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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엘레지 -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이언 샌섬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주위엔 항상 있지만 그 존재에 대한 가치는 물론 소중함까지 잊어버리게 되는 것들 중엔 어느 것들이 있을까?
공기, 물이 가장 떠올릴 수있겠고 그 밖에 각자의 취향대로 나올 법한 여러가지 사물이나 손에 잡히지 않는 무수한 많은 것들이 떠오를 수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종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그 옛날, 종이를 채 발명해 내지 못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나름대로의 생활방식에 적응할 수있겠지만 막상 현재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생각조차도 하기 힘든 치아 빠진 잇몸의 상태를 연상할 수있을 것 같다.(내 경우엔 그렇다.)
일단 기상하자마자 화장실에서 사용이 되는 화장지부터, 신문을 걸쳐 직장에서 끼적끼적 메모라든가 전화를 하면서 의미없는 그림까지 그히는 행동들, 포스트 잇, 퇴근 길에 필요한 사소한 것의 포장도 대부분 요즘엔 이런 종이류 천국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저자는 종이 박물관에 오신 것을 축하한단 말로 첫 서두의 장을 연다.
제목 자체가 주는 엘레지란 말에 , 더군다나 종이를 다룬 글 속엔 어떤 엘레지가 있는가 하는 생각에 접어든 책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종이는 중국의 채륜이란 사람이 발명해 냈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확실한 근거로 할 수없다는 것이 책 말미에 중국 둔황근처의 유물을 발견하면서 그 연대가 채륜이 살았던 시대를 앞서간다는 사실로 밝혀졌지만 , 이를 차지하고라도 종이가 갖는 역사는 우리 인간들의 역사와 한 몸인 채로 거듭 태어남을 알려주는 책이다.
종이가 탄생하기까지의 여러차례의 공정을 거치는 과거의 예부터 현재의 기계를 이용한 대량생산에 이르기까지, 종이가 부여하는 가치는 실로 셀 수없을 만큼의 복잡성과 단일화된 획일성의 공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우리가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종이는 우리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악의 존재인가? 아닌가? 에 따른 선례들은 인간의 탐욕과 시대상과 맞물려 확실하게 그렇다 아니다로 말할 수가 없는 묘한 시점에 다다른 존재가 아닌가 싶다.
초창기 종이의 귀한 희소성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던 품목이 기계화와 종이의 재료의 다양성 , 그리고 뭐보다 구텐베르크의 활자발명 때문에 그 가치의 소중함이 널리 보급되게 되었고, 이는 곧 지도제작에 이르면서 국가별로 영토 쟁탈전은 물론 부동산 투기사업까지 일어나게 되는 사례, 책에 빠져 흔히 말하는 "탐서벽'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 보듯 그려낸 글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수긍을 하지 않을 수없게 만든다.
이런 종이의 변천사는 건축에도 이용이 되면서 아무리 기계로 건축의 심도있는 것(오토캐드를 이용한 사례)을 그려낸다 하지만 결국엔 모든 기초의 근원은 종이에서 시작된다는 점, 종이로 패턴을 만듬으로써 옷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 지폐의 등장으로 인한 정부의 간섭과 그로 인한 경제활동까지 쥐락펴락하는 전 과정들의 뒤엔 바로 종이라는 실체가 있었음을, 쉽게 간과하기 쉬운 세세한 부분들조차 조사한 저자의 글들은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이 외에도 우리의 신분을 구속한다는 점이다.
바로 여권과 신분증-
신분증에 드러난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가 속한 범위를 알 수 있고 여권 하나만으로도 소속된 국가를 알 수있게 한 점들은 종이의 편리성 이면에 이런 강제적인 규율에 한 몫을 했음을 인정하지않을 수없게 한다.
이에 더 나아가 종이의 발전은 바로 종이접기에서 그 빛을 더욱 발한다.
다양한 종이접기의 기원과 함께 오늘 날 보드게임에서조차 그 출발점이 바로 종이에서 시작됬고 이는 곧 각종 놀이에 필요한 인간들의 오락프로의 한 종류로 발전했음을, 사진이나 영화는 말할 것도 없다는 사실이 읽으면서 흥미를 더해 준다.

현재 종이의 가치를 두고 환경보존가들의 말들은 새겨둘 만한 여지를 남겨둔다.
초창기의 순수하게 만들던 종이의 시절은 점차 각종 화약약품이 첨가가 되면서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감으로써 환경오염은 물론 그 동안 숲만이라고 생각했던 그 장소에서 살아온 나무들의 무차별적 벌채에 다른 환경의 무너짐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고, 종이란 한 가지의 실체로 인해 거기에 더해진 인간들의 탐욕과 욕망, 그리고 이제는 지구 전체의 환경까지 걱정하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단 내용은 지구의 환경보호는 곧 내 자신과 우리 후손들의 장소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환경책이기도 하다.
발달된 전자기기의 덕에 이젠 종이책도 사양길로 접어들게 될 지도 모른단 소리가 나온다.
전자 책의 등장, 지금도 간단하게 다운받아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 수고보다는 가볍고 종이책이 주는 활자처럼 여길 수있는 발전된 기계는 과연 종이를 물리치고 책의 자리를 대신 할 수았을까? 라는 물음엔 ,솔직히 개인적으론 아직까지도 전자 책보단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종이의 존재는 계속 될 것이란 생각을 한다.
영화 아바타처럼 실제로 종이책과 분간이 될 수없을 정도의 느낌과 촉감을 모두 동반한 기기들이 나타난다면 모를까, 글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이가 갖는 매력은 쉽게 인간들과 한 몸이다시피 해온 세월이 있기에 다른 것들처럼 잊혀지진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여러분들이 의향은 어떠신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동양권 내에서의 일본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저자의 일본에 대한 연구가 많아서인진 모르겠지만 한 구절정도(한지라든가 한국의 고유놀이의 등장)만 나오는 우리나라의 종이 만드는 과정이나 한지의 우수성정도를 몰라 본 저자의 글 내용이 많이 아쉽게 다가온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종이는 실체는 보잘것없어도 그 안에 의미를 가득 담는다. 물질이면서 환영이다. 망가지기 쉽지만 영속적이다. -서문에서
종이에 대한 가장 적절하고 정확한 지적이 아닐까 싶은 이 대목이 책을 덮고서도 여전이 뇌리에 잊혀지질 않는다.
종이가 갖는 매력에 빠져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