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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들 ㅣ 소설 조선 연애사 1
조현경 지음 / 사람in / 2015년 2월
평점 :

TV를 잘 보지 않아서 요즘 어떤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발견한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케이블에서 방영 중인 '하녀들'이란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하녀들-
양반가에서 제일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그들이 없다면 양반네들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지금에서야 누구나 평등이요, 보통의 사람들이란 인식이 있는 세상이지만 본래 세습되어다지피한 하녀들이나 노비의 존재에 대한 드라마라서 보기 시작했다.
소재치고는 우선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그리고 책을 처음 접하고는 단숨에 읽어내려가는 속도가 드라마의 대본을 엿보는 듯 하고, 이는 미리 방송부터 시작했기에 내 뇌리에 그런 각인이 새겨져 있는 것일지 모르나 일단 책에서의 인물의 심리라든가 배경들이 드라마와는 같은 줄기이되 다른 내용들이 들어 있어서 이 책을 읽을 독자라면 참고해보시길...(즉 두 가지의 같은 제목을 가지고 다른 느낌을 가질 수있다는 뜻이다. )
고려 말과 조선 초기의 개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구세력권의 고려 왕조의 후손과 그 밑에 있는 만월당이란 세력, 이성계의 함흥차사를 자처하며 험난한 길을 가게 된 여주인공 아버지, 그리고 하루 아침에 이성계의 밀지에 의한 명 때문에 역적으로 몰려 참수를 당하게 된 아버지로 인해 졸지에 양반가의 콧대 높은 여인네에서 하녀란 신분으로 전락해버린 인엽, 오랜 세월 동안 소꿉친구이자 연인으로 발전한, 혼례 당일 몰아닥친 역풍으로 말미암아 신부인 인엽과의 정상적인 혼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강권에 억지혼인을 하게 된 은기도령, 이름이 없다는 것으로 무명이란 이름으로 수노로 살아가는, 차갑지만 쉽게 속내를 들어보이지 않는 노비까지....
여기엔 자신의 하녀란 신분과 미색을 이용해 양반가의 첩실을 꿈꾸는 단지란 인물까지 등장함으로써 신분상승과 하락,그리고 그 반대의 현상을 모두 거치면서 제각기 나름대로의 인생역경을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의 삶이 고스란히 비쳐지는 소설이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손에 물 한번 묻히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사람이 아닌 하나의 재산목록으로 치부되는 노비란 신분의 생활과 그들의 고달픈 애환들은 이 소설 속에서 나오는 시대적인 배경과 맞물리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배출해 낸다.
끝없는 추락의 끝에 삶을 놓치고 싶어 행동에 나선 인엽에 대한 무명의 차디찬 말 한마디는 비록 노비로 살지라도 내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을 보여줬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무명은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 그게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무엇을 원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아비에게선 버려지고, 태어나는 순간 어미를 죽게 만든 나로서는 걸음마를 시작하고 입을 떼는 그 순간부터 해야 할 일을 찾아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유일한 생존의 방식이었다. 나는 노비가 아니라 했지만, 정신과 영혼느 그 누구보다도 더 바닥까지 노예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 이 생에 나에게 주어진 의무였다. -P 83
태어나자마자 어미,아비의 얼굴도 없이 오로지 세뇌되어 자신의 '생각'이라곤 없이 시키는 대로 할 일만 했을뿐인 냉혈한 그가 인엽을 향한 사랑은 은기의 사랑과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신분의 격차에 이은 이루어질 수없는 사랑 말고도 이 책에서는 자신의 신분 한계를 넘어 자신의 삶을 타인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인형이 아닌 내 스스로가 정함으로써 새로운 인생관을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요즘 사극들은 대사체가 많이 부드러워졌기 때문일까?
솔직히 정통적인 대사톤을 구사하며 즐겨보던 과거의 드라마를 그리워하게 하는데, 이 하녀들이란 드라마도 역시 요즘의 대세를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퓨전식의 대사를 듣되 책 속의 내용은 역사 속의 한 시절을 살다 간 뜨거운 청춘들의 나름대로의 사랑쟁취방식과 인생의 여정을 그린 점이 고루 들어있어 재미를 준 책이다.
다만, 원래 원작이 있는 책이 드라마로 만들어질 때 원작에서 나오는 어느 부분들을 대폭 늘이거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되 결국은 같은 결과물을 생성해 낸다는 점에서 원작의 맛을 그대로 살려 나갔으면 드라마도 훨씬 재미가 있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와 비교해 볼 때 아하~ 이런 배경들 때문에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이런 식으로 전개되어 나가는구나를 책을 통해 알 수있다는 점이 못내 아쉽게 다가오기도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