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들 총성이 있는 전쟁이 현장의 실체라면, 보이지 않는 전쟁은 더 나열하기도 쉽고 종류도 많다.

지구촌이란 말이 무색하게 대표적인 '한류'의 유행은 멀리 떨어진 남미까지 그 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문화가 주는 영향은 크며,  총성과 비교해도 전혀 무게감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들이 글을 쓸 때의 소신들은 저마다 모두 다르고 그것을 자신의 필력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때의 책임감은 글을 쓰는 감옥이란 말이 나올 정도의 고통을 감내하며 쓴다는 사실을 볼 때 김진명 작가가 그동안 발표해 온 작품들 또한 이러한 범주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한국의 작가분 들 중 한 분이 아닌가 싶다.

 

그간 발표해 온 작품들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정서와 역사적인 사실들을 적절히 섞어서 쓴 작품들이라 이를 통해 독자들에겐 읽은 후에  깊은 생각을 던져주는 숙제를 던져주기도 한다.

 

이번에도 그 기대 또한 저버리지 않았단 생각이 든다.

 

글자 전쟁-

 

처음 제목을 봐선 어떤 상상도 할 수없었던 지라, 글을 읽고 난 후인 지금은 막연한 놀람보단 작가의 상상력에 빗댄 글들이 어쩌면 사실적인 역사의 틀을 제대로 잡아보자는 취지로 더욱 간절하게 전달된 책이 아닌가 싶다.

 

수재라고 일컬어진 이태민은 자타가 공인한 뛰어난 두뇌 소유자다.

미국의 칼텍과 스탠퍼드를 거쳐 무기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이더니 어느 날 홀연히 사퇴를 하고 한국에 들어와 무기중개인으로서 자리를 잡는다.

 

그의 꿈은 500억만 손에 쥐면 모든 일에서 손을 털고 캐나다 어느 좋은 곳에 자리 잡아 살아가는 것, 그렇기에 무기 구매에 필요한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한 거래 성사에 뛰어난 수완을 보이지만 어느 날 검찰의 기습 조사가 이뤄지고 억울하지만 다시 검찰에 들어가기 전 중국 베이징으로 일단 출국한다.

 

그곳에서 다시 재기의 몸부림을 위해 동향을 살피던 중, 의외의 인물인 전준우란 소설가를 알게 되고, 그로부터 자신이 위협에 처한 것 같으니 물건을 맡아달란 부탁을 받게 된다.

 

다름 아닌 USB-

다음 날 전준우는 피살이 되고 중국 공안당국은 그가 죽음에 이르게 된 자세한 사연을 덮어버리고 단순한 사고로 발표한다.

 

중국의 치명타적인 약점이 들어있다는 USB 안엔 도대체 무슨 내용이 들어있길래, 그가 목숨을 잃게 됐을까?

 

여기서 작가는 전혀 뜻밖이면서도 사실적인 역사에 근거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액자 형식으로 취해진 전준우가 쓴 소설 속의 내용은 동이족이라 불리는 우리 민족의 기원에 대한 뿌리서부터 같은 뜻으로 쓰이는 한자인  조() 와 조(弔)의 유례에 대한 역사적인 이해와 의문점을 소설 형식을 취해서 그려 놓았고, 여기에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역사 서술가인 사마천과 성인이라 불린 공자의 행위로 인해 역사가 어떻게 오늘 날에 이르러 변하게 됐는지, 실제 문명화된 자신들의 우월성을 유지하고 타 민족을 하나로 자신들 아래에 두고자 하는 현실의 중국에 대한 비유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형식을 취한다.

 

세계 4대 문명이 아닌 5대 문명이라고 불리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홍산문화에 대한 중국의 견제는 비단 이것뿐만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작가는 현재 진행 중인 고려사에 관한 소설 외에도 '글자 전쟁' 이란 제목하에 또 다른 사실적인 문제점에 접근하고 있다.

 

반도 국가라는 지형적인 요건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역사는 특히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따른 계획에 따라 착실히 진행 중에 있다.

 

고려에 대한 역사가 통째로 중국에 통합되어버리려는 문제와 교묘하게 역사를 왜곡하고 그럴듯하게 자신들만이 세상의 중심이란 사상에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그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이러한 일련의 통합정책은 그저 손 놓고 볼 수만은 현실을 일깨워주고 있는 작가의 소신적인 글이 가슴에 와 닿게 한다.

 

 

답(畓)과 가(家)에 얽힌 소설 속의 이지가 주장한 근거에는 자신들의 문명이 동이족보다 오히려 뒤떨어졌다는 근거임을 나타내는 장면은 문명의 발달이 주는 확실한 근거임과 동시에 언제까지 찬란한 역사적인 사실들을 그저 손 놓고 바라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절실함이 묻어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제 치하에서도 꿋꿋이 한글의 명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 뒤엔 한글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고, 꾸준한 우리 말 사용을 한 국민들이 있었단 사실, 아무리 찬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해도 그것의 명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없이는 그 빛나는 문화는 영원할 수 없다는 진실, 이 모든것들이  바로 우리 눈앞에 와 있다는 체감이 명백하게 느껴지게 한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앞으로만 달려왔던 이태민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을 수 없었던 그 이유,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글자 전쟁의 확실한 오류를 적어도 어느 국민 한 사람만이라도 중요성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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