬람이란 종교가 가진 특색과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르포형식의 글을 읽었다면 소설로서는 오르한 파묵이란 작가를 통해서 소설로서 이슬람과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 좀 더 어둡고 침침한 어떤 보이지 않는 장막의 이야기인 것은 샤리아르 만다니푸르의 <이란의 검열과 사랑이야기>를 들 수가 있겠다.

 

그런데 이 소설은 아프가니스탄이 걸어 온 현대의 굴곡진 역사를 함께 한다.

 

불교가 왕성했던 흔적인 불상이 마커스의  향수공장에 묻혀있는 불상의 표현에 이어서 이슬람이 들어오면서 영국의 침공, 소련, 탈레반, 미국의 침공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역사를 같이 하고 있고 이 와중에 주인공들은 모두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역사의 한 이면에 희생을 당한다.

 

책을 아끼고 사랑했던 두 부부가 책을 보호하기 위해 책에 못을 박고 천장에 박아 걸어놓은 장면을,아프간의 무력과 파벌간의 다툼 속에서 희생된, 종교적인 가르침에 어긋났단 이유 하나로 희생이 되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

 

딸의 정확한 죽음의 과정을 알지 못하는 마커스의 마지막 기다림은 손자와의 만남이다.

 

손자가 어떻게 사라졌으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기다리는 마커스 앞에 데이비드는 차마  자민이 어떤 식으로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가 없고, 아들같이 여겼던 카사와의 마지막 만남은 어쩌면 종교,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갈등, 개인 대 개인으로선 아무런 관심이 없지만 국가의 이익과 이념 앞에선 적을 죽여야만 하는 비극의 아이러니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에 읽으면서도 고개를 돌리고 읽고 싶지 않는 구절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매트에 대고 기도를 하면서 알라가 계시한 의미를 자신의 현 시점에서 갖고 있는 의무에 대해 달리 해석하는 카사와 두니아, 마커스를 통해 돈이 가지고 있는 악의 도용적인 힘이 아니라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고국 러시아로 돌아가 다른 길을 모색하는 라라의 결심은 희망의 기다림을 만들어주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된다.

 

 전쟁이 주는 상흔의 상처는 실로 엄청나다고 하지만은 이 아프간에서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자살폭탄 테러의 형성과정, 모슬렘들이 갖고있는 서방에 대한 비난적인 시선, 서방에서 바라보는 이슬람을 보는 시각적인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대화들을 통해서 느낄 수가 있다.

 

**모슬렘은 왜 자살 폭탄 테레리스트가 되는가? 그들은 짐승임이 분명하다. 그들이 인간이라면 그들이 저지른 행동을 설명 할 수가 없다. 요즘 서양인들은 계속 이렇게 떠들어 댄다. 그렇다면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에 탑승했던 사람들은 어땠는가? '야만인'이 아닌 '문명인'이었던 그 미국인들은 자기들의 삶과 조국과 땅과 도시와 전통과 관습과 종교와 가족과 친구와 동포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적을 저지하기 위해 목숨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기로 결심했고 결국에는 삶을 포기했다.  그들이 모슬렘 순교자들과 다른 게 뭐란 말인가? -p246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한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다가도 다른 사람의 현재나 과거로 바로 넘어가고 알라의 계시 말과 신화가 곁들여진 문구는 확실히 한 사람만의 이야기를 넘겨집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좀 참을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작가의 눈을 통해서 투영이 된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우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세상은 무엇인지, 혹 그 나라의 안전과 국민들을 구하기 위한단 전제 하에 행해지고 있는 무자비한 살상의 힘이 과연 정당성이란 도덕적인 무대 위에서 긍정의 박수를 받을 있는지 궁금해진다.

 

빨리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종교적인 힘이 주는 여파가 사람들에게, 역사 속에서의 진실성을 이해하는 과정과 문화가 주는 서로 다른 시각에서 오는 견제의 힘과 생각, 이해의 관계도, 그러한 가운데서도 사랑을 느끼고 , 용서를 빌고 용서를 하는 과정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던져준 진지한 책이었기에, 천천히 읽어보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 "약자들의 용서는 당신들 강자들이 들이마사는 공기 같은 거예요. 데이비드. 몰랐어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 조금 전에 분명히 느꼈을 거예요. 약자들의 용서가 있어야 당신들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곱씹어 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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