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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국내에서도 고정층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의 작가이자 다작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일단 출간이 되면 독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는다.
소재의 다양성, 그리고 일관되게 작품 속안에서 작가 스스로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와 근본적인 인간들 상호관계에 있어서의
진지한 물음을 던진단 점에서 추리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 속 안에서의 주제를 가지고 현실에 입각한 생각을 던진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단 점에서 이른바, 말하는
사회파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두
개의 프롤로그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다.
짧은 단막극 같은 콩트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처음 프로롤그는 출근 길을 나서는 한 가족이 불명의 남자가 휘두른 칼에 부부가
아이를 남겨 둔 채 생명을 잃는 장면이다.
두 번째 장면은 14 살의 중학생인 소타란 남학생이 집안의 연례행사로 이어지고 있는 나팔꽃 구경이다.
자신보다 13살이나 위인 형과 아버지, 그리고 엄마의 손에 이끌려 나팔꽃 시장으로
가던 중 동년의 여학생 다카미와 친해진 후 메일을 주고 받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첫 사랑의 아련함을 지니는 이야기다.
20년이 흐른 후 리노는 언더그라운드에서 그룹활동을 하는 사촌오빠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고 장례식장에서 할아버지를 뵌 후 할아버지를 위로 할 겸 할아버지의 집에 드나들게 된다.
식물에 관한 직업을 가졌고
퇴직 후에도 식물을 키우는 보람으로 사시는 할아버지는 리노에 의해 변사체로 발견이 되면서 사건의 흐름은 급속도로 빨리 진행이 된다.
할아버지가 키운 꽃들을 블러그에 올리면서 단 하나만은 사진에 올리지 말것을 부탁받은 리노는 그것이
노란색의 나팔꽃임을 알게되고 이후 그녀는 소타의 형인 요스케의 만남을 계기로 꽃에 대하여 사건의 중심에 이것이 연관이 되었음을 감지하게 된다.

(엔젤트럼펫이라고 하는 꽃..책에 나온 나팔꽃 형상과 비슷해서 올려봤다...다음에서 발췌)
하야세 경찰과 할아버지의
인연, 소타와 같이 사건의 행방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 알아가는 과정 중에 다시 만나는 소타의
첫 사랑의 행방 감추기, 그리고 여기에 더불어서 각자의 인생의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생각을
곁들인다.
프롤로그 두 개의 이야기는
좀처럼 연관성이란 찾아 볼 수 없었단 데서 독자의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다그치게 만드는 힘은 여전하다.
왜 이런 이야기가 처음
서두에 나왔는지, 도대체 나팔꽃 중에서 많은 색깔 중 노란 색은 없는지, (그러고 보니 진짜 없네..)그 이유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은 작가가
가진 패 중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상이 아닌가 싶다.

(일반 나팔꽃)
일본의 에도막부 시대에
있었다고는 하나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고 알려진 노란 나팔꽃의 행방을 쫓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엔 일본만의 오랜 가업이어가기 정도로 해석될 수도 있는 요스케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감과 다카미의 향후의 인생 계획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일본만의 색채란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 이런 가업 이어가기의 책임성이 몇 세대 위에서 이루어진 행보를 후대인 후손들까지 책임을 지면서 살아가는 설정의
흐름은 일본만이 지닌 특성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이 나오기까지 10년 간의 기간이 있었고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되, 심도있는
역사 속으로의 행로를 유지 하지 않은 채, 살짝 역사란 색깔을 입히면서 현재를 기점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의
흐름적 중심이 잘 잡혀져 있다.
단순히 노란 나팔꽃을 쫓아서
사건의 해결이 완결 지어질 것이란 독자들의 생각 속에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를 연상 생각하게 하면서 읽어보게 하는 글의 마력, 그리고 왜 몽환화라고 불려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후반부의 이야기는 두 갈래의 프롤로그가 일단 각개의 낱개
형식의 조각이 모두 한데 합쳐서 노란 나팔꽃을 중심으로 모아지는 과정은 하나의 천 조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모아서 큰 그림이 완성되게 하는 퀼팅을
연상 시키게 한다.


(별도의 표지가 한데 합쳐저서 이루어진 모습이 이야기의 흐름을 연상시킨다.)
여기엔 단순히 노란 나팔꽃이
지닌 위험성 경고만 가지고 인간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위험성만 내포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적으론 작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 이런 오랜 전통적인 세습을 가지고 인간들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처단하는
방식의 이면에 또 하나의 사회적인 문제인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를 곁들여 생각해 볼 것을 권한 점이 아닌가 싶다.
하나의 식물 과인 나팔꽃을
둘러싼 두 가문의 행로에 빗대어 소타의 전공을 내세움으로써 이 두 가지 비교를 통해 소타가 향후 자신의 전공대로 밀고 나갈 것인지, 아니면 차후 더 안정이 보장된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갈등을 내세운 작가는 언젠가 미래의 불확실한, 하지만 현재에선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원자력의 사용에 대해서 일본에서의 사고 후의 다시 미래를 내다보는
책임의 행로를 덧대어 말하는 것은 아닌지…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소타가
말했다.
“그냥 내버려둬서 사라진다면 그대로 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해. 그게 나라도 괜찮지
않겠어?” = p 420
다카미가 소타에게 , 소타 자신이 자신에게, 그리고 그런 확신을 친구에게 말함으로써 다짐하듯이 히가시노 게이고가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위의 말로 대변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에도 시대에 존재했다던
환상의 몽환화라 불렸던 노란 나팔꽃-
인간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처럼 보여준 그 꽃의 결말은 인간
세상에서 행해진 이롭지 못한 것임을 자각한 순간 그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렸듯, 소타가 결심한
향후의 행보는 그런 의미에서 타산지석이라 할 만하단 생각이 든다.
일본만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것만 빼놓고 볼 때 전체적인 스토리의 짜임은 속도감, 흡인력, 그리고
메시지적인 뉘앙스들은 한 번에 읽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목마름이 가시질 않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