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 더 깊고 강한, 아름다운 당신을 위한 마음의 당부
김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은 소통의 매개로 스마트 폰이 주 대세를 이루고 편지는 이멜이나 통화를 통해서, 아니면 같은 부서 안에서조차도 쪽지로 주고받거나 메신저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반사다.

 

문명의 혜택을 한껏 누리고 사는 우리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한 템포 쉬어가줘야하는 것에 대한 필요를  느낄 때가 있다.

 

학창시절엔 지금보다 훨씬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공부하기 전이나 공부하다가 시간에 맞춰서 라디오를 틀던 때는 지금의 TV가 주는 화려한 영상미를 보는 현혹된 눈 호사스러움이 있는 반면, 라디오는 오로지 목소리에 의지해 전국의 많은 청취자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같고, 곁에서 오로지 나만 바라보며 얘기를 나누는 DJ가 있다는 착각을 느낄 만큼의 푹 빠지던 때가 생각난다.

 

라디오의 특성상 보내온 사연들이 이제는 점차 이멜이나 실시간 문자와 스마트 폰으로 즉석에서 이뤄지는 대세를 따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도 학창시절 곁에 라디오를 듣고 사연을 보내던 친척 오빠, 언니들이 생각난다.

 

간략한 엽서라는 매개체는 빨라야 하루 건너서 건네받기 쉽고 그나마 채택이 된다면 방송에 나왔단 기쁨과 함께 소정의 상품을 기다리는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그 와중에 짧은 첫 멘트에 이어서 나긋한 DJ의 음성이 전해주는 간략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글들은 아마도 구성작가의 글들이 많지 않나 싶다.

 

방송에서도 구성작가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요즘에, 특히 세상의 모든 음악’ ‘당신의 밤과 음악’ ‘별에 빛나는 밤에’의 작가가   30년간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왔다는 저자의 노고가 차곡차곡 쌓였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의 이 글 모음집은 메모지가 정말 많이 필요한 책이다.

 

 

아니, 서둘러서 전화기에 메모를 해 두고 읽기는 하지만 여전히 책을 통째로 집어넣어야 직성이 풀릴 듯한 글 문구들이 현란한 수사가 필요없는 , 말 그대로의 삶을 사랑하고 살아오면서 터득한 작은 깨달음의 진솔함이 마른가지에 물을 흠뻑 마셔 재충전 할 수있는 기운을 얻게 해 줄 수있는 글들로 가득하다.

 

 

젊은 청춘들이 방황하는 고민이나 인생의 황혼을 지나가는 부모님을 보면서, 동창들의 모임에서 느끼는 인생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들, 다름과 틀림의 차이과 인정을 하고 바라보는 연인과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묻어 나오는 관계의 정리와 중요성들이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때론 독한 독설로서 독자들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 이 책처럼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의 방향과 관계들, 그리고 삶에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있는 작은 소망들을 적어보게 하는 글들로 가득 차 있다.

 

전통 음식의 장인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방송에 나온 것을 보면 몇 년 묵은 묵은지와 된장, 고추장을 담가 놓은 독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국 특유의 발효음식의 첫 발걸음인 장 맛과 김치의 시큼털털한 묵은지가 내뿜는 곰삭은 맛은 갓 버무려낸 겉절이와는 또 다른 푸르른 싱싱함은 없어도 먹으면 먹을수록 그 깊은 맛에 흠뻑 빠져 젓가락이 가게 만드는 신기한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다.

 

손 맛의 힘도 무시할 순 없겠으나, 이런 저력의 힘은 아마도 세월이란 힘이 인간의 손 맛에 어우러져 같이 혼연의 힘을 발휘하게 했을 때 그 최고치가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 나와의 싸움이고 방송에 내보내는 글이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생각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장 달려가 내 고민과 다소나마 위안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곳곳에 들 만큼 저자의 글은 한없는 따스함을 지니고 있다.

 

 

**** 오해는 잘게 다져 이해와 버무리고, 실수는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통깨처럼 다룰 것.
고통은 편식하고, 행복은 가끔 과식할 것을 허락함.
슬픔이면서 기쁨인 연애는 초콜릿처럼 아껴 먹을 것.

고통은 10개월 무이자 할부를 활용하고, 감동은 일시불로 구입할 것. 호기심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서라도 마음껏 소비하고, 열정은 신용대출을 권함.
은혜는 대출이자처럼 꼬박꼬박 상환하고, 추억은 이자로 따라오니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리움은 끝끝내 해지하지 말 것.
사랑은 30년 만기 국채를, 신뢰는 선물투자를, 의심은 단기 매도를 권하며, 평화는 종신보험으로 가입할 것.

변덕스러움은 애널리스트가 분석하듯 꼼꼼하게 다루고, 아픔은 실손보험으로 처리하고, 우정은 연금처럼 납입하며, 행복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에 넣어둘 것을 권함.
-<마음 사용 설명서>****

 

 같은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되, 다르게 생각할 수있는 그 재능도 부럽고, 책을 통해서 제각각의 나이대에 따른 공감들을 두루두루 같이 호흡을 할 수있는 책이어서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아직은 책 제목처럼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에 해당할 수있을 만큼의 인생의 체험을 많이 하지 않았기에 타인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해 온다면 몹시도 고민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그러기에 저자의 말처럼 인생은 서툰것이고, 서툰 것 속에 자신을 인정하고 둘러봄으로써 작은 행복이나마 전해 줄 수있는 작은 소망을 바라게되지 않을까도 싶다.

 

 

 

 때론 가까이 있음으로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그리고 직장동료와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주위 사람들에게 오늘은 힘껏 스~마~일~

 

 

 

연일 좋지 않은 소식에 마음이 많이 아픈 날들이다.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인 만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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