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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평점 :

고전이 주는 즐거움은 읽을때마다 그 감동이 주는 느낌이 같을 때도 있고 새롭게 다가올 때도 있다는 데서 오랜시간 질리지 않는 향기와 같단 생각이 든다.
요즘은 그런 의미에서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유행이 있어서인지 한국영화에도 고전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려는 의도를 보인 작품들이 더러 있다.
어린 시절 서양동화의 하나인 '푸른수염'을 읽어 본 독자라면, 그리고 아멜리 노통브의 독자라면 이 책이 주는 새로운 이야기가 맘에 들 것같다.
벨기에 출신 사퀴르닌이란 여성이 고향 벨기에를 떠나 파리에서 미술학교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던 중 같이 살고 있는 친구 집을 떠나 홀로 독립하기 위해 집을 구하게 된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제시한 방값이 너무도 싸고 호화스런 집이라고도 할 수있는 저택에 들어서며 면접을 거치려고 하는데, 알고보니 이 집에 세들어 살던 여인 8명은 실종된 상태로 남아있고 저택의 주인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는 에스파냐 귀족가문 출신으로 20년째 저택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계란과 황금, 바느질, 사진에 집착하는 마흔넷의 남자이다.
그런 그가 사르튀닌과 계약함으로써 둘은 한 집에 살게 되는데, 그의 단 한가지 조건은 모든 방은 들여다 봐도 좋으나 단 한 곳, 즉 자신의 암실이라 불리는 곳은 열어보지 말라는 것이다 .
사진을 찍는 것을 취미로 삼는다고는 말하지만 그녀의 면밀한 관찰결과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물쇠도 잠겨있지 않은 그 방에 8명의 여인의 시신들이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증시키는데...
아멜리 노통브의 재기발랄하고 엉뚱하다고도 할 수있는 톡톡튀는 유머와 블랙의 서늘함마저 느끼게 되는 그의 주특기는 여전하다.
창작의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그의 작품세계는 매 책마다 전혀 뜻밖의 이야기들로 넘쳐나는데 이 책 또한 고전의 비틀기식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하지말란 금기란 것에 대한 인간의 궁금증에 빗댄 엘레미리오가 생각하는 절대적인 사랑의 향연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할 수있는 고집스런 면이 있고 그런 면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이루려는 사랑의 색채완성을 위해 마지막 대상인 사튀르닌에 대한 사랑의 고백, 점점 그에게 사랑을 느끼는 사튀르닌의 혼돈된 감정과 차가운 이성의 감정 대립이 시종 탁구공 처럼 두 사람간의 대화를 통해 전해져오는 순간들이 때론 긴장, 때론 유머를 넘나든다.
저온 생성 장금장치를 작동시키고 프리즘 색깔의 완성을 위해 특이한 색채감을 준 노란색의 치마는 결국 넘지 말아야할 최종의 선을 넘어버린 사튀르닌과 엘레미리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기도 하는 매개체로서 그의 계획을 알고 오히려 그의 유혹을 넘어선 사튀르닌의 반전을 통해 두 사람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것에 대한 존재를 생각을 해보게 한다.
불멸의 사랑을 꿈꿨던 남자, 그런 남자에게 일말의 사랑을 느꼈던 여자, 그리고 그 완성체라고 할 수있는 암실에서의 긴장감들은 역시 아멜리만이 할 수있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샤를 페로의 동화 속 푸른 수염과 비교해 보는 재미와 함께 현대식으로 해석한 아멜리의 이 푸른수염을 통해 금기와 사랑, 그리고 완전한 사랑의 결합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