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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월 : 눈먼 달 세트 - 전2권 ㅣ 맹월 : 눈먼 달
류다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예국의 왕궁에 책력(책력(일 년 동안의 월일, 해와 달의 운행, 월식과 일식, 절기, 특별한 기상 변동 따위를 날의 순서에 따라 적어놓은 책)을 얻으러 온 과국의 태자 유원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방문하던 중 예국의 공주 아희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강한 이끌림을 느낀다.
자신의 나라보다 항상 앞서있던 예국의 천문지리에 관한 것을 매년 받아와야만 했던 그로선 자신의 나라의 국력을 예국처럼 강하게 할 책임감이 있던 차에 예국의 왕이 갑자기 급서하는 바람에 왕위쟁탈전에서 후궁인 규비와 그의 자식인 월이 죽고 아희는 진태비와 그녀의 아들 권에 의해 독을 먹음으로써 눈먼 맹인이 된 채 냉궁에 갇혀있단 사실을 알게된다.
아희에겐 쌍둥이 오빠인 결이 있었으며 위험한 궐 내의 혼란을 틈타 다음을 기약하며 신분을 감추며 살아가는 것을 알게 된 아희는 오빠가 돌아오길 냉궁에서 기다리면서 유원이 같이 떠나자해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며 거절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생활에 익숙한 냉궁의 생활은 이복오빠 권이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의 갈구에도 오로지 결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힘겨운 생활을 하던 차, 예국과 과국 간에 이익타산에 의해 아희는 민영공주란 호칭을 하사받으며 유원과의 가혼례와 다시 후궁으로서의 혼례를 치르는 등, 일련의 시련 속에 유원은 첫 만남에서 받은 사랑의 감정을 유지한 채 앞 못보는 아희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한다.
하지만 서서히 유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쏠리게 됨을 알게 된 아희에겐 권의 양위를 받은 결이 아희를 다시 데려오게 되고 그녀는 유원의 왕위를 굳히기 위한 배려를 해 주기 위해 예국으로 떠나게 되고 지천관(책력을 만드는 향월대의 수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에 유원을 다시 만나게 된다.
로맨스 소설의 전형이라고 할 아픔과 고통을 나눈 두 남녀가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아간단 해피엔딩의 결말은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나오는 사랑의 형태는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의 모습엔 여러가지 방식과 나름대로의 상황에 따른 흐름이 있기 마련이라지만 이 소설에서 나오는 사랑의 모습들은 아픔과 고통 외에 '사랑'이란 단어 앞에서 행동을 취하는 주인공과 그 주위의 사람들의 행동들이 모두 달리 보인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부모와 자식 간에 그릇된 사랑으로 보여지는 진태비와 권 모자간의 쓸쓸하면서도 화해 할 수없을 지경으로 몰아가게된 아픈 사랑,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위로해 준 오로지 따뜻한 한 사람이었던 이복 여동생 아희에게 향한 그칠 줄 모르는 사랑이란 이름 앞에서 눈을 멀게까지 만든 권의 눈을 뜨고도 진실한 사랑을 나눌 줄 몰랐던 권의 소유욕 강한 사랑, 자신에게 언젠가 마음을 열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긴 시간 동안 오로지 아희 한 사람만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걸어 사랑을 완성한 유원의 지극한 사랑, 왕의 자리에 오름으로서 결코 자신만의 뜻대로 되지 않는단 사실 앞에서 혈육의 정을 앞세워 동생 아희를 끝까지 몰아간 결의 사랑방식과 행동들은 온전한 정신과 신체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체가 불편했던 아희 만큼만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 눈 뜬자들의 눈 먼 사랑을 오밀조밀 그려내고 있다.
정도와 순리대로 이뤄어져야함을 자신과 아기의 목숨을 담보로 끝까지 오빠 결에게 알리고 싶었던 아희의 사랑은 모든 것을 가졌으나 결코 아무것도 손에 쥔 것이 없는 허상의 왕인 결의 심정을 어루만져 준 따뜻한 사랑을 보인다.
사랑하면 시시콜콜 더 알고 싶어지고 나만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맘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이 소설에선 사랑을 하는 데에 있어서 상대방에게 어떤 자유와 구속이 필요한지, 내가 행복하고 상대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정도와 순리를 벗어나지 않는 , 그릇 속에서 예쁜 사랑을 할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유원과 아희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