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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밟기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흔히들 책을 접할 때면, 특히 문학이란 장르를 접할 때, 본의 아니게 자신의 감정이 노출되어 드러나 보일 때가 있다.
아무리 평정심을 가지고 글을 쓴다하여도 독자들의 눈에 익은 그들의 작품세계는 어떤 형상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전적이라고 소개되는 책들을 접할 때는 타의 작품들보다는 주의 깊게 관찰이 되고 나도 모르게 그와 동일시 되는 감정의 선을 따라가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한다.
미국의 인디언 혼혈로서 문단에서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여류작가가 자신의 결혼생활의 체험과 그 실패를 함에 있어서 부부간의 사랑과 그 해체를 겪기까지의 심정을 담아냈기에 일단은 타인의 생활을, 그것도 부부라는 긴 끈으로 엮인 관점에서 보는 관음증 비슷한 흥분을 느끼게까지 한다.
부부은 전생에 억겹의 인연을 스치듯 수 없이 만나서 이루어진 관계라고 한다.
어떤 이는 전생의 보은의 의미로 맺어졌고, 어떤 이는 원수지간으로 서로 으르렁 거리다 못해 그 한(恨)을 이승에서 풀기 위해 맺어졌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만큼 남.녀 사이의 긴 인생에서 부부의 연은 그 만큼 각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보편적인 의미에서 저자의 결혼 생활도 사랑으로 이루어졌다.
남편은 유명하진 않지만 부인인 자신을 모델로 삼아 '아메리카 1.2.3....이런 식의 화폭의 이름을 붙이면서 작품이 팔리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에 부인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런 남편 앞에서 결코 타인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통해 보여지는 자신들의 겉 모습 부부생활과 그 속에서 결코 그림 속에 있는 모습 만이 내 전부가 아니란 그 어떤 부정적인 말 조차도 속으로 삼키며 살아가는 아일린은 남편으로 부터 해방되길 원한다.
그래서 두 권의 일기를 준비한다.
한 권은 레드 , 다른 한 권은 블루-
자신의 행동을 감시하고자 들쳐본다는 것을 알고 눈 앞에 쉽게, 그렇지만 결코 드러내보이지 않는 장소에 남편으로 하여금 읽어내게 하려는 의도의 거짓 레드 일기장, 은행의 비밀 사적 금고를 통해 보관하면서 그 곳에서 자신의 진실된 감정을 쏟아붓는 블루 일기장, 이렇게 거짓과 진실이란 두 갈래의 길을 통해 그녀는 남편에게 벗어나고자 남편이 생각하는 의도대로 글쓰기를 통해 이혼을 원하지만 남편을 그럴 때마다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가끔 부부싸움을 통해 그녀가 휘두르는 주먹다짐을 맞아가면서도 그녀의 무릎을 잡고 애원하고 , 그러면서 때론 부부관계를 지속하는 상반된 행동을 보인다.
자신을 온전히 소유하려한 나머지 지독한 사랑의 집착을 보이면서 때론 그녀와 아이들에게까지 그릇된 행동을 보이는 남편을 통해 그녀는 수 없이 벗어나고자 하나, 선뜻 그런 행동을 하기까지 또한 망설임을 보인다.
흔히들 유명한 사람들의 이혼 소식을 접할 때면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그들의 화려하고 부러웠던 생활을 생각하며 누구의 잘못이 크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부부간의 이야기는 당사자인 부부 외에는 결코 알 수없는 쌓이고 쌓인 만리장성이 있기에 선뜻 우리는 심판을 내릴 자격이 없다.
열렬한 사랑이란 감정을 통해 부부란 이름으로 시작하였으나 부부로서의 서로에 대한 존중, 배려, 이 책에서 말하는 길의 감상적인 면과 그녀의 비극적인 세계관을 통해 맞물린 키치(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사이비 예술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한다.)는 때론 격한 언동과 행동을 ,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헤어나올 수없는 부부간의 욕망인 성관계, 그럴 수록 부인을 대상으로 한 그림그리기에 몰입하는 행동, 상담심리를 받기 시작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올바른 심정을 토로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통해 지독하고도 쓸쓸한 부부간의 생활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한겨울에 변압기가 무너져 정전이 되었을때, 모든 가족들이 초를 가져와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는 가정의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한 모습 그 자체를 보여주지만 어렸을때 했던 그림자 밟기 놀이가 이들 부부에게 있어서는 길이 아이린의 그림자를 밟음으로써 광적인 사랑, 억압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그대를 사랑한다고 믿는다.(p7)는 아일린의 블루 노트에 적힌 문구는 그래서 더욱 사랑에 열병을 앓았고 부부가 됬지만 결국은 사랑의 끝마침을 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 보면서 뭐라 표현 할 수없는 망망대해를 접했단 기분이 들었다.
끝 반전 부분이 작가 나름대로 최선의 끝마침이었음을 , 그래서 더는 지난 날의 아픈 상처를 들여다 볼 때 이젠 내 스스로 그림자를 밟히지 않겠다는, 그림자는 그림자일 뿐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했었던 한 때는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메타포적인 희망사항이자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위안이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