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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폭격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맛있는 요리는 무엇입니까?
이 문구를 보고 누가 과연 이런 이야기인줄 상상이나 했을까?
완전 낚였다라는 말이 우선 떠오르면서 도대체 왜 작가는 맛 집이란 제목을 붙여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을까? 를 생각하면서 읽게 됐다.
요즘엔 여기저기서 맛 집 소개 코너 라든가 시식코너를 통해서 다양한 음식조리법이라든지 먹는 장면들이 탐스럽게 나오는지라 처음엔 작가의 유머스런 어떤 형태를 그려나가는 소설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약간 그렇기도 하고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이중 복합적인 음식의 형태라고나 할까? 그런 느낌을 준다.
처음에 나오는 장면이 인도음식을 말하는 대목인데, 에스컬레이션 위원회의 현장조사원 민소는 폭탄이 떨어진 장소에서 바로 자신이 먹었던 인도음식 마살라 도사에 대한 맛과 형태를 맛깔나게 말한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도 아닌 , 제대로 정석인 행동을 하지만 무심한 듯한 인상과 행동을 주는 이 민소는 소위 말하는 낙하산 인사로 채용이 된 윤희나란 여성과 함께 현장에서의 일을 토대로 조사를 작성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폭격이 쏟아진 장소를 가는 곳마다 자신이 다녔던 맛 집이 포함된 것을 느끼게 된다.
스페인 식당, 중국집, 터키 식당...물론 그 나라의 음식 이야기는 빼놓을 수가 없고 , 그런 가운데 자신이 좋아해서 그 장소를 들렀던 것은 아니며 상대방이 좋아해서 자연적으로 따라다녔단 사실, 바로 이성 친구이면서도 연인이 아닌, 그러면서도 연인 이상으로 상대방에 대한 감정의 느낌이 남달랐다는 송민아리란 동창을 떠올리게 된다.
국적 없는 무기체계를 다루는 한 회사의 직원으로서 비행기 사고로 행방불명 처리로 된 그녀가 자신에게 어떤 메세지를 주려는 것은 아닌지...
마치 과거의 한 연인을 생각하며 추적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 하지만 읽다보면 작가가 표현해내고자 했던 국가의 권력과 그 뒤에서 조종을 하는 사람들, 그 안에서도 적국과 동맹 간의 이익에 따른 행동을 비유한 은유의 말들이 돌출되어 나온다.
사실적인 보고를 위해서 조사서를 꾸미는 민소란 인물에 대한 경고와 그를 처리하기 위해 모종의 행동을 하는 그 어떤 라인들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
읽으면서 결코 가벼우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의 전개는 내가 먹었던 음식이 함께해서 즐거웠던 과거의 어떤 추억마저도 사라져버리게 되는 그 상황까지 온다면, 그래서 책에서처럼 송민아리란 존재의 실존에 대해서도, 민소와 윤희나의 관계전개도 그 어떤 뚜렷한 제시의 결말조차도 드러내지 않은 채, 하루가 멀다하고 이제는 폭격에 익숙해져 가는 무덤덤한 사람들의 모습까지 비추는 상황들의 표현은 가장 찬란했던 내 기억 속의 어느 한 부분마저 몰살당해가는 그 어떤 아련함과 함께 보이지 않는 실체 속의 존재들까지 느끼게 되는 양분의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과정이 때로는 달콤하면서도 쓸쓸한 기분을 전해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책을 덮고서 무작정 글 속의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작가의 자세한 음식의 표현을 통해 상황은 급박하고 냉정하게 돌아가지만 역시 인간은 맛 난 음식을 먹음으로써 잠시나마 유토피아를 느끼게 되는 그런 사치쯤은 누려도 되지 않나하는 절박한 심정마저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