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남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9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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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출판사에서 절판된 책이라 소장시기를 놓쳤던 아쉬움을 이번 개정판으로 다시 만나보니 감회가 새롭다.


빅토리아 '제인 오스틴'이라 불린 저자의 작품에 대해 이미 공포, 환상 시리즈에 작품이 출간된 것을 알고 있던 독자들에겐   이번 작품으로 더욱 가깝게 느낄  기회가 될 것 같다.



런던 이모 집에서 살던 마거릿이 사촌 이디스 결혼으로 인해 부모님이 살던 곳으로 오지만 국교회 목사인 아버지의 종교적인 회의에 따라 목사직을 접고 남부를 떠나 공업지대인 밀턴으로 정착한다.



남부의 전원적인 풍경과 소박한 삶에 젖던 마거릿은 아버지의 수제자로 공부를 하는 자수성가로 성공한  사업가 존 손턴과 서로 다른 관점과 생각으로 부딪친다.



남쪽에서의 전통적인 가치관에 주를 이루고 주어진 환경에 젖어 살아왔다면 북쪽 사람들이 보기엔 자신들의 열정적이고 활기찬 삶의 방식들, 특히 공업이 주를 이룬 밀턴이란 곳에 대한 자긍심은 이들의 달라도 너무 다른 가치관의 차이를 보인다.








총 1.2 부로 나뉜 이야기로 구성된 내용 안에는 산업 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사업주와 노동자 간의 이견 대립으로 벌어진 파업을 둘러싼 두 남녀의 설전과 여기에 노동자를 대표로 하는  히긴스의 등장은 당대 발전하던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신적, 물리적으로 황폐해져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가적인 면으로 조명한다.




여기에 손턴이 파업의 현장에서 위험이 닥치자 몸소 그를 보호하려 행동한  마거릿에 사랑을 느끼면서 로맨스의 물결을 타는 과정이 산업화와 파업, 그리고 뜻하지 않은 거짓말과 오해, 진실을 알리고 싶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았던 여정이 굽이굽이 독자들의 몰입을 드높인다.



특히 사업주의 입장인 손턴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성공의 잣대에 근거한 노동자들의 방종을 탓하는 장면이나 이에 맞서 마거릿이 그렇게 된 원인 제공의 이유를 나누는 장면을 통해  저자가 당시 사회적인 노사 간의 문제와 화합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보인 진행과정은 오늘날 노사타협의 근간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제시방안을 보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하인을 대동하지 않으면 외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는 남부의 여인과 북부 여인상에서도 반대인 기류를 보임과 동시에 마거릿이 독자적인 행보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인 장면은 '오만과 편견'에서 보인 분위기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인 것은  작가의 성장이 비슷하게 깃든 것도 있지만 손턴과 히긴스 간의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진정한 이익은 무엇이며 노사 간의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서로 공감하며 인정한다는 점이다.



당시 산업혁명의 발달은 도시의 공업화와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인 문제점들이 많았고 히긴스의 딸 죽음에서도 볼 수 있듯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는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세밀한 시대상을 비춘 이 작품은 기존의 통속적인 로맨스물과는 결이 다름을 느낄 수가 있다.








사랑이란  이성과 감정이 서로 다르게 느껴질 때 부정을 하고 싶지만 마음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던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앞선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과정과 손턴의 저돌적인 사랑 고백은 패기에 찬 남성상을 제시하며 멋져 보인 장면으로 다가왔다.







제조업자는 장사치란 인식이 박혀있던 남부여자 마거릿이 북부 남자 손턴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큰 역경을 헤쳐나가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북과 남의 계급차이와 신분을 넘어선 이들의 행복한 고백이 내내 설렘을 동반한다.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지만 곳곳에 유머와 빅토리아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잔잔한 재미, 두 사람의 긴장미 넘치는 로맨스로 인해 손에 놓을 수 없었던 작품이다.






드라마로 방영된 만큼 비교해 봐도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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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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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모든 사물의 소리를 듣게 된다면?



지구상의 모든 소리에 대한 감각기능이 뛰어나다는 이점도 있지만 그 이면 뒤엔 단점도 있기 마련, 여기에 사물의 소리를 듣게 된 소년 베니의 이야기는 시종 흥미진진하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그 여파의 영향은 소년에겐 아버지 장례 후 아버지의 목소리를 비롯해 모든 사물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베니는 이런 소리로 인해 고통을 겪지만 엄마 또한 남편의 죽음 이후 세상과의 단절로 인해 물건에 대한 집요한 강박관념이 생기면서 두 사람의 비밀은 비밀 아닌 듯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베니가 보인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이상자로 보이고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는 일들은 왕따까지 겪게 되면서 이 모든 시끄러움을 피할 장소로 택한 곳은 도서관이다.



그곳에서 전에 알았던 소녀 알레프를 만나고 거리 부랑자 B 맨을 만나면서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면서 위로를 받게 된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SF소설 형식을 취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을 깬 내용은 두께도 두께지만   책 속에 담긴 내용을 읽으면서 한 가정의 안타까운 슬픔을 겪는 소년과 엄마의 극복과정이 도서관과 책, 물건 강박증이란 소재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이겨나가는지에 대해 다룬 글들이 현실적으로  그려진 점이 인상 깊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버린 슬픔, 베니에겐 무수히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나 벅찼고 엄마에겐 물건을 대상으로 한 애착에 대한 심리가 극도로 몰입된 부분들이 어쩌면 떠나보낸 사람을 잊지 못한 마음의 상심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에게 정작 위로를 준 것은 책이란 사실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책이란 나가 책을 멀리하지 않는 한 배신을 모르며 그렇기 때문에 베니가 도서관이 주는 고요함과 정적이 주는 마음의 안식이 침묵과 더불어 책을 더욱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 여기에 엄마 또한 [정리의 마법]이란 저자에게 이멜을 쓰면서 스스로의 고립을 벗어나려 하는 노력이 두 사람에게 하나의 희망처럼 여겨짐을 잘 그렸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처럼 느낄 수 있는 부분들도 있고 그런 가운데 7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임에도 읽는 동안 때론 이들과 함께 슬픔을, 때론 이들에게 응원을, 그리고 함께 책들을 중심으로 이어가는 책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연결지점으로 이어짐이 돋보였다.




살아가면서 기쁨만 있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그 인생 가운데 슬픔이 닥쳤을 때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귀 기울여 읽어 보면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8년이란 시간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자 2022년 여성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소설, 책의 목소리와 베니의 이야기가 번갈아 교차하며 들려주는 방식의 구성이 읽는 내내 나도 모르는 사이 이들의 이야기 속으로 귀를 기울이게 되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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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문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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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이즈에 한 손에 쥐고 읽어도 부담 없는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이번에 접한 '딩' 또한 참신함이란 생각이 먼저 든다.



상처받기 쉽고 나도 모르게 상처 주었던 시간들,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이해와 회복을 저자만의 감각으로 다룬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서로 주연도 되고 조연도 될 수 있는 연결성의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5명의 인물들의 저마다 담긴 사연들을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 들어가는 '딩'-



가족, 연인, 동료들과의 관계된 이들의 상처는 각자가 지닌 그 상처를 서로 보듬고 치유가 되는 과정이 인생의 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딩'이란 서핑보드에서  손상된 것을 말한다는데, 작품 속 등장인물들 모두가 이런 '딩'을 갖고 있다는데서 출발한 내용은 서핑에서 파도가 잔잔할 때는 몸에 맞듯 일치되는 희열을 느끼지만 파도가 우리들의 속도와 진행을 막을 때 닥칠 수 있는 상처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비쳐볼 때도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고 이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삶의 여정은 달리 바라볼 수 있는 의미를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각자 지닌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 연인에 대한 죽음, 딸에 대한 미안함... 이런 이유라는 데서 더욱 그 감정들이 인상적으로 펼쳐진다.




책의 표지를 다시 보니 연결고리의 부분들이 더욱 와닿는다.




'딩'의 의미를 이렇게 작품 속에 녹여낸 저자의 시종 차분한 진행의 속도가 마음에 들었고 지원, 주미, 재인, 영식, 쑤언이 삶의 무게란 버거움을 받으며 서로가 만나고 조금씩 나누는 모습들이 상처의 아무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는 것을 통해 읽는 내내 안도감이 들었다.





-딩, 하고 발음해 보면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딩― 그 소리는 메아리처럼 여러 겹으로 계속 퍼져나간다. 산책을 하며 눈에 보이는 풍경마다 딩 났어, 하고 중얼거리다 보니 나는 이 소설이 딩에 대한 소설이지만 딩에 대해 말하는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처를 말하는 소설도 아니고 상처를 낸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소설도 아니다. 그저 딩, 하고 가만히 말해보고 그 울림을 적어나가는 소설이다. 그러니 이 소설의 아름다움은 그 울림을 느낄 때 알 수 있지 않을까? -p 156~157





이왕이면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장소에 읽었다면 더 좋았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릿속에 파도의 출렁거림이 쉽게 잊히지 않았던 작품,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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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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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북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뭉클함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경제적인 여건이 넉넉지 않고 많은 자녀를 둔 부부, 곧 출산을 앞둔 그들이  몇 달 동안 딸아이를 친척인 킨셀라 부부에게 맡기면서 이야기의 화자인 소녀의 시점으로 들려준다.



아이들 하나하나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는 가사에  치인 엄마와 가정일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아빠가 보인 보살핌(?)에 익숙한 소녀가 친척 킨셀라 부부에게 받은 정성스러운 보살핌은 또 다른 것이었다.



짧은 몇 달 동안 부부 집에 머물면서 소소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감정에 담아낸 문장으로 인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던 내용들은 킨셀라 부부의 마음 아픈 사연과 함께 세상의 가족이란 무엇인지, 여기에 소녀가 다른 환경에서 보고 느끼면서 자라는 성장이 아마도 지금껏 자라온 시간을 통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돌아갈 시간이 되었을 때 이들 부부와 함께 웃고 밝은 표정을 지닌 소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읽는 입장에서 더욱 아쉬움을 느낀 것은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같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동화처럼 처음 여기면서 읽었다가 묵직하게 울려오는 메시지를 생각하니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사연들과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코 동화가 아님을, 낳기만 한다고 자식이 아니며 그 자식에 대한 책임감을 지닌 부모로서 지녀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영화 원작 소설답게 곧 개봉한다고 하니 함께 비교해 봐도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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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엄숙한 얼굴 소설, 잇다 2
지하련.임솔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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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 시리즈 두 번째로 만난 [제법 엄숙한 얼굴]이다.


 

월북 작가인 남편 임화의 부인으로 알려진 지하련과 임솔아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풍긴다.



 

첫 번째 작품에서도 좋았지만 이번 작품 또한 남편의 명성에 가려져 활발한 활동을 했음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하련이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저자가 그려보고자 한 각 작품들 속에 드리운 내면의 외로움과 쓸쓸함들을 시대에 맞춰 그려볼 수 있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총 4편의 작품과 임솔아 작가의 소설 '제법 엄숙한 얼굴'과 에세이 '약간 다름의 미묘한 같음'을 포함한 내용들은 여성이자 지식인으로서 살아내야 하는 인생의 고민들을 그려낸 터라 두 작가의  구성들이 시대별 상황에 맞기도 하고 미래지향적인 어떤 느낌마저 들게 한다.




특히 지하련 작가의 '체향초'는 주인공 삼희가 요양차 고향에 있는 오라버니의 집에 머물면서 오빠 친구인 태일을 관찰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이 당대 지식인의 처세와 세상을 등진 지식인의 비교, 그 자신이 지식인으로서의 고뇌들을 담아낸 부분을 통해 지식인들 가운데서도 위선과 모순이 있음을 통찰한 것들이 여성의 시선이자 같은 지식인의 입장으로  대변되는 모습처럼 다가왔다.





여기에 임솔아 자각의 '제법 엄숙한 얼굴'이 '체향초'를 중심으로  여러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지하련과의 연결성을 이어주고 작품 속 제이가 진정한 외로움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과 이에 대한 제법 엄숙한 모습을 보인 것을 비교하며 그린 내면의 쓸쓸함을 잘 그렸다.




 지하련 작가가 표현한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 표현들이 좋았는데 세심한 관찰에서 드러난 부분들과 이에 공감할 수 있는 각 작품 속에 보이고자 한 주제들이 여성으로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던 당대 지식인으로서의 활동으로 이어진 결과란 생각이 들었다.




이는 두 여성 작가의 시대를 뛰어넘는 하나의 공통된 연대의식으로 묶을 수도 있는 주제를 통해 하나의 결과로도 닿을 수 있다는 것과 독자들은  꾸준히 그들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준비는 되어 있다는 것을, 내심 두 작가의 다른 이야기 구성도 기획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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