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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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특이한 가족이 있다.

남들이 보기엔 보통의 가족들로 인식되는  구성원, 할머니, 아버지, 엄마, 이모, 그리고 10살 난 쇼타가 바로 가족 구성원이다.

 

이들은 좀 남다르다.

좀도둑을 밥 먹듯 하는 집안, 아빠와 아들은 이인 일조가 되어 수요일마다 마트 이벤트가 열리는 것을 기회로 생필품을 슬쩍한다.

 

할머니는 어떤가?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는데 실제 이들 가족의 큰 도움이 되지만 이마저도 파친코에 몰빵 하면 그야말로 도루묵이다.

 

세탁공장에 다니다 잘린 엄마, 가명으로 유흥업소에 다니는 이모,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집에서 매 맞고 사는 유리를 만나게 된다.

 

엄마와 아빠의 결심으로 유괴가 아닌 불행한 집 안에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란 판단으로  암묵적인 동의하에 새 가족이 된 그들은 여전히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들을 보이진 않는다.

 

일드나 일영을 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의 원작자인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영화화해서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우리나라의 영화 수상작에 대한 아쉬움을 대신했었다.

 

통념상 가족이라 하면 혈연집단으로 맺어진 것을 말한다.

하지만 위의 가족들은 면밀히 파헤치자면 서로의 연관 관계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가족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을 수가 없었다.

 

틈틈이 할머니의 연금을 어디다 숨겼는지에 대한 연구를 그치질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라든가, 아들과 함께 좀도둑질을 행하는 것을 볼 때면 혈연이기 전에 타인들이 필요에 의해 가족이란 허울로 맺어진 것임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의 가슴속에 하나씩 갖고 있는 가족이란 의미에는 남다른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해서,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아서.. 각기 저마다의 숨겨진 사연들이 책 속에 들어 있는 장면들은 유리의 존재가 등장함으로써 쇼타의 다른 방황을 그려내고, 이는 곧 다른 결과물로 번지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꼭 혈연으로 맺어져야만 가족인가? 에 대한 물음을 던진 책, 책 속에는 현재 이러한 혈연이 아니더라도 오히려 더 가족 같은 끈끈한 애정으로 맺어진 가족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될 때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비록 그들의 관계가 깨어졌다 하더라도 아버지가 쇼타를 생각하는 마음, 엄마가 유리를 생각하던 마음, 할머니가 유리와 아키에 대해 생각했던 마음들은 타인의 눈에 비쳐볼 때 정상적이진 않았을진 몰라도 적어도 그들에겐 나름대로 가족유대란 것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 준 의미였다고 생각된다.

 

철부지처럼 굴어도 밉지 않은 아빠, 그런 아빠를 보면서도 남편으로서 이해하는 엄마, 할머니, 이모, 쇼타, 유리가 생각한 가족은 자신들의 아픈 마음을 서로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하며 살아갔던 그 시절의 모습들을 그리워한 것은 아니었을지....

 

따뜻하고 유쾌하면서도 가슴 한편이 시린 마음을 갖게 한 감동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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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첸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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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실체에 대해서 표현을 하고자 할 때 정확하게 무엇을 어떻게 하면 나가 생각한 대로 제대로 맞을 수 있는 단어들이 있을까를 생각할 때가 있다.

 

마치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이 손에  의지한 채 감각만을 동원해 그 감촉을 표현하듯이 이 책 또한 읽어나가되, 그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손에 잡히지 않은 미지의 음악 세계를 동경하게 만들었다.

 

이미 '이런 이야기'란 작품을 통해 저자의 필력을 인지는 하고 있었으나 이 작품 속에 드러낸 표현과 감정들, 피아노란 악기에 대해서, 그리고 재즈에 대해서, 무지에 가까운 나가 읽어도 좀 더 가까이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몰라도 배를 타본 사람들은 아는 사람,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노베첸토다.

물 위의 작은 도시라 불리는 버지니아 호에서 태어난 그는 배에서 태어나 한 번도 육지를 밟은 적이 없는 연주자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그가 연주하는 음악 자체에 대해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그는 '존재한 적 없는 음악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그 이름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천재성을 인정한다.

 

배 안에서 대니 부드먼이란 선원에 의해 눈에 띈 아이, 누가 아이를 버리고 떠났는지는 모르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니 부드먼 T. D. 레몬 노베첸토라고 불리면서 배 안에서 성장한다.

 

그의 특징은 누구도 연주한 적 없는 음악을 피아노 88개 건반에 물 흐르듯 연주한다는 사실, 때문에 어떤 고위층 사람들은 일부러 3층 서민들이 머무는 객실을 자처하며 그의 연주 듣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책은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과 음악극 [노베첸토]로 이미 알려진 원작이다.

영화나 음악극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훨씬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지어진 글 속에서 독자들은 상상의 음악 선율을 기대하고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점을 유발한다.

 

책의 명 장면은 유명 재즈 연주가가가 노베첸토의 명성을 듣고 자신의 음악을 뽐내기 위해 배에 오르면서 시작되는 연주 경쟁이다.

 

그만 연주 경쟁을 할 뿐이지만 노베첸토가 그의 연주가 끝나고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는 묘사 장면은 비록 책 속이지만 흥분과 감동, 마치 나가 그의 곁에서 직접 세상에서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장면의 묘사다.

 

오로지 음악을 즐기고 자신만의 선택을 통해 배 안에서의 유한의 삶을 피아노 연주라는 무한의 세계를 통해 드러내는 그의 인생관, 하지만 그 또한 육지에 대한 동경과 궁금증은 있었지만 결국은 하선을 하지 않는다.

 

책은 노베첸토가 격은 배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더 나은 미지의 공간인 육지에 대해 나아가려 했지만 결국엔 포기하고 다시 배 안에서 생을 마감하는 여정을 그린다.

 

자신의 선택에 있어서 욕망의 어느 부분을 포기하고 자신이 지닌 다른 것에 눈을 돌리며 생을 마감한 인물-

 

 

어떤 미지의 선망의 대상에 대해서 우린 항상 지금보다 더 나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게 된다.

단지 그것이 행동에 옮겨져 실행을 하느냐, 포기하느냐에 따라 그  선택의 결정에 따른 책임도 따르게 마련이지만 노베첸토가 바라 본 육지 너머의 그 이상의 무한대인 공간은  미처 모두 보지 못한다면 지금의 배 안에서의 생활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를 비교했을 때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행보를 그렸다는 점이다.

 

이미 자신은 88개의 검고 흰건반을 통해 얼마든지 유한에서 무한의 세게를 표출해 낸다는 점, 그렇기에 밖의 세상이 아무리 그에게 별천지를 선사한다 해도 모두 볼 수 없다는 깨달음에 이른 점은 그에게 있어서 확실한 자신만의 인생관을 그려냈다는 생각이 든다.

 

배에서 태어나 배와 함께 죽음을 선택한 사람, 저자의 짧은 글이지만 그 안에서 다뤄지는 인생의 갈림길을 노베첸토라는 인물을 통해 투영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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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이은소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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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마음속에 갖게 되는 보이지 않는 병, 현대에 들어서는 정신적인 의미의 병으로 정신과라는 항목이 있고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들어주고 치료해주는 전문적인 항목이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시대인 조선에도 과연 이러한 병들을 치료하던 사람들이 있었을까?

 

상상의 나래라고는 하지만 읽다 보면 단지 부르는 명칭만 없다 뿐이지 실제로는 이러한 병을 치료하는 의사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궐에 드나들던 의원인 유세엽, 그는 아버지와 함께 전하의 위중한 병세를 고치고자 침을 놓았으나 전하는 승하하였고 그 원인이 자신이 놓은 침 때문이 아니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유배되고 그 자신은 아버지의 주선으로 가게 된 곳이 소락 마을 계지한이 운영하고 계수 의원에 몸을 의탁하게 되고 그곳에서 침을 멀리하되 환자들의 아픈 마음을 들어주는 의원으로서 자리를 잡는다.

 

시대적인 배경은 청의 침략으로 인해 화냥년이란 호칭으로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여인의 등장부터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환자들을 다루는 계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세엽 또한 세풍이란 이름으로 불리면서 진정한 의원의 길은 무엇인지를 깊게 고민하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책은 시종 유쾌하면서도 코 끝이 찡해오는 먹먹함, 당시의 한 많은 여인들의 삶과 신분의 제약과 그 허울을 벗어나면서 자신의 삶을 또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은우라는 과부와의 인연, 살인의 혐의를 받게 된 세풍의 처지, 그 안에서도 이루어지는 각양각색의 사연을 갖고 방문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들은 시대만 다를 뿐 현재 우리들의 마음의 병이 스며들게 된 배경들과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여  수상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의 2016년 우수상 수상작이다.

상상을 토대로 그렸다는 소재의 신선함, 그 안에서 다루는 진정한 의원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 자신이 진정 원하고 즐기면서 하고 싶은 치료는 무엇인지를 깨달아가는 세풍의 성장은 그 자신 또한 침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타 환자들을 보살피는 의지까지를 고루고루 보이는 책이기에 읽는 내내 즐거움이 크게 다가온 책이다.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이 또한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게 되는데, 지금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세풍 같은 의사만 만난다면 모든 병은 물러갈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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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철 - 사쿠라 마나 소설
사쿠라 마나 지음, 이정민 옮김 / 냉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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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에 결혼을 한 기누코, 평범한 가정이 아니었기에 선택한 것이 바로 결혼이었다. 

10여 년이 넘어서야 태어난 딸 시오리가 태어나고  남편의 불성실한 가장으로서의 행동은 점차 이들 가정이 삐걱거리는 상태까지 이르게 된다.

 

책은 등장인물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챕터로 구성이 되어 있다.

14살에 바람을 피워 이혼한 가정 속에서 자라 온 시오리의 생활과 그의 16년 나이 차가 있는 연인 사토시와의 관계, 홀로 살아가는 기누코의 심정과 마사유키의 시선을 통해 그려낸 이 작품은 한 가정 내에서 일어난 불편한 삶들을 불안정하게 그려나간다.

 

올록볼록하게 마주함으로써 완성이 되는 블록의 세계, 그처럼 이 책 안에서도 시오리와 사토시의 관계도 위태위태하면서도 사토시를 통해 아빠의 모습을 그리는 시오리의 방황도 어느 때는 딱 맞는 듯한 한 쌍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홀로 행동하는 시오리를 통해 흔들리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는 장면들이 상반되게 보인다.

 

 

 

한 가정 내에서 일어난 아픔을 그린 작품,  그 모든 동반된 아픔을 뒤로하고 진정한 블록의 맞춤형 태인 사토시와의 관계를 통해  나만의 가정이란 울타리를 선택하기까지의 시오리가 겪었던 방황의 이야기 일수도 있는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짧은 분량 속에 많은 것을 드러내고자 해서 그런가, 아니면 일본 분위기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읽으면서 정확하게 무엇을 주지하면서 읽어야 할지 조금은 난해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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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편지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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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광복절이 지나갔다.

그 세대를 살아온 어르신들은 광복의 기쁨을 무엇보다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고, 가족들 중에서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계신 가정이라면 일제시대의 만행과 아픔을 들을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삶에 대한 고통, 특히 나가 겪어 보지 못한 그 참혹하고 기억조차 하기 싫은 경험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하나 걸러 듣고 배우는 입장에서 이해를 한다고는 하나 당사자들이 겪었던 경험에 비춘다면 같은 공감을 느낄 수는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특히 이제 얼마 안 계신 위안부 할머니분들의 증언들은 처음 그 소식을 접했을 때의 충격과 함께 다시 역사 속의 개인의 삶, 죽음과 살아간다는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나의 나이는 15 살, 대대로 머슴살이를 한 집안에 태어난 나는 금자란 이름을 가졌다.

하지만 그 금자란 이름은 후유코란 이름과 몇 개의 이름으로도 더 불린다.

 

 

어머니, 나는  아가를 가졌어요.

 

첫 문장의 충격,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태아를 품에 안고 글씨를 모르는 상태에서 흐르는 물에 써 내려가는 문장들은  심금을 울린다.

 

만주의 낙원 위안소에서 위안부로 살아가는 '나'의 시점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위안부의 삶에 대한, 각 개인들이 어떻게 위안부로 살아가야만 했는지에 대한 사연과 함께 아기가 태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의 심정이 아프게 다가온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았던 나이,  하나라도 집에 보탬이 되고자 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따라나선 그 길이 이런 무섭고도 허망한 삶에 바쳐질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는가?

 

배가 불러옴에 따른 생명의 태동부터 눈, 코, 심장, 귀, 그 어느 것 하나 자신이 당하고 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길, 밤마다 받아들여야 하는 지긋지긋하고도 무서운 공포, 두려움들은 차마 그 어떤 감정으로도 해석될 수 없는 고통의 심정을 드러낸다.

 

한 개인의 삶, 특히 생명에 대한 가치의 소중함을 '나'는 원치 않은 생명의 잉태로 인해 오히려 그 생명의 탄생을 주저하며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되길 바라지만 역설적으로 같은 위안부였던 은실의 죽음이나 에이코의 화장을 통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반대편인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되는 정반대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책은 전쟁이란 테두리 안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상반된 시선을 그리되, 가해자 역시 피해자 못지않은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음을, 전장에 나가는 비장함 속에 살아올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는 두려움을 광기로 위안부에게 퍼붓는 행위, 그 안에서 '나'조차도 그런 병사들에게 연민을 보인다는 점은 인간으로서 갖게 되는 처절함 속에 삶에 대한 애착을 같이 보인다.

 

 삶에 대한 애착, 특히 눈만 뜨면 널린 시체들과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갖게 되는 살고 싶다는 마음은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이란 것을 '나'의 시선으로 그려냈기에 더욱 아픔이 배가 된다.

 

그렇기에 아기의 탄생은 곧 죽음을 바랐던 '나'의 심정이 살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동반된 또 다른 삶에 대한 애착으로도 보인다.

 

사실 이런 책들은 쉽게 손에 가지 않는 편이다.

이 책을 읽기까지 시간의 텀을 두었던 이유도 그분들의 아픔을 알긴 하지만 당사자만큼의 뼈저린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같이 느낀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오히려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저자가 이 책을 쓰기까지도 시간이 걸렸다는 점은 많은 공감을 느끼게 한다.

역사란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보고 미래의 계획을 세운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아픈 개인사는 결국 한 나라의 역사를 반추하게 되고 그 역사 안에서 죽기 싫기 때문에 받아들인 살아야 한다는 애착은 비난받을 일이 아닌 인간이라면 그 상황에서 누구나 가지게 되는 보편적인 감정임을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이 가슴에 모두 새겨진다.

 

 아픔을 느끼면서 읽게 된 작품, 작가의 필치로 그려낸 이 작품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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