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전
곽재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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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역사 속의 한 줄에 근거하여 상상의 날개를 펼쳐 재밌는 이야기 구성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 주는 책들이 있다.

실제 전공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료수집과 함께  장소를 직접 가보고서 글의 구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작가로서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자세도 남다르단 생각을 한다.

 

히트친 드라마들이나 영화들을 보면 스토리의 중요성과 함께 기존의 역사 속에서 다뤘던 중요한 인물 중심의 이야기는 이제 소재의 고갈성을 느끼게 됨은 점차 책의 소재로서의 방향을 달리 눈돌려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나오는 역사소설들을 보면 가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시의 역사 속으로 활약을 하게 함으로써 또 다른 상상의 맛과 작가의 시선을 따라감으로서 같은 사실을 자신과 비교해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장르 단편소설들이 모이는 집합체인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처음으로 글을 쓴 후에 나온 저자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시기를 조선시대도 아닌  실제 당시의 역사 배경을 재조명해보는 것도 그다지 많지 않은 서기 400년 경의 시대를 다루고 있는 역사소설이다.

 

때는 서기 400년경, 고구려 담덕(광개토대왕)의 정복 전쟁으로 남부지역에 해당하는 가야와 그 주위의 다라국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다.

 

다라국에서 현명한 판결로 유명한 관리 하한기에게 역적질을 했다는 죄로 두 명의 죄인이 잡혀온다.

한 명은 백제사람인 사가노로 그는 요리사 겸 백제에서 명문가인 협지의 노비, 다른 한 사람은 가락국의 출선주라는 아버지를 둔, 부유한 상인의 딸인 출랑랑이다.

두 사람은 가락국의 고위 관리 허공을 살해한 죄로 끌려왔으나 ,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무슨 무기를 사용했는냐와 죽인 이유에 대해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이에 어떤 곡절이 있을 것이란 짐작하에 하한기는 두 사람을 격리시키고 따로 만나 저간의 사정들을 들어보면서 해결을 해나가는데...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주로 백제와 가야국의 사람들이되, 고위층과 그들 밑에서 전쟁통에 먹고 살기가 어려워 스스로 협지의 집에 들어가 노비로 생활하길 자처한 사가노란 인물과, 여자지만 남자 못지않은 칼 솜씨와 억센 고집을 부리는 상인 가문의 여식인 출랑랑을 중심으로 당시의 전쟁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시류에 흘러 모진 고생을 하는지에 대한 일들을 그리는 소설이다.

 

 뛰어난 회 뜨는 솜씨를 가졌지만 고구려와 신라가 손을 잡고 백제와 가야를 치는 전쟁에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하락시킬 수밖에 없었던 모질지 못하고 주인에 대한 충성도를 보이는 사가노란 인물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출랑랑에 비하면 완전히 상반되는 인물이다.

 

당시의 상황은 아무리 비단과 값비싼 보석들이 있다한들 한 톨의 식량을 구할 수없었던 백제사람들의 노숙자 같은 생활상을 보여주며, 출랑랑 처럼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다 유명한 칼을 사용하면서 무덤 속에서 만나게 된 사가노와 함께 하는 여정들은 어떤 무협지를 읽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선 역사의 한 편으로 힘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평민들의 애달픈 사연들을 그린 안타까운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어느 정도 내용은 그에 맞게 가되 결코 당하고만 있지 않은 주인공들의 활약이 눈부시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 출랑랑의 대찬 행동은 철이 없어서인지,아니면 타고난 성정이 불같은 것이라 그리 행동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여장부가 따로 없으며 그 와중에 큰 야망을 품고 결국 가락국의 왕비가 된 보통 여자가 아닌 인물로 나오는 '용녀(선우 용녀가 아니다.)'란 인물과의 타협은 묵묵부답 일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쟁이 일어남으로써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부자들은 망해도 삼 년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오로지 자신과 자신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나라를 떠나 일본으로 가려하는 사람들의 부를 기반으로 하는 욕망, 이를 이용해 배 삯을 받아내고 다시 되받아 먹는 수법을 저지르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만화에서 나오는 듯한 인상과 우격다짐 속에 이용당하는 힘없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비쳐진다.

 

영웅의 역사가 아닌 패배자들의 역사란 책 띠지의 내용을 비교해 볼 때 사가노와 출랑랑은 결코 패배자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역적질을 했다고 자백했지만 결코 그들은 역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있겠으며, 실제의 사건 본 방향을 살펴본다면 이들은 오히려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자신들의 목숨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의 흐름은 다른 책과는 달리 진중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일종의 만담 비숫한 느낌이 나며, 홍콩 영화에서나 많이 봤을 칼에 대한 동작들이 정말 만화로 나온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 뒤의 저자가 조사한 자료를 소개한 코너가 있어 당시의 역사를 쉽게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도 읽을 수있는 책의 편집과 저자의 학창시절 겪은 경험이 역사소설로 탄생되어 나오게 된 연유가 재밌게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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