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토럴리아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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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단편의 거장이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다.



총 6편의 단편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그린 세계는 현실 속의 불협화음과 그런 껄끄러움이 실상은 보고 싶지 않아도 살아가는  인생의 한 이면에 있는 부분이란 것을 그만의 유창한 문장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책 제목인 '패스토럴리아'만해도 그렇다.


테마파크에서 동굴 속 야만인 흉내를 내며 염소를 구워 먹고 '인간 폐기물'을 처리하며 영어  금지, 벌레를 잡아먹는 척하며 살아가는 '나'-



동료에 대한 심사평을 올려야 하는 과정 속에 해고의 불안이 닥치면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입장의 불편함이라니...



그런가 하면 종교에 빠진 여동생과 살고 있는 와중에 자신의 인생이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윙키), 가장 현실적인 백인 저소득층의 삶을 그린 '시오크'는 손님들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퇴물이 되고 쫓겨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스트리퍼 '나'의 삶을 이모의 죽음과 마주하며 가난과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외에도 자시을 괴롭힌 아이들에게 복수를 상상하는 망상에 젖은 이야기, 중년이 되도록 엄마와 살고 있는 이발사의 눈물겨운 데이트 이야기, 소아성애자로 오해받을까 아이들에게 미소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소심형의 끝판왕 모스의 이야기인 '폭포'까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분뇨이야기로 분위기를 깨는 초반부터 염세적으로 비친다.




목가적이란 뜻의 패스토럴'pastoral’을 비틀어 만든 '패스토럴리아'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각 등장인물들의 삶은 정상적인 부분들이 거의 없고 외부의 힘에 의해 적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의 갑갑함과 불쾌함을  비틀고 부족함으로 가득한 세상의 부조리함으로 비친다.



때론 코믹한 부분을 통해 웃음도 나지만 그 상황 자체 또한 겉만 우스울 뿐 내면의 세계는 잔인하며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자존심마저 접어야 하는 현실성의 비참함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해 느낄 수가 있다.



읽는 동안 저자의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를 연신 떠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조지 손더스 자신이 쓴 단편이란 점에서 내내 작품의 의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첫 번째 작품인 '패스토럴리아'에서 보인 상황파악 분위기도 그렇고 전체적인 내용 자체가 뒤틀린 부분들을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 읽어야 했기에 이는 저자가 의도한 바라면 불쌍하기에 우습다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공감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만의 유머식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이것도 유머라면 유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 읽고 난 후엔 유머가 지닌 그만의 저 깊은 속내 마음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런 식의 단편을 쓸 수도 있구나를 느껴본 작품집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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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 / GCBooks(GC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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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후더닛의 제왕이란 별칭이 붙은 에드워드 D. 호크가 쓴 단편집인 이 책은 단편의 대가답게 총 12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편이 주는 이제 막 본 궤도에 오를 때 즈음 빠른 결과로 이어지는 특성상 장편을 선호하는 분들에겐 아쉬움을 느낄 수없을 만큼  상상력의  이야기꾼을 만났다는 것을 느낄 것 같다.



전직 의사로서 은퇴한 샘 호손 노인이 자신이 해결했던 사건들을 회상하며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 이야기들은 우선 소재의 기막힌 선택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퍼즐형식의 즐거움이 놀랍게 다가온다.



한편도 아닌 열두 편의 저마다 다른 이야기 구성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샘 호손이란 캐릭터의 활약도 그렇고 편집자로서 엘러리 퀸이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는지를 느껴볼 수 있다.




완벽한 퍼즐 미스터리 구조라서 읽으면서 깜짝 놀라게 되는 사건들의 기묘함, 그런 기묘함 속에 논리적인 추리력을 발휘하는 샘 호손이란 주인공이 만일 의사란 직업을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 매력을 조금 떨어졌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주 삶과는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이 전혀 반대의 취미나 제2의 직업을 갖는 것을 보면 호기심과 매력을 갖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것처럼 샘 호손의 장점은 십분 이런 사건 해결 부분에서 더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깜짝 놀랄  반전과 함께 마무리되는 것도 추리소설이 지닌 재미, 사건 전체를 들여다보면 별것 아닌 사건임에도 어떻게 맛깔스럽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읽는 즐거움이 다르기에 작가가 만든 양념으로  적당히 버무려진 이야기는 일단 이 작품으로  한 입 맛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단편만이 주는 짧은 이야기란  구성에도 불구하고 불가능 범죄라는 추리소설이란 장르의 격을 높인 작가의 작품, 매 사건마다 도전하는 샘 호손 박사의 활약이 다음 편에선 어떻게 그려질지 더욱 궁금하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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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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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들의 애환을 통한 추리 미스터리물을 쓰는 작가, 이케이도 준의 작품은 이번엔 도시와 떨어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가인 미마 다로는 취재차 들른 아버지 고향인 하야부사의 매력에 빠져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으로 이사를 온다.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 그렇듯 서로가 친밀하게 정을 나누는 곳이라 그 또한 마을 자치회에 참석했다가  마을 사람들 권유로 마을 소방단에 가입하게 된다.



소방서가 거리가 멀기에 마을 자치 자경단 개념처럼 만든 소방단은 마을에 봉사활동을 비롯해 소방 활동을 겸한다.



유비무환으로 만들어진 소방단, 그렇지만  마을에 연쇄방화가 일어나고 마을 청년의 주검은  살인인지 사고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연쇄방화와 살인사건은 다로가 사건 해결을 위해 추적하면서 누구를 믿고 배신을 했는지에 대해 밝혀내야만 하는데...








역시나 저자만의 색깔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배경만 시골로 옮겨왔을 뿐 그간 그가 출간한 작품들 내용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 또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분별한 행동과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실행하는 자들을 통해 사회의 비판적 눈길을 담아낸다.



태양광 사업이  자연환경을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이런 계획이 자연을 위한 일인지에 대한 저자의 다른 시선을 담은 눈길은  이를 설치하기 위해 또 다른 자연경관을 헤친다는 반대의 의견을 담아내고 있어 생각해 볼 여지를 준다.




여기엔  작은 마을의 노년층 인구가 대세인 일본의 현실이 비단 이 나라만의 모습이 아닌 우리나라의 지방 소도시 속의 작은 마을을 보는 듯했다.



젊은 층들이 도시로 나가고 남은 이들은 고령층에 속하는 어른들이 많은 현실, 그 현실 속에서 노인들에게 좋은 말로 사기를 벌이는 행동들의 이면에 도사린 어두운 현실은 씁쓸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방화사건 속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도 작가 나름대로의 리듬을 타며 읽는 재미도 있고 여기에  마을에  감춰진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 또한 무섭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어 그만의 추리소설로써의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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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0 세트 - 전20권 - 박경리 대하소설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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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이라니~~ 다시 읽어도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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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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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부아르], [화재의 색]에 이은 3부작 시리즈로 불린 마지막 작품, [우리 슬픔의 거울]이다.


처음 작가의 작품을 접했던 것이 추리 스릴러였는데, 당시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한순간도 놓칠 수 없었던 재미와 긴장감을 준 작가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 '오르부아르', '화재의 색'을 읽었을 때는 조금은 생소했던, 그렇지만 나름대로 여전히 그만의 재미와 역사적인 배경을 다룬 이야기는 추리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이 작품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반발직전을 배경으로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교사이자 레스토랑 여직원인 루이즈가 단골손님인 70대 노인으로부터 옷 벗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엉뚱한 제안을 받아들여 그 앞에서 옷을 벗으면서 벌어지는 상황들, 가브리엘과 라울, 페르낭으로 이어지는 군인 이야기, 사기꾼(?) 테지레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과거와 미래에 이르는 그들의 인생을 들려줌으로써 독자들은 이들을 따라가며 어느 순간 추리처럼 여길 수도 있는 내용들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특히 페르낭의 경우 부인과 생각하던 세계를 생각할 때 진정으로 필요한 세계는 무엇일지도 생각하게 하고 뭣보다 작가가 그리는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미워해야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테지레, 신부님의 캐릭터는 웃픈 상황을 잘 그려냈다.




비극적인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필력,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전쟁이란 상황을 겪으면서 저마다 현실에 적응하며 참담한 상황을 그린 부분은 지금도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절로 떠오른다.




분명 슬픈 상황인데도, 그런 분위기를 역으로 시트콤이나 코미디를 연상하듯 그린 저자의 작품은 전쟁이라는 당시 환경 속에서 인간의 존재가 역사와 사회의 변화하는 시스템 속에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비판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렸다는 점에서 총 3부작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르지만 일관된 방향으로 썼다는 생각이 든다.





영상으로 만나도 좋을 것 같은 내용, 전쟁이란 평화의 반대가 아닌 그 무의미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는 작품이다.



다만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추리소설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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