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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14년 3월
평점 :
미국 조지아 주의 어느 작고 쓸쓸한 마을에, 아버지의 사료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는 미스 어밀리어 에번스가 있다. 어밀리어는 사팔뜨기이며 180센티 장신으로 건장하고, 웬만한 남자 이상으로 힘이 세다. 그녀는 모두에게 인색하며,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순간은 오로지 '그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 때' 뿐이다.
그런 그녀에겐 오로지 이런 위의 행동 외엔 그 어떤 생활의 변화없이 마을에서도 동떨어진 교류자체가 없는, 있다면 소송을 통해 이득을 쟁취하는 데에 재미를 붙인 여자라고나 할까?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엄마와 이복자매간으로 그 자신이 어밀리어와 사촌관계란 주장을 한 사내가 마을에 들어오니, 그의 이름은 라이언먼-
꼽추에다 폐병까지 앓고 있지만 그에겐 남다른 재주가 있었으니, 바로 아무런 꺼리낌 없이 누구에게나 어울릴 만한 친근감과 유머감각, 그리고 거기에다가 이간질의 명수라는 별명을 붙여줄 만큼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된다.
이후 어말리어에게 변화가 생기니, 바로 철저하게 외롭고 고립된 자신의 은둔처라 할 자신의 집을 라이먼의 요청대로 카페로 개조한 것이었다.
그녀의 솜씨로 치자면 술 맛을 내게하는 데에는 따를 자가 없었을만큼의 기막힌 손재주가 있는터라 바로 이 곳은 마을 안에서 오로지 , 유일한 삶의 마실장소요, 서로의 소식과 춤과 노래가 깃든 활기로 넘쳐흐는다.
여기엔 바로 어말리어가 라이먼을 사랑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고 , 이 카페는 사실 마을사람들이 느끼던 그 어떤 감정들을 치유해주는 곳이자 위로의 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는 아무런 값도 매겨져 있지 않다. 삶은 우리에게 공짜로 주어졌고, 값을 치르지 않고 얻어진 것이다. 그러면 삶의 가격은 얼마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때때로 삶이란 전혀 가치 없거나 있다고 해도 아주 미미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도 내가 처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 자신이 결국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이 밀려오지 않는가.......
카페에 앉아있는 동안만은 단 몇 시간이라도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이 세상에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는 쓰라린 생각을 조금은 떨쳐버릴 수 있었다. -p 105~106
이런 행복한 삶이 근 4년 동안 지속이 되는 가운데, 단지 열흘 만의 결혼생활로 끝장이 나버린 어말리어의 전 남편이자 성격파탄자인 마빈메이시가 감옥에서 가석방 상태로 마을에 오면서 행복은 깨진다.
바로 첫 눈에 라이먼은 마빈을 사랑하게되고 냉정하게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에게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라이먼을 바라보는 어말리아는 보통 때의 거칠고 거침없는 힘센 여장부가 아닌 어쩔 수없이 마빈을 받아들이게 되는, 삼각관계이자 이상한 동거의 생활로 들어가기까지 한다.
저자의 작품으로는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이란 영화를 통해서였다.
어렸을 적에 보던 희미한 기억 속에서도 참 이상한 분위기의 다섯 명 정도의 주인공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작가의 삶 자체가 결코 평범하지는 않았던 삶을 살았던 것을 볼 때 아마도 작품 속에 투영이 되는 주인공들의 선정도 영향을 끼쳤단 생각을 한다.
위의 어말리아나 라이먼, 마빈은 모두 정상인들이 볼 때 이상한 사람들로 속한다.
여자지만 힘만은 남자못지 않고 첫 결혼 첫 날부터 왜 마빈에게 그렇게 행동하고 헤어지고 쫓아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이 한 순간 그녀를 사랑해 자신의 사악한 성격을 고쳐가며 결혼했던 마빈까지 다시 감옥게 가게 만들고, 이어 등이 굽은 꼽추이자 병까지 앓고있는 라이먼을 사랑하게 되는 사랑의 감정이 보통의 상식으론 이해를 하기 어렵다.
라이먼은 그런 어말리아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이용해 카페를 만들게한 재주가 비상하고, 같은 동성인 마빈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드러내보이는 형태, 이런 라이먼에 대한 끊을 수없는 사랑의 해바라기로 변해버린 어말리아, 이 둘의 관계에 끼어들어 또 다른 혼돈의 사랑을 이용하는 마빈까지, 누가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게되는지에 대한 인간의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슬프게 그려내고 있다.
마빈과 어말리어의 대결 장면은 흡사 블랙유머처럼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런 감정을 느끼면서 읽게 되기에 더욱 그러할 지 모르겠다.
자신의 한 때나마 진실된 사랑을 주었다고 생각한 어말리아의 그런 심정은 라이먼과 마빈이 모든 것을 망쳐 놓은 채 떠나버림을써 다시 3년간을 라이먼을 기다리다 결국 자신의 집을 판자로 둘러치고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 은둔의 생활로 돌아가게하기까지한 그녀의 안타까운 사랑의 이야기는 번역자인 故 장영희 교수가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지를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p5 했던 작가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 가슴에 와 닿는다.
결코 누가 누구의 이상적인 사랑의 완성형태의 견본이라고 결정 내릴 수 없고 이런 의미로 본다면 어밀리아의 사랑이야말로 혼자만의 사랑이었고, 그럼으로써 고통과 분노, 치열함, 환희를 모두 동반한 사랑의 형태임을 알 수가 있다.
쓸쓸하고 비가(悲歌)적인 사랑이요, 한 인간이 겪는 내적인 면에 드리워진 사랑으로 인해 겪는 여러가지 감동들이 메마른 조지아주를 배경으로 그리고 있는 이 슬픈 카페의 노래야 말로 사랑의 주체자와 받는자에 대한, 진정한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