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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평점 :

복면소설이라고 해서 저자도 모르고 제목도 모른 채 읽어 나갔다.
제법 묵직한 소재라나 할까?
아무튼 현재 유럽 권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시적인 문제점, 또는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까지 보여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읽어 나가면서 누굴까?를 연신 생각하면서 읽게 된 책은 미셸 우엘베크의 작품이 아닐까? 이었다.
알고 보니 제목도 '복종'-
처음엔 표지에 눈만 드러내놓은 이미지라 이슬람의 어떤 여성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그 내용은 한층 더 심층적인 주제를 드러낸다.
오늘 아침에도 마침, 방송 뉴스에서 프랑스의 관용(톨로랑스)에 대한 정책의 일환으로 이슬람의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되, 그들의 저소득층 생활의 모습, 파리 외곽 지역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인터뷰 내용이 나오던데, 아마도 이런 현상은 프랑스만이 아닌 전 유럽권의 문제가 아닐 수가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인구 수는 증가세를 보이기는커녕 점차 노령 인구 층으로 대변되는 현상과는 반대로 오히려 이런 불법 이민자들, 취업자들, 그리고 이슬람이란 종교로 대표되는 이들의 인구수 증가에 대한 걱정스런 시선이 따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의 연도는 2022년으로 나타난다.
아무래도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읽다보니 처음엔 책 내용 중 2017년 대선 이야기가 나와서 오탈자인 줄 알고 착각했었는데 나중에 가서야 연도의 확실한 시기가 나오는 바람에 작가의 의도를 알게 됐다.
즉 2022년도는 이슬람력으로 라마단에 해당된다고 한다.
화자인 나, 프랑수아는 40대를 넘어선, 현재 조리스카를 위스망스가 썼던 작품을 가지고 논문을 발표, 대학 교수로서 생활한다.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저자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드러내듯 시종 냉철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프랑스 자체의 국내 문제, 정확히는 정치문제에 대한 , 즉 선거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극우 정권이 정권을 쥐게 되는 우려 속에 좌파와 우파 정당들이 이슬람 정당과 연합하여 새로운 당이 탄생하게 되고 이는 곧 많은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이슬람 정당이 내세우는 대부분의 협정 중 하나인 교육면에서 그 변화는 뚜렷이 감지되는데, 바로 아이들 교육이다.
그네들 생각에 아이들을 장악하는 자가 미래를 장악한다. (p94)
고로 정교분리 원칙이 깨지고, 공립학교가 이슬람 학교로 바뀌게 되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옷차림을 짧은 바지차림은 볼 수가 없게 되고 자신 또한 대학에서 해고를 통보 받고(단 개종을 한다면 계속 연임이 가능하단 이야기를 듣는다.), 여성들의 교육은 초등교육을 마친 후에 가사교육,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며 일부다처제가 수용이 된다는 변화의 물결을 이룬다.
또한 정말로 이슬람을 믿는 대통령이 선출됨으로써 주변 국가들, 즉 이슬람을 믿는 아프리카의 대륙을 아우를 수 있는 유럽 통합권내의 가입 실현을 위한 계획이 차례차례 진행된다는, 이른바 유럽인들이 알게 모르게 회피해 온 본격적인 새로운 종교전쟁을 생각하게 하는 미래의 프랑스 사회를 대표로 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유럽의 역사 속에서 기독교를 배제할 수 없는, 끝까지 지키기 위해 치러졌던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은 그들로서는 당연히 이슬람의 침공을 반길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거부할 수만은 없는 인권존중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실제로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으로 대변되는 이러한 대립적인 현상은 유럽인들을 다시 이슬람 공포증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극우세력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현 실정과 맞물려 저자는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이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진정한 가톨릭을 믿는 국민 수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한 때 니캅이나 부르카를 입지 말라는 공고에 대한 이슬람을 믿는 이민자들의 항의로 이어진 복잡한 문제들을 연상 떠올리게 한다.
이런 가운데 저자의 이런 시선은 화자인 프랑수아의 개인적인 삶이 어떻게 이런 정책과 맞물려 변화를 해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편으로는 이슬람을 믿는 대통령이 꿈꾸는 제2의 로마제국을 계획한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로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
정치가 어떻게 변하든 오로지 결혼 보다는 섹스에 몰두하는 프랑수아의 삶도 이슬람으로 개종이 되면서 자신이 누리게 될 혜택을 받아들이게 되는, 스스로 두 번째 삶의 기회가 왔다는 독백식의 말이 변화의 흐름을 거부만은 할 수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금은 이런 식으로 몇 년 전에 내 아버지가 혜택을 입었듯, 내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었다. 그것은 이전의 삶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두 번째 삶의 기회가 되리라.
후회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 p357
다음은 전체적인 모습의 새로운 유럽권 가상의 구도실현-
먼저 터키를 유럽 권에 가입 시키고 점차 아프리카 대륙 권을 유럽 존에 가입시킨다는 계획은 설사 이 책이 저자가 그리는 가상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헛된 꿈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출간 당시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하는데 그 만큼 유럽 권내에서도 관망하고 바라만 볼 수는 없는 현 시점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철저한 개인주의로 고립된, 일관되게 내 위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섹스나 결혼이나 부모간의 유대)과 철저하게 가족주의로 생활하는 공동체로서의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의 비교는 제목에서 말하는 복종의 범위는 무엇인지,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들을 반대로 뒤집어서 보게 하는, 지금의 유럽권의 사회적인 구조적인 변화와 의식의 전환이 필요함, 그럼에도 이 책에서 전해주는 여러 가지 정치활동에 관여를 하는 사람들의 생각, 제 3의 경제변혁을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함께 어울리는 사회로 가기 위해선 어떤 취지의 협조와 변화된 사회질서가 필요할지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마다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생각도 함께 곁들여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