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기무라 다이지 지음, 황미숙 옮김 / 올댓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개인 초상권이란 이름으로 유명인들이 법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기사를 종종 읽곤 한다.
그만큼 자신들이 갖고 있는 초상권에 대한 정당한 요구와 적절한 절차를 원한다는 점에서 지금이나 과거나 공통점이라고 느끼는 점은 그들 나름대로의 자긍심을 느낄 수가 있다.
한 때 대기업의 모 사건에 연루된 미술관의 관장이나 그가 운영하는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들에 대한 가격과 누가 그렸는지에 대한 기사를 접했을 때 미술작품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과연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거니와 일반 평민들은 그저 무슨 전시회를 통해서나 접해 볼 수 있는 이런 소장가치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하게 한 기회도 된 바, 이 책은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서양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미녀들의 초상화를 통해 당대의 어떤 욕망과 야욕을 가졌으며 어떻게 이런 그림들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교양서다.
서양에서 미술사의 발전은 그리스 문화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를 이은 것이 바로 로마다.
당시만 해도 각종 우상숭배에 익숙했던 로마에서 기독교가 정식 종교로 등극하면서 우상숭배에 대한 멸시는 이어지게 되고 아울러 기독교적인 영향으로 인해 이런 조각상들은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선 조각상이나 그림들이 필요조건으로 느끼게 되면서 서양의 미술사는 여러 차례 변화를 거친다.
그중에서 로마에서 기껏해야 볼 수 있었던 동전에 새겨진 조각상은 시대를 흘러가면서 비로소 개인의 초상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즉, 14세기에 들어와서야 종교 미술에서조차 기부자나 화가 자신의 초상이 그려지기도 하면서 독립된 초상화의 기틀을 다지고 발전을 이끌게 되고 갤러리란 어원이 생겨날 만큼 재력 있는 높은 신분의 사람들은 수집한 초상화를 전시하는 것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한 편 이런 기법들은 이탈리아/프랑스/영국의 각 여왕들이나 왕녀, 그리고 왕실 가족의 그림들을 통해서 당시의 권력구조나 한 나라의 왕비가 되었다가 한순간 추락하는 사연, 최초로 프랑스의 궁정에서 ‘공인된 총희’라 불린 최초의 존재라 불린 아네스 소렐에 대한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로도 들린다.

그렇다면 이들은 초상화에 왜 그토록 신경을 썼을까?
지금처럼 다양한 카메라의 출시나 화면 배경이라든가 조작이 수월치 않았던 시대에 그들이 나름대로 국민들을 상대로 하거나 상대국에게 자신들의 권력을 드러내기 위해서, 아니면 정략적인 결혼 자체에 필요성에 의해서의 선 보기용... 많이 이용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화풍은 네덜란드의 화가들이 북유럽의 화풍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발전을 이뤘고 일부는 궁정화가로서 이름을 알리는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까지, 하나의 초상화에 숨은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재밌는 미술사란 생각이 든다.
귀족 출신으로만 왕의 총희가 될 수 있는 법을 바꾸게 하면서까지 총희가 된, 퐁파두르 공작부인에 대한 이야기나, 남편의 외도 때문에 한 많은 삶을 살아간 여인들, 처녀로서 오로지 자신의 나라 영국의 발전을 위해 살다 간 엘리자베스 1세에 얽힌 인생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여인으로서 때론 여인이란 자격을 버리고 살다 간 삶이 있는가 하면,


사랑에 빠져 비극적인 삶을 마무리한 여인도 있다는 사실을 통해 초상화 한 점, 한 점이 보여주는 그 대상 자체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많은 인생의 고비를 넘기며 살다 간 여인들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그림 설명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한 책이요, 현대에 들어와서는 어떻게 초상화가 일대혁신을 겪으면서 변화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어 여러모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책이다.

(모던 아트 시대 도래의 대표적인 앤디 워홀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