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세트 - 전9권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김난주 외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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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작가, 한국에서도 이미 출간하는 작품마다 큰 이슈를 남기는 그의 단편소설 9편을 만화와 함께 즐겨 볼 수 있는 세트가 출간된다.




펀딩을 통해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입고 있는 이번 단편소설들은 초창기 그의 작품부터 최근에 출간한 작품들까지, 그동안 저자의 작품을 번역해 온 낯익은 번역가들과 프랑스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화가 PMGl, 아트 디렉터 Jc 드브니의 합작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 이미 고정층들 사이에서는 기대감을 갖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중 [타일랜드]를 우선적으로 만나봤는데, 저자가 그린 단편의 세계를 그래픽노블로 녹여낸 분위기와 색채감들이 언뜻 글밥으로만 접했던 이미지를 충분히 잘 그려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 특유의 현실적인 감각을 그린 이 작품은 미국에서 전문의 의사로 일하고 있던 사쓰키란 여주인공의 타일랜드 여행을 그린 작품이다.









남편과의 트러블, 일상에서 지친 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떠난 타일랜드-




그곳에서 그녀가 둘러본 행선지는 물론이고 그녀가 마음에 담고 있던 '돌'의 존재를 통해 우리들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불행을 가져다준 이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담아두지 말고 벗어던지라는 타일랜드 여인의 충고와 운전사가 건네는 인생의 조언들은 짧은 단편이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장면이 그림 속에 잔잔한 여운을 느껴본다.









특히 하루키가 좋아하는 재즈 음악에 대한 선율을 찾아보게 되는 장면들은 여전히 그만이 주는 특허처럼 다가오는 매력포인트-




단편만이 주는 짧은 내용 속에 담긴 뜻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란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 충실히 저자가 표현하고자 의미를  제대로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하나하나의 담긴 굵직한 선과 세세한 부분들의 조화가 잘 어우리는 작품이라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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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빠진 로맨스
베스 올리리 지음, 박지선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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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에 바람맞은 여인들의 이야기.  그 원인으로는 바로 한 남자가 있었으니 조지프 카터다.



아침 8시 30분에는 시오반, 1시 30분에는 미란다, 그리고 마지막 타임엔 제인을...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던 세 여인들, 아니 양다리도 아닌 세 다리?,  카사노바도 아니고 현대판 바람둥이를 대표하는 남자?



그런데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작은 안경을 쓰고 꽃을 들고 와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를 대하는 여인의 마음은 용서를 하다니...




어찌 보면 이런 남자를 왜 좋아할까 싶지만 이야기 전개흐름에 빠져들다 보니 그와 연관된 세 여인의 사랑 이야기가 예상했던 전개로 흐르지 않는다.




작품 속 그녀들은 자신만의 진실한 사랑 찾기를 나서는 여정 속에 진실한 사랑의 의미는 무엇인지, 내 마음속을 들어놨다 흔드는 그 묘령의 실체는 무엇인지를 깨닫는 모습이 연애의 설렘을 동반하는 느낌을 들려준다. 




사랑하지만 이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에 먼저 내쳐버린 후회와 뒤늦게 다시 찾아보려는 사랑, 과연 이 사람의 사랑을 믿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과 좀처럼 마음을 내주지 않은 상대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는 모습들,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수없다는 안타까움에 사랑을 포기하려는 모습까지...





세 여인의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저자의 시공간을 넘어서는 깜찍한 전개에 속아 넘어갔다.





카터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도 이해와 연민, 안타까움이란 감정이 들면서 그에게 남은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그런 그를 바라보는 여인들의 모습과 자신이 누구를 진짜 좋아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과정은 제목과도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둥이라고 오해할 만한 여지를 남긴 그의 사정과 그를 응원하는 이의 행동과 대사들은 '사랑'을 찾고 나만의 짝을 찾아가는 흐름들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모습이 따듯한 시선으로 물들게 했다.





로맨스지만 추리처럼 여길 수 있는 이야기의 전개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솔직하게 나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 사랑하는 방법과 사랑을 지키는 법, 그리고 상대의 모든 것을 이해하며 사랑을 할 마음가짐이 있을 때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고루고루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음, 그런데 미란다와 커터의 관계는 나의 기준엔 이해불가...)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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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밀크
데버라 리비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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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맨 부커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작품 '핫 밀크'-




그리스인 아버지와 영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소피아는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지만 엄마의 원인 모를 다리 지병으로 인해 박사과정 학업을 포기한 채 커피점 웨이트리스로 살아가는 25실 여성이다.




전적으로 엄마의 간호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는 스페인으로 엄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가게 되고 그곳에서도 마찬가지로 별반 다를 것 없는 엄마의 모든 비위를 맞추며 생활한다.




가족 중 한 사람의 건강이상, 그것도 오로지 자식 하나인 자신의 몫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실정인 소피아의 일상생활을 통해 그린 이 작품은 가족관계의 모순과 갈등, 여기에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성장과정과 그 이후 독립된 자아로서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 전적으로 엄마에 의지하고 엄아를 돌봄으로써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과정을 그린다.  




-나는 내 어머니에게 얹혀사는 짐이다. 어머니는 내 채권자고, 나는 내 다리로 빚을 갚아가고 있다. 그녀를 위해 늘 그녀 주변을 뛰어다니며. - p 49





인류학을 전공하고 앞 날에 대한 꿈을 있었던 그녀가 걸을 수 있지만 걷지 못하는 엄마의 병을 위해서 그동안 자신의 인생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그날이 그날인 삶에 대한 원동력을 잃어버린 흐름과 갈등은 그 어디에서도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고독을 함께 그린다.




자신보다 5실 위인 여성과 재혼해 딸까지 낳은 아버지, 그 아버지조차 자신에 대한 존재 의식을 부담스러워하며 그들만의 안정적인 가정의 화목을 목격한 그 씁쓸함이란...




그런 그녀가 스페인에서 매어있던 개를 풀어주고자 한 의지는 어쩌면 자신을 본듯한 마음이 들었던 것을 당연할지도 모른다.




울부짖으며 뛰쳐나가고 싶었던 개, 그 개의 자유란 다름 아닌 자신이었고 그곳에서 만난 독일 여성 잉그리트 바우어와의 만남과 사랑은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보게 한다.









자립이고 독립적인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과 실천에 대한 생각들,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에서 볼 수 있는 애증과 불만, 여기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파블로의 개처럼 바다로 뛰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소피아란 여성의 인생을, 그런 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의지하되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엄마의 태도들은 가족이란 이름 아래 지독히도 사랑하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애증의 관계를 드러낸다.





- 내 어머니를 향한 내 사랑은 도끼와 같다. 그것은 아주 깊이 찍고 벤다. - p 222




그런 소피아에게 고메스 의사는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것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엄마의 주치의지만 그녀의 인생에 하나의 길잡이처럼 여길 수 있는 조언자처럼 보인다.




사랑도, 학업도, 그 어느 것 하나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던 환경에 처한 소피아란 여성을 대표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모습을 저자는 보다 원대하고 큰 자유를 바라는 여성들을 대표로  희망이란 이름으로  그려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모녀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결혼, 이혼을 통해서 자신의 모든 인생에 대한 아픔을 간직한 엄마란 존재와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엄마를 저버릴 수 없는 갈등, 그런 가운데 자신의 사랑감정과  자식으로 느끼는 부모에 대한 부채와 이에 대한 책임감까지 은유를 통해 잘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 속 엄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이해할 수없었던 부분도 있었던 작품,  자식의 앞 날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좀 더 일찍 소피아에게 보였더라면 좋았겠단 생각도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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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 증거
비그디스 요르트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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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바로 전 홈 쇼핑에 호스트가 방송 끝 무렵에 행복한 추석을 보내시라는 말 끝에 우스개 소리로 가족들 간에 싸움은 하지 마시고요~라는 멘트를 듣는 순간 모처럼 그동안 모이지 못했던 가족들의 오손도손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연상됐다.



그런 가운데 가족들 간에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으로 인해 마찰이 있을 수도 있고 이것이 웃음으로 넘겨가며 지날 일도 있겠으나 깊은 문제의 회피를 더 이상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 언저리에 간직된 심리도 들어 있을 수도 있는 경우도 있을 터, 이 작품을 대하는 순간 베르기요트의 마음은 어떠했을지를 생각해 본다.




아빠는 다섯 달 전에 돌아가셨다.-




첫 문장 이후로 그녀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결코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아니 단어는 수월하게 읽혔는데 한 장 한 장 넘기기까지 사흘을 붙잡고 있었던 근저에는 50이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가족 앞에서 말하기까지 그녀의 일생 부분 부분들이 결코 쉬웠을 것이란 생각은 할 수 없었던 환경이 내내 마음을 울렸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별장으로 사용하던 두 별장을 두 여동생에게 물려준다는 유언과 오빠와 자신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단 사실은  23년간 거리를 둔 부모와의 일을 정면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고 같은 형제지간이지만 부모의 차별적인 대우에 응할 수 없었던 오빠의 주장에 베르기요트는 이 일로 뛰어들게 된다.




단순히 유언에 제시된 상속 때문이라면, 서로 간의 의논과 협의를 통해 조정이 될 수도 있지만(실제 차후 이런 노력들이 있다), 사실 베르기요트가 친정에 발을 끊었던 결정적인 그 일은 부모로서 지닌 책임감 회피와 비밀 발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식의 입을 막으려 했던 모종의 행동들과 언사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5살부터 7살 사이에 행해진 아버지의 성폭행과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나 짐작으로  (아니면 첫아들이란 위치로 엄격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 아들을 다뤘던 아버지, 외도를 통한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을 하기 위해 결정적 구실을 제공하기 위한 확인으로 딸인 자신에게 물었던 엄마, 외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 엄마의 무능력과 아빠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은 그녀가 상황을 깨닫고 엄마에게 진실을 말했을 조차도 무시되었다.




그런 그녀가 자발적으로 이 모든 고통을 헤어 나오기까지 겪었던 정신분열 검사 과정과 그녀 스스로도 인지했듯 인간관계의 원만하지 못했던 어려움, 그녀 자신도 마찬가지로 불륜과 이혼을 감행함으로써 되찾은 자신의 일생들을 나열하는 과정은 기존 가족들에게 진실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과 아무리 진실이라 할지라도 증거가 없다는 말로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다는 동생의 말에는 한 가족 안에 쌓인 비밀의 탑을 무너뜨리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용서와 화해는 누가 결정짓는가?




곁에서 듣는 입장에서 가족 간의 화합을 원하는 동생의 말과 편지, 메시지에 담긴 내용들, 여전히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인정하지 않는 엄마, 이미 오래전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이라는 사실 앞에서 베르기요트가 풀어내는 기나긴 여정은 참으로 아팠다.




초반부터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부분의 여지를 통해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던 진행은 어린 시절 겪었던 트라우마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희생당한 입장과 그 희생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죽음을 맞이한 사람, 그리고 주변의 시선에 자신들이 치부가 드러날까  내내 암묵적인 동조를 했던 그들은 엄마란 사람의 성정과 행동들이 내낸 이해를 할 수도 없었지만 뭣보다 베르기요트가 잊으래야 잊을 수 없었던 것은  한 어린아이의 기억 속에 간직된 '사랑받고 싶다'라는 마음이었다.




때문에 불륜을 저지르면서 ' 난 어디가 잘못됐기에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라고 반문하는 장면은 불안정하고 위태위태하던 그녀 일생을 통틀어 생각해 볼 때 아이들 장성한 뒤에 잘 살아온 인생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더욱 들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언어도 완전히 결백하지 않다. - p98




작품은 한 가정 안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과  발칸 반도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드러내 보임으로써  피해자와 가해자(학대당한 사람들) 사이에 불평등한 권력의 구도와 진실임을 알고 있지만 그 상황을 덮고 다시 원만함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논리를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그려냈다.




- 고통은 인간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 보통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누가 더 많이 고통받았나 논하는 것은 유치한 짓이다. 학대당한 아이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남는 경우가 많고, 그들의 감정적 내면은 파괴된다. 학대자의 사고방식과 학대 방식을 물려받는 일도 흔하다. 그것이야말로 학대의 가장 고약한 유산이다. 학대는 학대당한 사람을 파괴하여 자신을 해장시키는 일을 어렵게 한다. 고통을 누군가에게, 특히 피해자에게 유용한 뭔가로 변화시키려면 강한 노력이 필요하다. - p 268




박수는 한쪽에서 쳐서는 소리가 안 난다.



아무리 베르기요트가 시간이 지난 후 이해를 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그들의 마음은 닫히고 손도 마주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면 진실의 문은 여전히 닫혀 있을 것이다.




그나마 그녀에게 위로가  되는 부분이라면 그녀의 딸이 엄마의 삶 자체가 그 증거라고 증언한 부분이다.




지인 보는 찰학자의 명구를 인용했다.




-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글을 쓴 게 아니라, 동의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고 썼다고. -p 175




극적인 부분들은 없지만 그래서 더욱 몰입감을 안겨주는 작품,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들의 심리변화와 고통,  이에 굴하지 않고 헤쳐나가는 베르기요트의 섬세한 심리변화를 잘 그린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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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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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란 작품으로 친숙한 존 윌리엄스의 1960년도 출간작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장편소설이다.




자연주 철학에 심취한 하버드 중퇴생인 앤드루스는 유산을 물려받은 돈을 갖고 서부 캔자스 산골마을 부처스 크로싱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들소 사냥꾼 밀러와 그의 친구 호지스, 슈나이더와 함께 자신의 돈을 투자하면서 밀러가 오래전 보았던 들소가 있는 콜로라도 로키 산맥 계곡을 향해 떠난다.




예상한 대로라면 가죽으로 돈을 벌어 큰 몫을 갖게 될 것이란 희망과 함께 힘들게 도착한 그곳, 자연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던 그곳은 인간들이 사는 곳과는 동떨어진 자연 그 자체다.




밀러의 광적인 사냥이 시작되고 그의 곁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앤드루스는 차츰 자신마저도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를 희미한 기억처럼 여기면서 차츰 적응해 가는데, 자연이 그렇게 그들에게 호락호락할리는 만무...





저자의 총 3편의 장편소설은  실제 출간 연도순이 국내에서는 거꾸로 스토너, 아우구스투스, 그리고 부처스 크로싱으로 나왔다.












그의 작품들 면면들이 인간의 삶에서 추구하는 그 무엇을 향해 그린 작품들은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광활한 자연에서 인간들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 어떤 목적을 지니고 행동하는가에 따른 동선을 통해 많은 울림을 던진다.




앤드루스란 인물이 지닌 자연주의에 대한 동경이 차츰 들소 사냥과 도축에 대해 몰입해 가는 과정, 밀러의 광기적인 사냥, 호지스의 공허한 불안함과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신앙에 기댄 행동, 슈나이더의 마지막 불운한 운명들은 자연을 거스르는 행보와 이에 걸맞은 무의 개념에 대한 공허함을 드러낸다.




욕심을 버리고 그 순간을 벗어났더라면 그들은 행복했을까? 아니면 끝까지 긴 겨울을 나면서 몰입했던 들소 사냥에 대한 집착과 가죽 판매에 대한 집요함으로 인한 이 모든 결정들로 인해 그들은 무엇을 느꼈는가에 대한 물음은 읽는 동안 지독하리만치 자연이 주는 경고와 위대함들을 느껴볼 수 있게 한다.




자연이 주는 경고를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앤드루스가 느끼는 각 과정들의 모습은 성공과 실패, 그 이후에 남은 것들에 대한 미련과 후회, 분노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부개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은 물론 유에서 무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철학적 모습들을 그렸다.




특히 시시각각 한순간에도 변하는 자연환경 변화에 대한 부분은 자연에 흠뻑 취할 만큼 정확한 묘사 장면들과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넓은 서부의 땅을 밟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 장면들이 와닿는다.




인생의 한 순간에서 겪을 수 있었던 그 경험들의 순간, 자연에 대항한 압박감을 누르고 인간의 영혼마저 앗아갈 수 있는 그 위대함과 허상과 거짓이되 그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면서 쫓는 인간들의 심리 변화를 시시각각 제대로 그려낸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을 읽어온 독자라면 이 신작에 대한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던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 p 306




가혹하면서도 정적인 고요가 주위를 감싸도는 분위기, 그 어떤 일말의 희망보다는 자연 본연의 순리와 그 순리를 터득해 가는 과정 속에서 서부 시대를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을 들려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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