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탐정 정약용 세트 - 전2권
이수광 지음 / 산호와진주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조선의 대표적인 학자 중의 한 사람인 정약용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저술한 그의 책들은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가 되는 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이력엔 이런 정치적인 선비이자 실용학의 거두로서 각인이 되어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벗어나 이전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 못 했던 사건 해결, 특히 살인사건의 해결에 앞장서서 풀어나가는 또 다른 이미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조선 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의 모티브인 정약용으로서의 모습을 기대했던 만큼 그의 활동엔 그의 조력자였던 여리란 남장 여인과의 이룰 수없는 애틋한 사랑의 감정과 함께 당대 그를 아끼고 지원을 해 준 정조란 임금이 있었기에 그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와 그 재능을 알고 지원을 해주었단 사실만 보더라도 정약용이나 정조의 양쪽 입장에서도 이득이 되는 사례로 뽑히는 바, 이 책에는 정약용,  자신이 지은 <흠흠신서>와 <조선 왕조 실록>, <무원록>, <심리록>을 바탕으로 조선시대의 살인사건 발생에서 해결, 그리고 판결까지 살인사건과 정조 독살설까지 다룸으로써 살인사건에 치중한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여러 각도에서 그의 인생과 활동, 당 시대의 당쟁의 희생이 되고 서학을 빌미로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려는 신하들과의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까지 그린다.

 

지금이야 과학의 발달로 인해 죽은 시체가 어지간히 부패가 심하다 할지라도 신원의 확인과 죽게 된 방법까지 알 수가 있는 범위의 활용도가 많아졌지만 이 책에선 당시의 검시 방법과 법을 둘러싼 해석과 결정의 방법까지, 나름대로 정해진 틀에 맞춰 이뤄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만 , 지금과 비교해 볼 때 당시의 법적인 허술함을 엿 볼 수 있는 살인사건 사례를 통해 정약용은 어떤 법 해석을 내렸으며 이를 정조에게 고함으로써 정조 자신은 그 자신이 항상 적에게 암살당할 우려가 있다는 걱정 속에 같은 사건을 바라봐도 달리 해석을 내린 경우가 있었다는 점에서 정조 또한 법 테두리 안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한계를 보인 왕이란 느낌이 들게 한다.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이정행과 봉보부인 성씨, 그리고 원수를 갚고자 남장으로 분하며 정약용을 사모하는 여리를 등장시킴으로써 자칫 딱딱하게만 그려질 수 있는 살인사건의 이야기를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그려나간 각 단락마다의 이야기들이 재미를 느끼게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4화 전라도 강진의 윤항 옥사 사건>-

조선시대 법은 부모가 살해당하거나 폭행을 당할 때 현장에서 상대방을 살해하면 무죄가 되고 간음한 현장에서 상대방을 살해해도 무죄가 된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면 계획적인 살인이라 하여 유죄가 된다는 사실 앞에서 벌어진 위의 사건은 집 안의 서족(庶族)인 윤언서를 자살(刺殺:칼로 찌름) 하여 죽이고 그의 간을 먹고 창자를 몸에 감은 채 강진현 현아 앞에 자수를 한 윤항의 사건을 다룬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서족인 윤언서와 윤태서가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기 때문에 아들인 자신이 상명의 법을 시행한 것일라는 당당한 말에 정약용의 법 적인 해석이 궁금하게 펼쳐진다.

 

읽다 보면 살인이 일어난 계기들도 다양하고 그 안에선 또 다른 음모가 도사리고 있고 이를 정치권에 이용하려는 자와 그것을 피하려는 자간에 다툼들이 모두 들어있기에 시대는 달라도 앙심을 품고 살인을 저지르는 사연들엔 비록 범인일지라도 그 경우가 모두 다르단 점 앞에서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고뇌를 한 정약용의 활동과 유배를 갈 수밖에 없었던, 당시 그가 갇혔던 한계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정약용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책이고 명탐정으로서 같은 당파를 지향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잘못을 저지른 일이 있다면 두말 할 것 없이 , 요즘 말로 하면 검찰 출두를 지시할 만큼 완고했던 모습들을 볼 수 있어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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