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일의 시간 - 삶의 끝자락에서 전하는 인생수업
KBS 블루베일의 시간 제작팀 지음, 윤이경 엮음 / 북폴리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요즘엔 워낙 많은 책들이 출간되어 나오는 터라 어떤 책을 골라서 읽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중에서 삶을 바라보고 어떤 실천을 해야 하며 어떤 정신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저자들의 글들은 때론 많은 공감과 나도 이렇게 해야지 하는 결심을 하게 만들지만 정작 나 자신 스스로가 읽기를 서두르면서 집어 들게 하지 않는 책 종류가 바로 '죽음'을 다룬 이야기다.

 

그동안 죽음에 관한 소설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통해서 독자로서 많은 감정 교류를 느끼고 감명을 받곧 했지만 실제적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을 목도하고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이제는 가까운 분들의 부고를 많이 듣게 되는 처지로 변해버렸다.

 

얼마 전에도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 하신 친척 분 문상을 다녀오면서 내 가족들을 생각해보게 됬다.

이런 경향은 특히 연세 드신 분들을 가까이 모시고 사는 사람들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기 때문에 지레 겁먹은 탓도 있겠지만 내 스스로도 아직까진 연로하신 분에 대한 죽음을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현실 부정적인 면의 탓도 있을 것이다.

 

병원의 입. 퇴원을 반복하면서 주위 식구들의 생활은 오로지 환자에게만 맞춰진다.

봄의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언제 피었다 지었는지도 모르게 시간은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그렇게 피고 지고를 반복하지만 , 정작 퇴원하고나서도 반 간호사가 되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가슴을 천근만근 무겁게 내리누른다.

 

이렇듯 한 생명이 태어나고 죽는 순간까지,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점점 죽음과 가까이 시간을 마주 대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나 자신조차도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잊고 산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떠나서 삶에 대한 귀중한 보석 같은 일깨움을 가르쳐 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읽고 싶지 않았다.

눈물 폭풍이 보나 마나 뻔하게 내 눈을 퉁퉁 붓게 할 것이고 머리는 두통처럼 아파질 것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일들이 이런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어떤 연관성이 떠오르기 때문이기도 했다.

 

책은 2013년 12월 방송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갈바리 의원의 100일간의 기록을 담은 <KBS 다큐멘터리 블루 베일의 시간>으로 크게 호평을 받은 것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책 제목인 '블루 베일'이란 수녀님들이 입는 옷이 푸른색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 한다.

 

프롤로그의 담당 PD의 말부터 정말 눈물바다를 쏟게 했다.

아이 ~ 이러면 정말 끝까지 인내심 발휘하며 읽어가기 힘들겠는데,라는 불안감에 눈동자에 힘을 주긴 했지만 1분마다 쏟아지는 눈물은 주체할 수가 없다.

 

살아가면서 그 누가 어떤 형태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여기 갈바리란 곳에 모인 환자들은 대개가 항암치료조차 어려울 정도의 신체가 약화되고 죽음의 직전까지 오게 된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는 집 안의 가장으로서 한창 일할 나이인 중년부터 연세가 드신 분들까지,,, 하나하나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한 권의 인생 책을 내고도 남을 정도의 저마다의 사연들로 가득 차 있지만 자신이 가버리고 난 후의 남겨질 가족들에 대한 미안감,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 말을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여러 가지 일들을 행동해 봄으로써 죽음이 더는 슬픔이 아닌 현재 삶에 이어진 하나의 또 따른 연장선의 가는 길임을 알게 해 준다.

 

어떤 틀에 박힌 행동성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 특히 수녀님들과 원장님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 보다 환자들 곁에 가까이 있어줌으로 해서 그들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좀 더 완화해주고, 힘든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는 모습들이 정말 따뜻하게 다가온다.

 

 

한국 사람들은 정서상 살갑고,  대놓고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타입들이 드문 사람들이 많은지라 한국 최초요, 동양 최초로 설립된 호스피스 병원에 대한 인식과 그 안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행동을 통해 "사랑한다, 고맙다, 힘내라" 하는 말 자체가 쑥스럽기도 하지만 이는 정말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잠은 일종의 죽음이다.

그런 잠을 통해 우리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잠이 길어져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죽음이라고 부르기에 ' 어쩌면 임종은 삶의 마지막 성장기인지도 모른다.'라는 구절이 구구절절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삶 전체를 돌아보며 나 자신과 대면하고 모든 것과 이별하는 시기에 누군가는 꼭 동반해 주어야 한다.-P38

 

같이 있어줌으로써 보다 나은 죽음으로 가는 길에 행복한 기억과 함께 의식이 있는 동안 함께 하는 일들은 죽음을 두고 앞서간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게 될 남겨질 사람들에겐 소중한 추억과 함께 나눴던 말들까지, 때론 울고 싶으면  울어야 하는 것이 맞고 웃게 되면 웃으면서 상처를 다스리는 방법이 어쩌면 우리 생애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솔직하고 진솔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죽음에 대한 고차원적인 생각의 발상이 아닌 주변에서 일어나는 언젠가는 저 너머의 세상의 가는 길목에 대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일들이기에 이 책은 더없는 인생의 참의미와 가치를 알게 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당신은 아름답게 죽었습니까?" 라고 물어볼 사람도, 대답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임종의 자리가 평화로웠습니까? 만일 그 자리에 평화가 있었다면 아름다운 것입니다."-p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