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범죄에 있어서 완전범죄란 없다고 한다.
미궁에 빠지는 수사는 있겠지만 그것이 완전범죄라고 불리기엔 석연치 않은 점도 있겠고, 완전범죄가 있을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언젠간 그 범행을 저지른 범인이 사건 현장에 한 번쯤은 나타난다는 사실들이 글과 실제 현장에서도 보여지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완전범죄의 최초의 소설이라고 불리어지는 이 '지푸라기 여자'는 과연 완전범죄라고 할 수있을까?
1954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나온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로 불리며 영화로도(숀 코너리 주연)나왔을 만큼 당시의 시대상으로 볼 때는 정말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현재에 비춰본다면?
글쎄, 워낙에 촘촘하고 박력있고 철두철미하게 다루는 추리소설들이 많이 봐 와서 그런가, 웬지 여주인공의 헛점이 많이 보이는 면이 눈에 보인다고나 할까?
하지만 초판이 나온 시기의 , 그것도 작가의 나이가 20대에 해당되는 시기에 썼다고 하면 정말 놀랍다고 인정해야될 것 같다.
시대는 전쟁이 끝난 후의 천애고아가 된 34살의 독일 함부르크 출신 힐데가르트란 여인이 등장하면서 그녀의 인생꼬임을 시작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모든 일이 금요일 부터 시작됬다고 하는 깨달음을 뒤늦게 알게 되는 프롤로그에 해당되는 첫 챕터서부터 그녀는 온전히 자신의 운명을 부자와 결혼할 꿈을 꾸는 여성이다.
번역일은 그다지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신문광고란에 배우자 구한다는 광고를 유심히 챙겨보던 중 자신의 조건이 딱 들어 맞는 행운의 남자광고가 실린다.
의뢰인으로부터의 칸으로 와달라는 청을 받게 되고 이후 그녀는 칼 리치먼드라는 성격이 괴팍하고 신체가 부자유스러우며 온갖 독설과 주위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사람이 자신의 상대란 사실을 그의 수행비서이자 60대인 안톤 코르프로부터 듣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 제안을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귀가 솔깃해지는 은밀한 유혹이라고 할 있겠다.
자신은 칼이 죽게되면 그가 유언장에 적어놓은 대로 20만 달러를 받게 되지만 힐데가르트, 당신이 그와 결혼한다면 칼의 마음을 바꿔 엄청난 유산을 받게 되는 절차를 거친다면 그야말로 온전한 미모의 미망인이 된다는 사실, 그 공으로 자신에게 20만 달러를 더 달라는 제안이다.
힐데가르트는 이에 동조를 하게 되고 안톤의 계획 하에 칼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면서 결혼까지 성공, 드디어 남부러울 것 없는 부를 누리게되지만 돌연 그가 죽게 됨으로써 자신의 안위마저 안전할 수없는 법망에 빠져들게 된다.
전후의 각박한 삶에 지쳐갈 즈음 그녀가 오로지 희망하는 사항은 자식이란 곁가지 없고 그저 오로지 단신으로서 재산이 많은 남자를 골라 자신의 이런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는 것만이 최상인 듯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힐데가르트란 여인을 통해 그녀가 어떻게 진실을 말하면 말할 수록 자신에게 오히려 죄를 인정하는 모양새로 변해가는 현실을 마주 할 수밖에 없는지, 좀체 책을 놓을 수가 없는 긴박성의 느낌을 주는 책의 매력으로 푹 빠진다.
대체로 완전범죄를 꿈꾸지만 현실에선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 전제로 볼 때, 이 소설은 선한 이미지의 사람들이 아닌 악인이 완벽한 알리바이를 성립시키므로써 어떻게 한 인생을 망치게하고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뤄나가는 지에 대한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가 악인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생각 될 만큼 힐데가르트가 처한 기묘한 상황은 이미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 될 때의 무너지는 처참함이 답답할 정도로 , 그리고 안톤이란 인물에 대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각 인물들의 묘사들이 확실하게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책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안톤과 힐데가르트가 나누는 대사 중에서도 빈틈이 없진 않으나 그 당시의 분위기의 책이라면 당연히 수긍을 할 수밖에 없는 작가의 인물을 사랑하는 구성방식이 한 쪽은 선이요, 한쪽은 악이란 양쪽의 무게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결코 정의란 이름으로 반드시 선이 이기지만은 않는다는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 승리에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 대해 다른 책들과는 그 느낌의 강도가 확실히 다르게 다가온다.
전혀 구시대의 발상이라고는 생각 할 수없는 유행을 타지 않는 추리소설의 소재성이라든가, 인간 마음 속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이브의 선악과 처럼 자신 스스로가 불구덩이에 빠져들어 결국엔 모든 것을 잃고야마는 한 인간의 안타까운 심정이 실제의 일처럼 다가오게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지만 이내 지푸라기는 힘이 없음을, 붙잡고 있어봤자 결국엔 한 줌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의 한계에 부딪친 힐데가르트란 여성의 삶이 참으로 안됬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책-
해외에서도 영화화 됬을 때 원작과는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도 하는데, 국내에 개봉예정인 임수정, 유연석 주연의 영화는 결말이 어떻게 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