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단 한순간의 결정으로 인생 일대의 변화를 가져올 기회가 온다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이 물음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책을 만났다.

 

전 작인 '리얼 라이즈'의 심리 스릴을 넘어선 또 다른 재미를 준 책, 저자의 소재 선택과 그에 어울리는 영화처럼 느끼며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다.

 

대학 시간 강사인 세라는 전임 강사가 되길 희망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남편과는 별거 상태로 지내는 워킹맘이다.

 

자신의 직속상관이자 TV 유명 프로그램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현하는 교수인  앨런 러브록에게 끊임없는 성추행과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지만 가정과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굴욕감과 한계를 줄타기하듯 넘기며 살아가는 여인이기도 하다.

 

 

변함없는 그의 집요한 행동과 말들을 곱씹으며 불만과 불만, 그 모든 것에 대한 폭발이 터지기 일보 직전 차를 몰고 가다 어느 괴한들이 자신의 딸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납치하려는 것을 보고 저지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 이후 그녀 주위엔 누군가가 항상 보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드디어 그녀에게 빚을 지었다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그녀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

 

 "내게 이름 하나만 주시오.

감쪽같이 사라지게 해 주지, 이 세상에서 영원히."

 

 -

조건은 세 가지였다.
72시간 안에 이름 하나를 말해야 한다.
거절하면, 제안은 사라질 것이다. 영원히.
받아들이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선택을 번복할 수도 없다.
그녀는 이 낯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전에도 만난 적 없고,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시는 만날 일 없는 이 남자를. 그녀에게 빚을 지고 말았다는, 이 강하고 위험한 남자를.
오로지 단 한 번의 거래, 평생 한 번 뿐일 제안이었다.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을지도 모르는 거래.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 거의 확실한 거래.
악마와의 거래였다.

 

자 이쯤 되면 독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세라 자신도 결코 이런 제안에 대해 선뜻 나서진 않지만 책의 흐름은 그녀로 하여금 결국 어떤 결단을 내리게 만든다.

 

책의 제목은 그녀가 이 일의 선택권을 준 볼코프와의 통화 시간인 29초를 의미한다.

단 29초란 시간이 주었던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책은 독자들이 예상을 허물고 뜻밖의 진행으로 이어지면서 좀체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게 한다.

 

직장 내의 성희롱과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이 되는 환경들, 자신의 최고 정점인 지위를 이용해 협박과 회유, 교만을 이용한 달콤한 제안을 통해 한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대하는 것이 아닌 지식인이라고 할 수 없는 인간 이하의 행동을 취하는 앨런이란 인물을 설정한 부분들이 현시대의 문제점들을 표현한다.

 

인생의 고비에서 선택이란 갈림길에서 선 세라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말을 이루어낼지....

아버지의 말은 인생을 오래 살아온 지혜의 선물처럼 느껴지는데, 반전의 반전의 맛을 이룬 리벤지 스릴러란 점에서 저자의 노련한 심리 표현력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단 29초의 시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해버린 상황들,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말처럼 정당한 것과 옳은 것 사이의 긴장감, 선택지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던져 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잔혹한 어머니의 날 1 타우누스 시리즈 9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우누스 시리즈’ 9번째 작품을 가제본으로 먼저 만나봤다.

 

어떤 시리즈물의 시작을 기점으로 주인공들의 삶의 변화를 함께 느끼며 읽는 느낌은 매번 새로운 인생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공감을 일으키는데 이 책의 시리즈 또한 예외는 아니다.

 

전 편작인  8번째 작품,  '여우가 잠든 숲'이 보텐슈타인 반장의 이댜기를 다룬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피아의 개인적인 가족사와 함께 사회적인 문제를 드러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한때는 수녀원이었던 장소를 개조해 대저택으로 변한 곳에서 84세의 테오도르 라인펜라트라는 노인이 사망한 채로 발견이 된다.

 

타살일 수도 있고 자연사일 수도 있는 형태의 죽은 시체, 그가 아끼던 개는 뒷마당 견사에서 묶인 채 거의 탈수 상태로 있는데, 처음에는 무심코 봤던 개의 옆에 있던 뼈는 알고 보니 인간의 뼈임이 밝혀진다.

 

노인의 부인은 이미 20여 년 전에 행방불명 상태로 거의 죽은 사람처럼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노인이 죽인 사람들일까? 아니면 제3의 다른 인물들이 범한 행동일까?

 

죽은 노인의 주위를 조사하던 피아와 보텐슈타인 형사는 노인 부부가 보육원에서 문제가 많은 아이들을 데려다 키워왔음을, 그들 가운데는 꾸준히 노인의 집을 방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며 그들을 중심으로 사건에 접근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혼모라는 이름을 가지며 살아가기란 쉽지만은 않다.

 

더군다나 노인이 양육했던 아이들의 출생연도를 생각해 보면 이젠 장년층의 연령이 대부분인 바, 독일 또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인으로서는 엄마란 타이틀이 짐에 부친 부분들이 많았던 듯하다.

 

 

-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예를 들면 파트너와의 문제, 사회적 궁핍, 정신적으로 감당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요. 아이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경우가 대다수죠. 과거에는 집안의 압박이 컸습니다. 임신한 미혼 여성들은 부모에 의해 강제로 보육원에서 출산하고 아이를 입양 보냈습니다

 

 

 

가족으로부터의 권유, 자신의 어린 나이에 부딪친 아이의 출생,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보육원에 보내는 심정들, 여기에 언젠가는 자신을 데려오겠다는 약속 그 믿음 하나로 버틴 아이들의 무너지는 희망들, 이를 이용해 철저히 아이들의 마음을 조정하며 학대와 냉대를 반복하며 키워낸 노인 부부의 극악한 행동들은 과연 누가 이런 살인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발견된 뼈의 주인공들의 공통점인 어머니 날을 전후해 살해된 점은 이 책의 제목에서 시사하는 것처럼 안타깝고 참혹한 심정이 앞서게 만든다.

 

사회적인 제도의 허점과 뭇시선들의 냉대함, 그 속에서 아무런 잘못도 없이 태어난 아이들의 존재가 어떻게 성장하고 자랐는지,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갔는지를 알게 하는 과정을 통해 이기적인 어른들의 잘못된 행태임을 고발한다.

 

여기에 피아의 가족사를 포함한 다른 이야기가 점차 한 군데로 모아지면서 또 다른 반전의 사실이 드러난 부분들 또한 재미를 배가 시킨다.

 

스릴의 맛은 여전히 반전이란 것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만큼 저자가 다음 작품에선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스크바의 신사'의 저자인 첫 장편소설이다.

 

개정판으로 새롭게 현대문학에서 단장해 출간된 이 책은 이미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은 독자라면 절판된 책을 다시 만난다는 기쁨이 클 것 같다.

 

 

1966년 전시회에 남편과 같이 사진전을 보러 간 케이트는 오래전 한때 자신과 연인 사이였던 팅커의 모습을 발견하고 과거를 회상한다.

 

1938년 대공황의 끝자락이었던 그 당시 자신의 단짝인 이브와 같이 간 홀에서 우연히 만난 멋진 신사 팅커 그레이를 만나게 되고 이내 관심을 갖게 되는 세 사람의 미묘한 관계는 교통사고로 인해 변한다.

 

이브가 크게 상처를 입게 되면서 팅커는 신사도의 정신으로 자신의 차로 인한 사고의 책임을 지고 그녀를 보살피며 살게 되는데 자연히 케이트와도 멀어지게 된 사이가 된 세 사람, 이때 케이트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 개척을 시도한다

 

.

 

시대상을 통해 암울할 것만 같은 것을 연상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상큼함과 자연스러움, 싱그러움을 연상시킨 글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비서일을 그만두고 출판사의 보조 일을 시작으로 케이트 그녀 주위로 관심과 호감을 보이는 부유한 청년들의 등장은 케이크만이 가진 매력을 정점으로 십분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또 다른 인생 행보를 보인다는 점, 여기에 이브 또한 팅커와의 사랑이란 감정 앞에서 깊은 고심 끝에 그와 헤어지고 다른 인생을 살아보려 시도하는 행동들, 그 외에 다른 여인의 활발한 여장부 스타일의 과감한 행보는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책의 제목은 젊은 조지 워싱턴이 일찍이 발표한 사교 생활을 위한 110가지 행동 규칙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책 뒤편에 보면 부록으로도 나와있다.

마치 상류층인 자제들이 교육 받아야할 부분처럼 여겨지는 가르침은 이 책에서의 제목의 분위기를 넘어선 여인들의 당찬 인생도전기와 사랑 이야기를 더 다루고 있어 더욱 재미를 준다.

 

저자가 당시 시대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묘사와 환경 부분들, 팅커가 개츠비처럼 비슷한 면을 보인 부분도 밉지만은 않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인간미가 느껴진 것은 저자가 그린 인물의 살아있는 부분들이 제대로 그려진 덕이 아닌가 싶다.

 

 

1938년 대공황을 배경으로 펼쳐진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한순간에 결정지어질 선택에 대한 생각도 해 보게 되는 책, 푹 빠지면서 읽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 기도
산티아고 감보아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떠오르는 남미의 작가란 명칭을 얻고 있는 산티아고 감보아의 소설이다.

남미의 문학들이 마술적 사실주의와 특유의 서술 이야기를 갖춘 작품들이 많아서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보일까 궁금했었다.

 

인도 뉴델리의 영사인 나는 태국에서 잡힌 콜롬비아 국민이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잡혀있다는 보고를 받는다.

 

이름은 마누엘, 27세, 콜롬비아 국립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청년이 왜? 무슨 이유로  마약 혐의로 체포되었는지, 마약에 관한 한 엄격함을 유지하는 태국에서의 법적인 판결은 십중팔구 사형 내지는 자신의 유죄를 인정한다면 종신형으로 감형할 수 있다는 정보에 따라 나는 그를 만나러  간다.

 

책은 마누엘이 영사인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콜롬비아란 나라의 정치적인 상황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실종이 된 자신의 누나 후아나를 찾기 위해 지구반 바퀴를 돌아온 사연이 담겨있다.

 

자신과 둘도 없는 단짝이었던 남매의 사랑은 부모의 품을 떠나 오로지 둘만의 생활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벌어진다.

 

책 속에는 콜롬비아가 처한 당시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이 권력을 쥐고 있던 시대를 통해 정치적인 모순과 현안들이 게릴라, 우익 민병대들의 폭력, 강간, 마약밀매와 살인들까지 겹치면서 극도의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모습들을 가감 없이 내보인다.

 

이 와중에 부모세대가 지지하고 느꼈던 시대에 반항하던 누나 후아나의 행동들은 책 전반부는 동생 마누엘을 구하기 위해 그의 사연을 들려주는 부분과 이후 뒤로 넘어가면서 누나를 찾아내는 과정이 오디세이를 연상시키는 듯한 여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 책은 누나를 찾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건 동생 마누엘의 인생 이야기와 누나의 행방을  찾기 위해  나라를 찾아가는 여정, 방콕, 뉴델리, 보고타, 도쿄, 테헤란이 등장한다.

 

나는 그 나라를 방문하면서 여행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각 나라의 분위기와 사람 냄새, 풍경, 갖가지 다른 모습들을 비교하면서 쓴 내용들이 누나의 행방 찾기를 통해 서스펜스 성격까지 갖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선다.

 

저자는 기존의 남미 유명 작가들이 구사했던 흐름과는 달리 콜롬비아에서 행해진 부패와 권력을 이용한 국민들의 억울한 사연들, 마약과 매춘이란 소재를 두 남매를 통해 비난한다.

 

조금만 참았더라면 만날 수 있었던 누나와의 만남은 마누엘의 자살로 이뤄지지 못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가 행한 행동은 타국이란 환경에서 당해야 했던 대우와 모종의 권력의 방해로 이뤄지지 못한 반항으로도 보일 수 있다는데서 개인의 억울함이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현상을, 자신의 죽음이 그동안 누나가 행해온 인생의 다른 부분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보인다는 데서 더욱 씁쓸함을 남긴다.

 

- 말, 말, 말.

밤 기도

 그들이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생각하는 이 기도. 그것은 마음속에서 울리는 가슴이 찢길 듯한 비명과 고통과 사랑의 외침이다. 그것은 두 개의 조용한 기도이다. 나는 그 이상한 폭풍우 속에, 그들이 만들었지만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던 행성과 가까운 곳에 있다. 이 두 연약한 인간은 함께 있으면서 잊히기를 염원하지만, 삶은 마치 벽처럼 그들 사이로 끼어든다.-p 280

 

 

서구의 문학과는 다른 분위기의 문학  느낌을 주는 남미 문학들, 그중에서 현대를 대표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작품을 통해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맨해튼 비치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의 바다의 물결이 장관이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오직 그들만의 리그처럼 살아가는 인간들에겐 이처럼 거대한 물결이 주는 압도적인 장관은 숨죽임을 느끼게 한다.

 

제니퍼 이건의 장편소설, 그것도 세계 2차 대전, 대공황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의 거대한 스케일은 한동안 당시의 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마저 부여한다.

 

1934년 금주법이 풀렸다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기만 했던 대공황 시대, 보호시설에서 자랐지만 자수성가로 성공, 한때 주식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몰락한 가정의 가장인 애디 케리건이 있다.

 

가장으로서 가정의 책임을 지기 위해 같은 보호소 출신 친구인 갱스터 더니의 백맨으로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겐 장애를 갖고 태어난 둘째 딸 리디아에 대한 생각은  죄책감과 분노를 동반하면서 휠체어를 사줄 형편조차 없는 자신의 무능력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의 첫째 딸 애너는 아버지와 함께 맨해튼 비치에 위치한 덱스터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아버지와 덱스터의 만남을 기억하게 된다.

 

14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말없이 집을 떠나게 되고 이후 그녀는 가장으로서 생계를 위해 브루클린의 해군 공창에서 일하게 된다.

당시 전쟁으로 인한 남자들이 행방불명은 다반사였고 여인들의 사회진출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는 여타 다른 여인들처럼 주어진 대로의 일만 하는 것이 아닌 우연히 심해로 뛰어드는 다이버를 본 순간 지원할 것을 결심한다.

 

남자들이 전유물로 생각되던 그 시대의 다이버의 세계는 특히 여성에 대한 심한 차별과 대우, 모멸감이 깃든 언어를 모두 감내하며 다이버로서 한 단계씩 올라가던 그녀는 어느 날 친구와 같이 간 나이트클럽에서 어릴 적 봤던 덱스터를 보게 된다.

 

덱스터를 본 순간 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접근하는 그녀, 덱스터 또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서 어둠의 세계이자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사교계의 인사로서 명성을 유지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었지만 애너와의 관계는 또 다른 삶을 향해 달려 나간다.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 책은 당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자가 지닌 개성과 목적, 사랑을 통해 격변하는 모습들이 절묘하게 다뤄진다.

 

자신만의 양심으로 삶을 살아온 에디는 자신의 딸 리디아로 인한 고민의 해결책으로 덱스터에게 접근하고 그의 옴부즈맨으로서 살아가지만 결국 이마저도 자신의 양심에 위배되는 상황에 이르자 굳은 결심을 하고 가족 곁을 떠나는 행보를 보인다.

 

어떤 이유도 없이 떠나 버린 그의 결정은 애너로 하여금 덱스터에게 접근하는 이유이자 해결책이었고 그와의 하룻밤의 불같은 사랑은 또 다른 인생의 터너 페이지를 만들게 된다.

 

 덱스터 또한 이민자의 밑바닥 생활에서 부유한 처가 덕에 자신의 황금기 인생을 갖게 되지만 전쟁 이후의 미국  상황을 예의 주시했던 그의 제안은 장인과 그가 모시고 있던 갱스터 일인자에게까지 배신을 당하면서 그의 삶 또한 격랑의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이 맨해튼 비치에서 모인 순간 예견된 듯한 일일 수도 있었다는 예언처럼 이어지는 장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는 진취적인 여성 다이버로서의 애너의 삶과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 케리건의 모습들이 교차로 보이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에디가 겪는 바다에서의 모험은 책장 앞부분의 짧은 글이 적힌 모비딕 그 자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설정과 독일군과의 싸움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다지는 선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다가 이끄는 대로 흘러가는 시시각각 조여 오는 생의 다툼 앞에서 그가 환상적으로 본 리디아의 환영은 자신조차 인정할 수없었던 딸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아픔을 승화시키는 듯한 장면으로 인식되면서 모든 것에서 벗어나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원동력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거대한 풍랑은 언젠가는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이고 서서히 자취를 감추듯이 애너의 제2의 삶, 아버지 케리건의 바다를 향한 인생 개척, 덱스터의 아쉬움을 남긴 발자취는 뚜렷한 개성의 조합을 통해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모든 면들을 부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격랑의 물결 속에서도 자신만의 항해를 나아간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의 열망인 바다는 오늘도 여전히 자신의 본모습을 감춘 채 우리들 곁에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은 것 같은 책, 저자의 다른 책을 읽었던 독자라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