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미나의 기적 - 잃어버린 아이
마틴 식스미스 지음, 원은주.이지영 옮김 / 미르북컴퍼니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인생은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말이 있다.

 인간의 역사에서, 특히 여성들이 겪는 고통들이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위의 환경에 따라 어쩔 수없는 시대의 흐름과 제약때문에 그런 일들을 겪고 살았던 사람들의 인터뷰나 다큐멘타리를 보게되면 더욱 그렇다.

 

저자인 마틴은 2004 년 신년 파티에서 자신의 친구이야기라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실을 찾아줄 것을 제안 받으면서 이 진짜같지도 않던 실제의 이야기 속으로 자신이 끌려들어가게 된다.

 

영국 공무원인 의뢰인은 그녀의 어머니인 필로미나 리가 크리스마스 날, 50년 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을 알아봐 달라는 것-

 

1952년 7월5일 아일랜드, 티피레리 카운티, 로스크리, 숀 로스 수녀원에서 18살의 필로미나는 죽음을 무릅쓰고 남자아이를 출산한다.

 

아이의  아버지는 우체국에 다닌다고 했던 청년- 마을 축제 때 만나서 임신을 하게됬고 이모의 강요에 못이겨 그와의 만남을 갖지 못한 채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수녀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당시의 아일랜드는 정통적인 보수성향이 강한 로마카톨릭이고  이런 시대의 흐름은 결혼하지 못한 미혼모가 세상에서 그리 너그럽게 살아갈 수없는, 가족들조차한테서도 버림받은 신세로 전락하는 시대였다.

 

 수녀원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세탁일을 하면서 단 1시간만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들의 아이들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삼던 그 어린 소녀들은 제각기의 사연을 감추고 실제의 이름도 쓰지 못한 채 3년간의 생활을 마치면 세상 밖으로 내던져진 시대였다.

 

필로미나, 그 안에선 마르셀라로 불리던 그녀는 어느 날 바버라 수녀원장으로부터 아이의 입양에 대한 강제적인 위협과 종교적을 타락했단 두려움에 떨며 입양서류에 승인을 하게 된다.

 

“말해 봐요, 5분의 쾌락이 이럴 만큼 가치가 있나요?”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 내 아들 앤터니 리를 어디로 보내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헤어진다.

 

 당시의 아일랜드는 이런 사정에 처한 여자산모를 카톨릭교에서 운영하는 수녀원 관할로 일임을 맡기게 되고 미국은 그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부 기부금이란 이름으로 입양을 쉽게 할 수가 있는 시대로 나온다.

 

닥 헤스와 마지 헤스 부부도 아들만 둔 상태에서 딸을 원하게 되고 딸 입양을 하는 과정에서 앤터니까지 입양을 하게 된다.

 

미국시민으로서 자격을 갖추는 세월 동안 앤터니는 마이크로 이름을 불리게되고 자신의 친모로부터 버림을 받았단 생각에 이번에도 양부모로부터 버림을 또 당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거부를 할 줄 모르는 오로지, 양부가 원하는 대로 충실한 학창생활을 하게된다.

 

하지만 항상 그의 생각엔 어느 부분인가 끊임없는 , 누군가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없음을 느끼게 되고, 그 동안 억눌러왔던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면서 양부와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자신의 전공대로 공화당의 주요정책인사자리까지 오르게 되는 과정이 입지전적인 인물로 생각이 될 만큼 마이크의 삶자체를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는 그가 게이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1970~1980년대를 관통하고 있는 미국정가, 특히 자신이 지지하는 민주당을 제처두고 동성애자에 대한 극히 보수적인 견해를 펼치고 정책을 추진하는 공화당 내에서 조차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고 같은 부류의 친구들로부터는 비난을 받게 되는 양갈래의 힘겨운 삶을 이어나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결국 자신이 자신에 대한 행복할 권리라든가,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받게 될 비난을 염두에 두고 먼저 방어선을 쳐버리는 그의 행동은 가학피학성애에 중독되게 만들고 두 번씩이나 아일랜드로 날아가 친모의 행방을 찾으려고 노력한 그의 행동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

 

 저자는 자신에게 의뢰한 사람들과 취재를 시작으로 필로미나가 어떻게 아이와 헤어지게 됬는지에 대한 당시의 정치와 종교의 수장, 수녀원장간의 관계를 파헤치는 한 편, 끊임없이 어디 한 군데에도 자신을 정착시킬 수없었던 마이크의 삶 자체를 조명함에 있어서,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룰에 의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던 , 단지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있었고 그 결과 임신이라는 것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강제적인 서약을 받아내게 한 제도의 비난을 고발하고 있다.

 

"그런데 나 자신이 그리울 것 같지는 않아. 사실 나는 내가 정말로 누구인지조차 모르쟎아. 이 문서로 내 삶을 돌아보니까......"

 

....결국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 같아."

 

"나는 언제나 고아였어. 이 세상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지. 하지만 인연을 찾으려고 하자 수녀들이 나를 돌려세웠어. 정체성을 찾으려고 할 때에도 실수만 연발했지. 공화당에서 비로소 어딘가에 속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결국...(생략) -p507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라도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마이크는 드디어 로스크리에서 엄마와 만나게되는 장면은 정말 뭐라 말 할 수없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아일랜드로 돌아와 줘서 참 고맙구나. 아들아. 이젠 이렇게 만날 수도 있네.....하지만 네가 온 걸 알려준 사람이 없었어. 그리고 아무도 내가 너를 찾아다녔다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 주지 않았구나. 조금이라도 더 일찍 만났더라면...." p 521

 

필로미나는 그렇게도 애타게 찾던, 종교가 요구한 타락에 빠진 죄인이란 생각에 한시도 잊을 수없었던  그 한(恨)을 가슴속에 간직 한 채, 50년이 지난 후에야 이승과 저승의 사이로 만남을 가지는 장면이 정말 울컥하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쉽사리 용서할 수없었던 그녀의 인생의 첫 단추를 제자리에 맞춰놓지 못하게 했던 제약적인 상황때문에 사랑하는 내 아가를 키울 수없었던 필로미나의 생애는 현재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이런 아픔을 지닌 미혼모들을 생각나게 한다.

 

필로미나의 용기는 그런 자신의 과거를 매체를 통해 말함으로서 일대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정부의 사과까지 받게되면서 이런 일들로 자신의 아이들이 더는 불행한 일들이 생겨나질 않길 바라는 세상의 모든 미혼모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해외입양아를 다룬 방송을 보면 꼭 한 번쯤을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찾고 싶어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찾기의 첫 발걸음이자 인간 본연의 핏줄이 당긴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이크는 이런 자신의 주체성에 커다란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간 게이였기에 더욱 외로웠을 것이고 마이크의 이런 성정체성을 필로미나는 그 어떤 말도 없이 고스란히 그대로 받아들인다.

 

진정한 사랑의 힘이란 비록 50년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워졌지만, 어쩌면 하늘에서도 마이크는 필로미나 리와 앤터리 리의 만남을 진정으로 기뻐하고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필로미나의 모습)

 

 

★ 1922년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실화
1만 명의 여성들 강제 노역에 동원, 당시 평균 나이 23세
 미혼모들의 아이는 정부에 의해 강제로 입양
★ 2009년 영국 전직 BBC 기자가 실화 바탕으로 도서 출간해 베스트셀러 등극
★ 2013년 2월 아일랜드 엔다 케니 총리 공식 발표
“과거 아일랜드 강제 노역 시설에서 고통받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한다.”
★ 2013년 영국 BBC 방송사 영화 제작 결정
★ 2014년 미국 아카데미 주요 4개 부문 후보
★ 베니스 영화제 각본상 수상
★ 골든글로브 3개 부문 후보
★ 런던 비평가협회 5개 부문 후보
★ 전 세계 33개국 개봉, 제작비 대비 7.4배 흥행 수익
★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음을 움직인 진실성이 빛나는 작품
★ 국내 배우 소지섭 투자, 김영애 홍보 대사


 

 위의 문구에 수긍이 가게 한다.

기사에서 노미네이트되었단 소식을 듣긴 했지만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다. 영화에서의 필로미나는 과연 어떻게 그려지고 이 모든 아픔을 승화시키고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모든 슬픔을 간직한 채 아들을 찾는 필로미나의 남은 생애는 더욱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 책을 읽는다면 손수건은 꼭 준비하란 역자의 말은 빈말이 아니다.

       머리가 울리고 눈은 부으며, 콧물을 쉴 새없이 흘러나오는 삼종세트가 준비되어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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