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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꽃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각 나라마다 전통과 문화가 다르 듯, 고유의 민속신앙과 신화와 전래동화란 것이 존재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질 않거나 떼를 쓰거나 나쁜 짓을 한 행동이 보이면 그것을 고치기 위해 "저기~ 망태기 할아범이 잡아간다" 란 말로 아이들의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을 보면 우스개 소리 같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이런 말이 나오기까지의 살아 온 사람들의 어떤 일관된 통일성마저 느끼게 한다.
그렇듯이 한 나라 안에서도 각 지방마다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때론 그것이 실제인지 허구인지 모를 정도의 살이 붙여지면서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류에 가까운 것을 토대로 한 프랑스 작품이다.
프랑스 중에서도 브르타뉴 지방에서 실제 벌어진 일을 토대로 작가 나름대로 조사와 상상을 거쳐 그려냈다.
엘렌 제가도(일명 천둥꽃이란 별칭으로 불렸다)는 지금은 몰락한 귀족의 후손인 집 안의 딸로서 농사를 짓고 사는 아버지와 엄마 , 그리고 신부님의 일을 도와주러 타지에 나가 있는 언니를 둔 소녀다.
이 곳은 그 지방 고유의 언어와 생활풍습이 프랑스 안에 또 다른 세상을 이루며 살아가는 특이한 곳이요, 지방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인 그 지방의 죽음의 일꾼이라 불리는 '앙쿠'에 대해 엄마로부터 들은 엔젤은 호기심을 느끼며 선돌에 자신의 몸을 기대어 보이지 않는 그 어떤 힘을 얻으려 한다.
이후 엄마가 죽게 되고 아버지와 헤어지게 된 후 신부님의 손에 의탁하게 된 천둥꽃은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되지만 그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 둘씩 소리없이 죽어나간다.
밀가루와 비슷한 비소를 쿠키나 스프 요리, 빵에 섞어 넣음으로써 자신이 죽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면 여지없이 그 곳을 떠나고 타지에 가서도 이 전의 주인으로부터 받은 추천서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무마되는, 더군다나 당시 시대상 콜레라가 번창하던 시기와 맞물려 오랜 시간동안 그녀의 행동은 아무런 탈 없이 지나가게 된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해도 36명-
하긴 법정에서 겨우 그 정도냐고 할 정도로(공소시효가 만료 된 것을 빼고도) 말하는 천둥꽃의 나이들고 살 찌고 비둔한 중년의 모습은 진정 살아있는 여인인가, 악의 탈을 쓴 악녀인가에 대한 혼돈을 불러 일으키기에 안성맞춤이다.
묻지마 살인이란 말이 한 때 사회에서 큰 충격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듯이 당시 나폴레옹이 나오는 시절임을 감안해도 서슴없이 음식이란 것을 이용해 사람들을 , 자신의 엄마, 언니, 대모, 모든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죽이는 그녀의 무차별적인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살인의 의식이라고 불릴 정도의 행동은 차라리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만 있다면 그 원인을 알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직 하나의 진실한 사랑을 느낀 그의 곁을 떠나면서까지 수 많은사람들을 죽인 이유에 대해선 역사적인 사실들은 그저 오리무중이다.
지금의 의학의 발달로 정신분석학적인 면이나 그녀의 또 다른 신체적인 어떤 발견이 된다면 좀 더 확실한 과학적인 증명이 해결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당시의 사회상황이 안타깝게 그려진 면이 오히려 그녀의 이런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고......? '끼익, 끼익'거리면서 앙쿠의 수레가 구르는 데엔 이유가 없단다. 그는 사람이 사는 곳은 그냥 지나쳐 가거나, 불쑥 들이닥치지. 누구와도 티격태격하지 않아. 낫으로 후딱 쓸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이 집에서 저 집으로, 그게 바로 '죽음의 일꾼'인 그의 천직이지." -p 25
말 그대로 죽음의 신인 앙쿠의 힘을 내리받아 자신이 앙쿠의 분신이 되어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 한 엘렌이란 여인의 실화가 섬뜩하면서도 왠지 그녀의 인생 자체가 행복함을 느끼지도 못하고 살다간 것은 아닌지 ... 연민의 감정이 이는 프랑스의 전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