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인으로부터 유명작가의 책이 출간됬다고 연락이 왔다.

 "누군데?"

"음 ~움베르토 에코라는데? "

"그래, 그럼 찾아보고 연락할께".

 

그런데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나타나질 않는다.

그럴리가 없는데, 신작이면 의례히 인터넷 서점에 뜨는데....

 

다시 전화를 건다.

"찾아보니 없어.  확실해? 움베르토 에코가 맞아?"

"맞아~ 거 책 제목이 두 글자였는데",,,

 

알고보니 바로 파올로 코엘로다. 핀잔을 줬더니 하는 말, "아 움베르토 에코나 파올로 코엘로나 이름이 비슷하게 들리는것은 맞는데 뭘."..

 

웃을 수밖에 없었지만 내심 반가웠다.

내놓는 책마다 좋은 문장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들과의 호응이 좋았기에, 그의 작품들에 대해선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 내가 이제껏 접한 파올로 코엘로에 대한 느낌이다.

 

이 신작의 제목에서 주는 '불륜'이란 단어 자체가 다른 단어들보다 입에 올리기 거북할 수있는 데다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흐르고 있길래  작가는 기존의 제목과는 동떨어진 단어를 채택했을까?

 

 

31 살의 린다는 두 아이들과 능력있고 부유한 남편, 그 자신 또한 신문사에서 일하는 스위스 제노자에 사는 워킹 맘이다.

 

남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쳐질 것이 없던 그녀는 어느 날 뭔지는 모르지만 변할것 같으면서도 그 자리에 있는 현실에 대한 불안감, 이와 함께 불현듯 찾아온 우울증과 공허함에 어쩔 줄 모르게 되고 여러 정신치료를 받아 보기도 했지만 진도가 없다.

 

그런던 차, 풋풋한 첫 사랑 상대자이자 지금은 정치인으로 변한 야코프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가 자신의 상태를 알아 본 후 걷잡을 수없는 방황을 하게 된다.

 

당신, 행복해?” 그가 갑자기 묻는다. “당신 눈에 뭔가 있어. 훌륭한 남편에 좋은 직업을 가진 당신처럼 예쁜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슬픔이 보여. 거울에 비친 내 눈을 보는 느낌이었어. 다시 한번 묻자. 당신, 행복해?”_52p


물론 그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결혼생활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기에 알아봤다고는 했지만 그녀는 그와 타인의 눈에 비춰볼 때 유부남과 유부녀의 불륜이란 행각을 벌인다.

 

그러면서 남편과의 밋밋했던 부부간의 기존에 있었던 어떤 감정의 폭발을 다시 예전의 흥분의 감정으로  느끼게 되지만 맘 속의 죄책감으로 인한 괴로움을 감출 수가 없다.

 

파격적인 내용이라고도 할 수있겠다. (기존의 작품들과 비교해 보건대..)

 

그렇기에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입에 몰입하기기 쉽지만은 않았다.

 

물론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없는 존재이면서  더군다나 린다의 경우처럼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여성의 경우엔 그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본다면 행복에 겨운 투정이라고도 생각할 수있겠다.

하지만 인간이 똑같은 불행은 없으나 미지의 그 어떤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면, 소위 정신학과에서 말하는 우울증이란 병명을 갖지고 있다면 이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을 볼 때 린다의 경우, 그녀는 과연 야코프와 그런 행동을 하면서까지 자신이 아직 불확실하다고 느끼는 그 어떤 감정의 확인을 느끼려고 이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엔 소설로서의 장치가  좀 실망스러웠다.

 

그녀의 남편 말처럼 감정 표현에 서툴러 그녀가 해 온 행동을 알고 있었다는 뉘앙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 남편은 그녀의 미세한 감정기복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린다의 행동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안타까움이 들었다.

 

한없이 깊은 사랑을 하고 있었다고 밖에 말할 수없는 남편의 행동은 이런 남편이 과연 있을 수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그녀가 패러글라이딩에 몸을 내맡기고 비로소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봄으로써  사랑이란 확신을 느껴가는 묘사는 파올로 코엘료만의 독특한 문장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인간의 내면, 특히 린다라는 기혼 여성이 갖는 불안감의 행로를 찬찬히 따라가면서 읽는 마음의 기복과 변화의 흐름은 누구나 한 번쯤은 일상에서 오는 권태와 그것을 박차고 나가고 싶다는 욕망을 불륜이란 행각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는 것으로 , 다시 야코프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과정이 인간의 진실된 사랑과 남성 작가로서 세밀한 여성의 심리를 드러내놓고 있어 한 문장 한 문장 놀라움을 던져 준다.

 

 

내가 저지른 실수들, 다른 이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결정들,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해도, 오직 한 가지, 나의 사랑만은 우주의 영혼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_358p

 

 

처음엔 무서워서 날기를 거부했지만 한 발자국 떼면서 드넓은 창공을 날아간 린다의 한층 성숙한 느낌의 감정의 도달은 불륜이란 단어를 떼어놓고 보면 모든 인간들의 공통사인 사랑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을 알아가게 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유다의 별 - 전2권 유다의 별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월호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인데도 연일 지상에 오르내리는 소식들은 온통 우울모드다.

 계획적이건,  실수이건 간에 어쨌든 사람들이 살아 가면서 어떤 보이지 않는 의지의 대상에 기대 이런 현실 속의 아픔을 잠시 위로받고 그런 위안 속에 고통과 다가올 미래의 희망을 갖는 것엔 종교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크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 종교의 책임자이던 사람의 소식이 연일 오르내리면서 또 다시 종교의 본질과 그 속성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본의 아니게 작가는 기가막힌 절묘한 타이밍을 갖춘 소재로 책을 내놓았다.

 

-백백교(白白敎)-

실제 동학에서 파생된 유사한 종교였던 백도교(白道敎)에서 발전이 된 우리나라 사람이 세운 종교라는데, 실제 교주였던 전용해가 온갖 흉악한 죄(신도들의 재산 몰수, 노동착취, 강간, 살해, 신도 암매장)를 짓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후 그가 죽은 후에 그의 머리를 인체 표본으로  보관해 오다  2011년 10월 25일 화장되었다.

 

 

이 사실을 토대로 작가 나름대로의 가상의 살을 덧대 한국형 추리소설로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형사 이유진과 '어둠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지니게 된 고진이란 두 사람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면서 전모를 파헤쳐 나가는 형식으로 정통성 종교와 사이비 종교의 차이점, 그 안에서 맹목적으로 빠져 들면서 자신의 행동인지를 인식하지 못한 채 로봇처럼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어떤 것이 실제의 종교적인 가르침인지를 헷갈리게 할 정도로 극에 다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충격적이다.

 

 감옥에서 출소한 마약소지혐의자 반요한이란 사람이 감방 동기였던 남기만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가 모시고 있는 '대원님'이란 존칭으로 불리는 용해운 이란 사람을 만나면서 같은 공동체 생활을 해 나간다.

 

용해운이란 사람의 범접할 수없는 어떤 힘은 차례차례 동료들이 살해되면서 경찰의 타킷이 되지만 증검불충분으로 번번이 기각을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그들이 찾는 것은 일명 '광목으로 만들어진 끈'으로 끈에는 알지 못하는 수수께끼 같은 한글 자음과 숫자들이 나열이 되어 있고 이를 파헤치는 고진 변호사는 사채업자 김성노란  노인을 만나면서 백백교에 대한 숨겨진 채권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끈이 가리키는, 즉  채권이 숨겨져 있는 행방을 추적하려는 용해운과 고진, 김성노, 그리고 이를 둘러싼 피비린내는 맹목적의 살인방법들은 종교라는 이름 아래 돈이란 달콤한 미래를 보장하는 마술에 걸려 앞. 뒤를 철저히 계획한 무리들과의 싸움이  밝혀질 듯 , 밝혀질 듯, 조마조마한 숨가뿐 연속의 과정을 그려낸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질타의 행동이 되었을 그 모든 행위들이 백백교란 종교 이름 아래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던, 그러나 결국엔 배신의 맛을 보는 사람들의 인생은 종교가 가진 보이지 않는 힘을 제쳐두고라도 사이비란 종교 자체도 인식하지 못한 채 그에 매달려 자신의 인생을 올인한 안타까운 사람들의 행동이 연일 씁씁함을 던지게 한다.

 

 

"동기 없는 살인이 없듯, 동기 없는 자살도 없어. 상식에 맞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파 보는 수밖에……." (p.66)

 

사실상 사이비 종교 신도들은 교주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걸지만 정작 교주 자신은 세속에 대한 야망을 감추지 않는다는 데에서 오는 배신은 사이비 종교의 한계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직 판사답게 법이 가진 허술한 점을 드러내 보이는 정황상의 설정, 증거주의 채택이 주는 한계성 있는 범인 검거의 애로사항, 그리고 마지막 반전의 결말은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란 점에서 추리의 맛을 재밌게  맛보게 된 책이 아닌가 싶다.

 

 화미령 변호사가 한 마지막 말미엔 다음 차기작에 다시 고진과 화미령 변호사 나올 가능성까지 엿보게 되면서 법 앞에선 철저한 조사와 추리 과정을 거치지만 인간관계엔 사랑의 타이밍 조차 제 때 못맞추는 고진이란 캐릭터가 안쓰럽기도 했다.

 

 

인간의 끝없는 금전에 대한 야욕, 그를 넘어선 영원한 불로장생을 꿈꾸는 인간군상의 오밀조밀한 설정과 그 뒤안 길의 배신의 배신을 넘어선  허탈감이  다시금 밀려오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 - 그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장석훈 옮김 / 판미동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이 살아가면서 왜 사는가? 동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진정한 삶이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여기에 삶이 윤택해지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들도 많이 하기에 요즘은 이런 책들이 유행을 탄다.

 

이런 심오한 물음을  철학가라든지 사상가가 아니더라고 한번 쯤은 자신에게 던져봤을것이다.

 

 내 경우엔  신체적인 모습을 거울을 통해 과연 내가 누구일까? 정말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 그 자체의 인물이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던져 본 적이 있는데, 하물며 오랜 세월을 걸쳐 세계의 몇 대 종교에 해당하는 종교자이자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물음은 제쳐두고라도 이름만 들어도 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게 될 때 과연 평범한 사람들이 아님엔 틀림이 없다.

 

서양에서의 종교적인 신앙의 태두를 이루고 서양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예수, 그리고 민주주의 태동의 시발점인 아테네에서 이름을 날린 철학자인 소크라테스, 그리고 동양의 나라 인도에서 불교하는 종교를 태동시킨 붓다-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과연 무었일까?

책 소개의 첫 문구가 강한 호기심을 이끌었다.

 

누구나 다 아는 세 사람은 태어난 시기도 달랐도 나라도 달랐고, 인종도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날 많은 사람들의 의지의 대상이자 철학자의 대표로서 , 구원의 대상인 채로 남아있는 이들에게 과연 우리는 어떤 것을 들여다봄으로써 오늘 날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왜 사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에 근접해 갈 수있는 책이다.

 

철학과 종교란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본다면 특이했던 점은 역사적인 방법으로 근접했단 사실이다.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들의 이야기를 후대의 제자들이나 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사실들이 아닌 냉정한 시선에서 그려졌단 점에서 종전의 책들과는 다르다.

 

이들의 태어남과 성장, 그들이 행한 행실을 역사가 주는 시간과 사료들을 통해서 저자는 어느 한 곳도 치우침이 없이 고루고루 세 사람의 특성을 파헤친 점이 두드러져 보인다.

 

태어난 신분과 자라 온 환경이 모두 달랐음에도 이들이 오늘 날 존경을 받게 된 이유엔 활자로 남겨진 사실들이 아닌 구전에서 구전으로 전해져 온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사후에 이뤄진 경전과 성경, 그리고 타 작가들에 의해 쓰여진  증거물과 함께 이들이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실들 배경엔 당시의 종교적, 정치적으로 기득권 세력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더해졌다는 점이 흥미를 이끈다.

 

난세엔 영웅이 나타난다고 하는 말이 사실인 듯한 이들의 행보는 지금의 우리가 경제적인 풍요로움 속에 물질만능주의 휩쓸려 과소비의 행태로 살아가는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행실을 보여준다.

 

뛰어난 학식과 덕을 쌓았음에도 이들은 결코 허세와 과욕을 부리지 않았으며 이런 생각을 뒷바침해 주는 사상이나 종교적인 면에서의 공통점은 그들이 행했던 방향과 방식은 달랐어도 같은 점을 보인단 사실을 알게 해 준다.

 

소크라테스의 반어적인 아이러니 기법, 붓다의 짧은 우화나 일화를 빗대 대중에게 일깨워주는 방식, 이 모든 것을 이용하면서 직설 화법을 통한 예수의 방식은 모두 진리를 탐함에 있어 가장 근본적이고 근원적이며, 뭣보다 진정한 삶의 자세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이 바쁜 시대에 결코 홀로 잘 사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며 모든 사람들이 잘 살아가기 위해선  진정한 사랑과 그 사랑에 덧대어 진정한  삶의 자세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자신의 육신 자체의 안위보단 솔선수범하여 모든 것을 감내하고 이를 비로소 승화시켰기에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후대에 이르러 두고두고 그 분들의 말을 따르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각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철학 내지는 삶의 방향 제시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고 종교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사람이라면 보다 심층있게 그들의 삶과 말을 통해 보다 깊은 신앙심을 갖게 하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자신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소크라테스, 갈애를 없애고 자비를 통해 진정한 인간다운 삶을 제시한 붓다, 사랑을 온 누리에 펼치기 위해 자신의 몸을 고난의 십자가로 짊어진 예수의 삶과 말을 통해 진정한 삶다운 삶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으며 탐구하는, 진정한 진리의 길로 들어섬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닥터 슬립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가로서 이야기꾼의 재능을 지닌 사람을 꼽는다면 과연 누가 1순위에 해당이 될까?

 이미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글 솜씨에 대한 끼를 감출 수없어서 드러내 놓은 사람들이고 보면 이미 순위에 올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쉼 없이, 그것도 출간하는 작품마다 열렬한 호응을 접하기 어렵다는 점을 비춰본다면 스티븐 킹의 재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한다.

 

스릴이 주는 그 맛을 잊을 수없는 독자들의 심리를 갈파해 교묘하게 설정해 놓은 흐름들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하물며 연작 시리즈로 그것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그 연장선에 이야기를 써나간다면 그 부담감은 훨씬 크게 올것이란 상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그의 필력의 힘은 과연 어디서 부터 나오는 것인지? 혹 이 책에서처럼 '샤이닝'적인 감각을 타고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오래 전 '샤이닝'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책의 연장선 격으로 나온 '닥터 슬립'이란 제목의 책은 속편은 전작과 비교해 볼 때 아무래도 떨어진다는 속설을 무너뜨리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영화로도 (주인공은 잭 니콜슨) 나온 '샤이닝'에서 어린 아들로 나오는 댄 토런스가 성장한 후의 일을 다룬 이 책은 흔히 우리나라 말로하자면 '영매', '신들린 사람', 정도로 해석이 되는, 그들 사이에선 '샤이닝'이란 말로 통용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아버지의 죽음 후에  남겨진 엄마, 그리고 댄은 전 작에서 나오는 오버룩 호텔을 뒤로 하고 다른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되지만 자신에게 있는 샤이닝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을 떨쳐버리기 위해 술을 마시다 아버지처럼 알콜중독자로 전락하는 30후반의 장년으로 나온다.

 

어쩌다 흘러들어온 도시 프레이저에서 정착하게 된 댄은 말년에 삶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오는 병원에 호스피스로, 그것도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평온하게 보내준다는 소문이 무성하면서 '닥터 슬립'이란 별명으로 불리게 된다.

 

알콜을 끊기 위해 중독자 협회에 가입하고 꾸준히 교육과 실천을 해 나가는 와중에 그는 어떤 느낌에 이끌리면서 '아브라'란 이름을 무의식적으로 알게 된다.

 

멀리 떨어진  곳의 '아브라'란 소녀가 자신과도 같은 '샤이닝'을 가지고 있단 사실과 이를 알게 된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 그들이 스스로, '트루 낫(True knot) 이라고 부르는 무리들의 위협 속에 아브라가 가진  강력한 힘의 원천을 흡수하기 위한 정기, 즉 스팀을 가지려는 사악한 무리들과의 싸움 과정이 진행되는 흐름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이런 신비한 힘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도 있는 것을 보면 보이지 않는 힘을 무시할 수도 없단 생각이 드는데, 작가가 그리는 샤이닝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는 특성이 이에 해당이 된다.

댄이나 아브라나 자신이 가진 능력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 애를 쓰는 과정이 일상생활에서 보통의 사람들 처럼 지내길 원하는 자신 외에도 주의 사람들의 걱정을 알고 있기에 이를 외면해 보려는 소수의 사람들 만이 가질 수있는 외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눈에 보이는 공격적인 행동이 아닌 눈에 들어오는 활자를  통해 섬뜩한 장면(변기 사건)을 보여주거나 유체이탈이란 신기한 체험을 통해 상대방의 머리 속을 들어갈 수있는 설정, 트루 낫들이 죽어가는 묘사들은 몸이 움찔하게끔 사실적인 표현들이 스티븐 킹 만의 작품이야! 하는 감탄사를 나오게 만든다.

 

 죽어가는 사람들 곁을 지킴으로서 그들의 전 인생을 훝어보며 평온하게 갈 수있게 하는 댄이란 인물은 두 가지의 갈래에서 이중의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다.

 

유년 시절의 아버지로부터의 아픈 상처를 감싸안고 살아가면서 절대로 아버지 처럼 살지 않겠다는 각오와는 달리 샤이닝에 대한 주체할 수없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술로서 위안을 삼으려했던 ,  그 자신이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자각에 빠져 나오려는 연약한 인간, 그리고 그 이면에 좀체 걷어내지 못하는 샤이닝이란 능력에 대한 회의를 겪는 인물로 호스피스로서는 좋은 방향의 힘이나 평소엔 원치 않더라도 나타나는 힘 때문에 괴로워 하는 사람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는 인물이다. 

 

 때론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지않나?

내게 이런 능력이 주어진다면 나는 이런 일을 해 보고 싶단 가정말이다.

설문지에서도 이런 질문이 주어질 때가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하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는데,  전자인 경우 댄이 가진 능력이라면 그의 직업처럼 좋은 일에도 사용 할 수있단 점이 있기도 하지만 후자인 경우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쩌면 세상위의 그 어떤 신비한 힘을 지닌 그 분이 모든 인간들에게 고루고루 그런 능력을 주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비록 가상의 소재로  설정한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샤이닝'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목숨부지를 위해 악을 행하는 무리들을 대상으로 맞서 나가는 두 사람 간의 활약을 통해 전 작인 '샤이닝'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색다른 '샤이닝'을 접한 기분이다.

 

책 표지가 설명해 주듯 책의 내용을 가장 간략하면서도 극단적으로 이렇게 표현할 수가 있나 싶었다.

읽으면서 내 몸 어딘가에 서서히 올라오는 그 무엇을 감지했단 느낌이 드는 이  책~

이 무더운 여름에 꼴딸 밤을 새워 보고 싶다면...

 

아!

그나저나 이번에도 이 기분을 어쩔거나.....

아끼고 아껴가면서 읽어야지 했던 스티븐 왕의 책을 이리 빨리 섭렵해 버렸으니..

맛난 음식을 배부르고 만족스럽게 먹긴 했는데, 뭔가 몸 속에서 아직도 더 달라고 하는 이 기분을 아실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둥꽃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각 나라마다 전통과 문화가 다르 듯,  고유의 민속신앙과 신화와 전래동화란 것이 존재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질 않거나 떼를 쓰거나 나쁜 짓을 한 행동이 보이면 그것을 고치기 위해 "저기~ 망태기 할아범이 잡아간다" 란 말로 아이들의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을 보면 우스개 소리 같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이런 말이 나오기까지의 살아 온 사람들의 어떤 일관된 통일성마저 느끼게 한다.

 

 그렇듯이 한 나라 안에서도 각 지방마다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때론 그것이 실제인지 허구인지 모를 정도의 살이 붙여지면서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류에 가까운 것을 토대로 한 프랑스 작품이다.

프랑스 중에서도 브르타뉴 지방에서 실제 벌어진 일을 토대로 작가 나름대로 조사와 상상을 거쳐 그려냈다.

 

엘렌 제가도(일명 천둥꽃이란 별칭으로 불렸다)는 지금은 몰락한 귀족의 후손인 집 안의 딸로서 농사를 짓고 사는 아버지와 엄마 , 그리고 신부님의 일을 도와주러 타지에 나가 있는 언니를 둔 소녀다.

 

이 곳은 그 지방 고유의 언어와 생활풍습이 프랑스 안에 또 다른 세상을 이루며 살아가는 특이한 곳이요,  지방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인 그 지방의 죽음의 일꾼이라 불리는 '앙쿠'에 대해 엄마로부터 들은 엔젤은 호기심을 느끼며 선돌에 자신의 몸을 기대어 보이지 않는 그 어떤 힘을 얻으려 한다.

 

이후 엄마가 죽게 되고 아버지와 헤어지게 된 후 신부님의 손에 의탁하게 된 천둥꽃은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되지만 그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 둘씩 소리없이 죽어나간다.

 

 밀가루와 비슷한 비소를 쿠키나 스프 요리, 빵에 섞어 넣음으로써 자신이 죽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면 여지없이 그 곳을 떠나고 타지에 가서도 이 전의 주인으로부터 받은 추천서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무마되는, 더군다나 당시 시대상 콜레라가 번창하던 시기와 맞물려 오랜 시간동안 그녀의 행동은 아무런 탈 없이 지나가게 된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해도 36명-

하긴 법정에서 겨우 그 정도냐고 할 정도로(공소시효가 만료 된 것을 빼고도) 말하는 천둥꽃의 나이들고 살 찌고 비둔한 중년의 모습은 진정 살아있는 여인인가, 악의 탈을 쓴 악녀인가에 대한 혼돈을 불러 일으키기에 안성맞춤이다.

 

묻지마 살인이란 말이 한 때 사회에서 큰 충격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듯이 당시 나폴레옹이 나오는 시절임을 감안해도 서슴없이 음식이란 것을 이용해 사람들을 , 자신의 엄마, 언니, 대모, 모든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죽이는 그녀의 무차별적인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살인의 의식이라고 불릴 정도의 행동은 차라리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만 있다면 그 원인을 알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직 하나의 진실한 사랑을 느낀  그의 곁을 떠나면서까지 수 많은사람들을 죽인 이유에 대해선 역사적인 사실들은 그저 오리무중이다.

 

지금의 의학의 발달로 정신분석학적인 면이나 그녀의 또 다른 신체적인 어떤 발견이 된다면 좀 더 확실한 과학적인 증명이 해결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당시의 사회상황이 안타깝게 그려진 면이 오히려 그녀의 이런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고......? '끼익, 끼익'거리면서 앙쿠의 수레가 구르는 데엔 이유가 없단다. 그는 사람이 사는 곳은 그냥 지나쳐 가거나, 불쑥 들이닥치지. 누구와도 티격태격하지 않아. 낫으로 후딱 쓸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이 집에서 저 집으로, 그게 바로 '죽음의 일꾼'인 그의 천직이지." -p 25

 

말 그대로 죽음의 신인 앙쿠의  힘을 내리받아 자신이 앙쿠의 분신이 되어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 한 엘렌이란 여인의 실화가 섬뜩하면서도 왠지 그녀의 인생 자체가 행복함을 느끼지도 못하고 살다간 것은 아닌지 ... 연민의 감정이 이는 프랑스의 전래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