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자 1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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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이 어느  한 곳을 쳐다보는 듯한 인상의 한 남자의 모습이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이 책의 표지에 실려있는 그림은 유명한 화가인  루벤스의 <성 프란체스코 하비에르의 기적>, <한복입은 남자>의 작품 속에 나타난 조선 남자로서 겉에는 철릭(조선시대 무관이 입는 옷>을 입고 있다

서양화가의 손에 탄생한 우리나라 , 정확히는 조선의 남자를 표현해 낸 그림이다.

 

그는 과연 왜, 서양의 화가의 손에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끔했을까?

무슨 연유로 인해 조선을 떠나 머나 먼 긴 항해 끝에 서양이라는 나라에 안착하여 어떤 이유로 인해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보인 이 그림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작가의 실제 역사 속에 방영이 된 이야기의 상상력이 역사소설의 재미를 한껏 부추기게 만든다.

 

그의 이름은 정확히 모른다.

그저 조선의 무관 출신으로 "조선남자"로 불릴 뿐이며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곁에서 선조를 모시고 피난 길에 올랐던 기억과 전란이 뿌리고 간 황폐해진 조국의 현실적인 모습, 여전히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해 고개를 조아리며 눈치만 살피는 고관대작들의 무능함, 신무기의 필요성을 알리기위해 알현을 요청했으나 과거의 쓰라린 기억만을 오로지 떨쳐버리고 싶었던 선조의 뜻대로 제대로 알현조차 하지 못한 채 자신 스스로가 노모와 어린 아들들을 고국에 남겨 둔 채 홀로 신무기의 본을 갖기 위해 떠나야만 했던 남자로 나올 뿐이다.

 

그는 여러경로를 거치면서 유국(지금의 오키나와)에서 고미란 여인과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그녀와 이별을 했고 중국 복건성을 거쳐 조와(자바)를 지나 서양의 배와 유국의 배에 승선하면서 드디어 네덜란드에 도착하게 된다.

 

일본이 임진 당시에 활용했던 신무기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만큼 그에겐 하나의 목표가 있었으니, 바로 신무기 본을 얻어 고국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이를 구하기 위해선 카피탄이라 불리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조와 상관 우두머리인 상관장의 권유에 따라 성화에 들어갈 동양사람의 모델대표자격으로 그림을 그리게 해 준다면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말에 허락을 하게 된다.

 

당시 네덜란드는 구,신교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휴전이 된 상태로 북과 남의 종교적인 차이로 인해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화약고의 상태-

동양에서 온 조선남자는 이들의 이해관계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카톨릭으로 개종까지 하게 되고, 화포공장을 운영하던 다나와 자라의 남매를 만나면서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저자의 두 권에 이르는 이 그림에 대한 모티브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성과 그 위에 덧댄 상상력은 읽는 동안 당시 임진왜란 이후에 처해졌던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해득실관계는 물론 네덜란드의  종교 분쟁으로 인해 벌어지는 화란 젤란트에 도착해 만나는 상관장, 경리관, 공작, 목사의 등장은 전혀 서양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었던 문제점에 알지 못한 채 자신의 목적만을 이루기 위해 애를 쓴 한 남자의 기막힌 인생이야기가 풀어지면서 복잡한 정세를 더욱 실감있게 다가오게 만든다.

 

 자신이 믿는 종교의 확장세와 그에 덧대 새롭게 부상한 신흥 부르주아들, 기존 세력인 공작의 세력지키기, 동인도 주식회사의 배당금을 넘어선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엉뚱한 동양인들을 이용한 상관장과 경리관이란 작자들, 억울하게 화포공장을 빼앗기고 언니마저 마녀사냥에 희생당하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다나란 여인과의 사랑이야기는 비록 시대는 달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적인 정세와 이해에 따른 희생양으로 어떻게 버려지고 희생당하는 지를 꼼꼼한 조사로 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재의 정세와도 무관치 않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이 소설은 자신들의 종교 확장과 수세를 지키기 위해 모종의 협력관계를 다지는 과정의 대주교와 공작의 술수, 이들이 정한 목표를 이루기위해 전혀 상관도 없는 이방인들을 자신들의 법대로 처리한 몰지각한 행동들을 통해 늑대와 개의 사냥을 어떻게 하는냐에 따라서 변화의 틀을 쥐어잡을 수있는지에 대한 냉철함을 엿 보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인물들의 활동 시기는 1607년부터 1669년까지이고, 이 시대에  또 다른 저편인 지구 반대편의 네덜란드 제일란트(책에는 "젤란트"라고 표기됩니다)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통해 역사 속의 애국심은 어떤 형태로 받아들여지는냐에 따라 발전, 또는 퇴보로 거듭날 수 있게 됨을, 종교란 것이 갖는 속성들이 그 진실된 진리를 거스르고 인간들의 잣대에 의해 무참히 상대방의 종교를 짓밟음으로써 어떻게 나라의 형태가 변하게 되는지를 인간들이 갖는 온갖 이기심과 허망된 욕심, 사랑에 대한 질투를 반영함으로써 당시의 시대를 고증해준 책이 아닌가 싶다.

 

한 때 이탈리아에 코리아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조선의 한 남자가 책의 주인공처럼 배에 승선해 이탈리아에 정착해서 살아가면서 후손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지 않았을까 한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비록 작가의 상상력에 그쳤을 뿐이지만 웬지 "꼬리"란 이름이 어색하기 않게 들리는 것은 조선남자가 남겨두고 간 그 흔적 과 진정으로 종교를 떠나 한 여인을 사랑했던 다나란 여인이 못내 그 조선남자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과정들이 아픔으로 전달해서일까?

 

새삼 긴박했던 당시의 세계의 정세에 어두웠던 조선이란 나라의 실정에 대한 답답함을 넘어 지금도 보다 발전된 나라를 위해서는 어떤 행동들이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말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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