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런어웨이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의 개척사를 보면 각 나라에서 온 여려 종교분파들의 집합체요, 그 중에서도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사는 과정이 들어있기에 지금의 미국을 이루는 데 있어서 여러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린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 소설의 시대는 1850년대-

영국에서 약혼자로부터 파혼을 당하고 실연의 상처를 안은 채 아너는  언니와 함께 언니의  결혼상대가 있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페이스웰로 가는 뱃길에서 엄청 고생을 하게 되고, 이는 곧 언니의 병으로 죽음을 맞는 계기가 된다.

 

홀로 다시 영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할 수없었던 아너는 언니의 약혼자인 애덤이 데려올 때까지 모자상점을 운영하는 벨 밀즈란 여인네 집에 머물게 된다.

토마스란 노인네의 마차를 이용해서 애덤이 마중 나올 장소까지 가는 도중 노예사냥꾼이라 불리는 도너번을 만나게 되고 아너는 미국의 노예사냥에 대한 실정을 알아가게 된다.

 

언니가 죽은 후의 애덤과의 관계는 처제와 형부 사이도 아니요, 그렇다고 애덤의 형이 죽은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같이 살고 있는 형수와의 관계도 껄끄러운 기묘한 동거생활이 시작되면서 퀘이커 교도인 그녀의 삶은 여길 벗어나기 위해선 결혼을 선택해야 하느냐,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하는냐를 놓고 고민 하던 차에 같은 퀘이커교도인 잭의 청혼을 받게 되면서 미국에서의 본격적인 생활을 해 나간다.

 

 그러던 중 흑인 도망노예들이 자유를 찾아 북쪽으로, 캐나다로 가기 위한 한 여정의 갈래길에 아너가 있는 시댁을 거치게 됨으로써 아너는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으로 그들을 몰래 돕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시댁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고,  아너는 출산이 임박한 가운데 집을 나오면서 벨 밀즈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미국의 역사에서 노예해방은 빼놓을 수없는 역사의 한 단면을 가른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850년대는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도망 노예를 잡기위한 도너번 처럼 비 인간적인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종교인 퀘이커 교를 믿었던 오하이오 사람들의 대부분이 생각하는 노예해방에 대한 지지로 나뉜다.

 

하지만 영국에서 처럼 흑인을 본 적도 없었던 아너는 피부색깔의 차이를 떠나서 인간이 인간에게 행하는 법적인 제도를 이해할 수없었고 법적으로 도망노예제를 실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 하질 못한다.

퀘이커교도, 즉 원칙적으로 노예제도 폐지운동과 만민의 평들사상을 갖고 있었던 아너에겐 시댁의 반대는 큰 상처로 남게되고 이후 도망노예의 죽음 이후에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행동으로 침묵이란 것을 선택한다.

 

여기서 아너의 행동은 과연 옳은 행동인가를 떠나서 한 가지 물음이 생긴다.

자신이 믿는 종교적인 신념과,  현실에서 그것을 실행하려고 하지만 여건상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 된다면 과연 자신의 믿음을 갖고 끝까지 자신의 행동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옳은 일인가? 아니면 법 제도 자체는 바른 법이 아님을 알면서도 현실에서 노예가 없인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을 인정해 도망 노예에 대한 협조묵인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인간들이 만든 제도 아래에서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흑인을 받아들였던 당시의 시대상황은  그렇다치더라도 아너의 시댁에서 반대하는 과정엔 그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들어있었단 점이다.

 

노예를 구하려다 같이 목숨을 잃은 아버지가 있었고 재산몰수라는 것을 받았기에 할 수없이 살던 곳을 등지고 여기 오하이오주까지 오게 된 남편 잭의 집 안 사정은 그렇게 밖에 할 수없었음을 안타깝게 여겨지게 만드는 상황의 미묘한 설정이 독자들의 선택을 묻는다.

 

영국에서 해 오던 퀼트와 미국의 아플리케의 단조로움, 결혼할 때 혼수로 이불을 몇 채 해가지고 가야만 하는 당시의 시대적인 사회상, 그리고 노예를 돕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고민한 아너의 삶을 통해 영국적인 삶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미국 시민으로 살아가게 됨을 알게 해 주는 여정이 잔잔히 흐른다.

 

 노예를 돕던 지하철도 운동을 통해 아너와 벨이 행했던 용기있는 행동과 도망노예로서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고 같은 동족을 도운 리드 부인의 만남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평등함을 뛰어넘어 , 어쩌면 극박하게 몰린 상황에서 마지막 도망자가 아닌 새로운 희망의 개척자로서의 아너를 그려보게 된다.

 

퀼트의 조각 한 조각들을 모으고 하나의 커다란 이불을 이뤘듯이 아너가 미국이란 땅에서 그녀가 원한 신념대로 미지의 세계를 그려보는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책이다.

 

 진주 귀고리 소녀를 쓴 작가답게 잔잔하게 흐르는 유연함이 보이면서도 때론 강하게 몰아치는 아너의 캐릭터는 또 하나의 다른 여성상으로 기억될 듯 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도너번과의 관계가 그렇게까지 진전되지 않은 상황을 그렸음에도 책에선 두 사람 사이의 어떤 보이지 않는 불편한 감정과 사랑의 감정이 있었단 식의 표현이 좀 더 비중을 할애했더라면 도너번과 아너의 태도를 읽는 독자들에겐 훨씬 더 아쉬운 감정의 농도가 깊엇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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