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오렐리 발로뉴 지음, 유정애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 케이블 방송에서 하고 있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라는 것을 즐겨 보고 있다.

노희경이란 작가가 쓴 글들에는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라든가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없는 상류층의 극대화된 생활상이라던가, 어떤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실제 우리들 모두가 곁에서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들을 많이 써왔기 때문에 믿고 보는 편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좋아했던  작가는 아니었던 것이 알고는 있지만 방송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일들의 상황 연출들은 우리들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사와 함께 오히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불편함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보다 더 가볍고 잠시라도 즐겨 볼 수 있는 방송 쪽으로 눈을 돌린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두해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이제는 어떤 환상적인 이야기에 심취해 있기보다는 위의 드라마처럼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오히려 진심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보는 내 시각이 조금은 다른 쪽으로 변화를 겪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드라마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내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 책 또한 그렇게 다가왔다.

고령화의 시대다 보니 세계의 작가들이 그리는 구상의 소재로써도 '노인'들을 등장시키는 책들이 활발히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실감을 느끼게 된다.

 

드라마에서 박완으로 나오는 탤런트 고현정은 자신의 엄마와 엄마가 알고 지내는 선. 후배들을 이모라 부르지만 내심 속으로는 '꼰대'들이란 말을 사용한다.

마치 자신은 언제까지 청춘일 것이란 착각을 일으키듯 자신보다 나이 많고 이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점차 소멸의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을 비유해서 부르는 말인 듯한데, 방송을 보면서 이 책에 나오는 페르디낭  할아버지를 많이 연상시켰다.

 

페르디낭 할아버지-

연세는 이제 83세에서 84세로 넘어가고,  건강염려증,  고집불통, 변태,  연쇄살인범으로 불리는 남자, 그야말로 자신의 주관대로 밀고 나가는 꼰대다.

우편배달부와 눈이 맞아 노년에 자신과 이혼한 후 떠나버린 아내,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딸 마리옹과 손자 알렉상드르와는 연락이 없거나 거의 두절되다시피 간간히 이어져 오고 있는 상태다.

 

집마저도 딸의 명의로 되어 있고 살고 있는 아파트에 남자라고는 관리인의 남편과 자신뿐이다.

이웃과는 소통 부재, 오직 데이지라는 개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홀로 사는 자신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 딸의 염려로 인해 관리인인 쉬아레 부인으로부터  집 안 상태를 감사받게 되는 처지에 이르고 통과를 못할 시에는 양로원에 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더군다나 데이지마저 차량에 치여 죽게 되고 이 모든 일의 배후엔 쉬아레 부인이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가운에 데이지를 따라 죽으려 버스 정류장에 스스로 뛰어들지 않나, 이 일로 인해 오히려 더욱 입지가 좁아진 페르디낭 할아버지는 윗 층으로 이사 온 줄리엣이란 초등학생을 만남으로 해서 이웃과의 소통을 시작하게 된다.

 

여자 노인들이 차 한잔을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 모양을 못 보는 성격, 화분마다 제초제 전분가처럼 뿌려 죽이는 행동이 점차 자신의 마음을 열어가게 되고 도움을 청하게 되면서 스스로도 변화를 느껴가는 생활로 변해 간다.

 

이 책에서 나오는 페르디낭 할아버지를 보면서 노년에 대비한 준비와 그의 마음가짐과 어떻게 해야 내 삶을 보다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인공과 다른 노인들의 생활패턴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이웃 할머니의 말은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가라앉지 않기 위한 비법은 죽음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예요. '늙는다는 것은 남들이 죽는 것 을 보는 것이다.' 누가 이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딱 맞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p 122

 

 

자신 스스로가 전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던 페르디낭 할아버지가 손자의 일을 계기로 자신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 눈에 보이는 신체적인 나이와는 별도로 가슴속에는 '사랑'이란 감정이 있고 실제로도 예쁜 사랑을 할 수도 있겠단 가능성, 뭣보다 혼자 외롭고 쓸쓸한 원인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했음을, 관심과 사랑을, 그리고 시대에 적응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이웃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페르디낭 할아버지가 우여곡절 끝에 가족이란 품을 찾은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한 책이다.

 

노인들도 노인들 나름대로의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고 그런 가운데에 여전히 세상을 살아오면서 쌓은 경력이 빛을 발할 때가 오게 됨을, 페르디낭 할아버지의 인생은 조그마한 줄리엣의 방문을 통해 밝은 햇살 속으로 들어가게 됐고 이제는 좀 더 여유롭고 변화된 새로운 인생의 삶을 시작하려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가 있는 책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시대에 노인들, 특히 꼰대들이란 말은 이 책에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통해 젊은 층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인식을 가르쳐 준 계기가 될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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