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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박지영 지음 / 문학수첩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해리-
본명은 시인 이상과 같은 김해경이지만 한 때 잘 나가던, 방송국 입사 동기 중에서 가장 먼저 자신의 출연작을 연출하면서 성공을 하지만 어느 만화가의 내용과 유사하단 표절에 휘말려 퇴사를 하고 지금은 재연배우 노릇을 하며 살아간다.
변비 때문에 고생을 하던 그는 촬영현장에서 조연출을 만나게 되고 보조작가로 일하던 때, 알고지냈던 후배의 부탁으로 생존보트라는 연예프로그램에 출연, 단 몇 분만에 30여명의 여성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채 탈락의 맛을 본다.
일정한 소득없는지라, 할 수없이 엄마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 그는 연예프로그램 출연자 중 한 사람인 정윤선이란 홈쇼핑 모델을 하고 있는 여자가 입에 레몬을 물고 몸에 빨간 펜으로 여러군데 선을 그어놓은 형태의 모습으로 발견이 되면서 CCTV에 밝혀진 영상을 토대로 죽인 범인으로 해리가 지목이 된다.
그 때부터 해리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같이 있었던 조연출에 대한 행방을 찾는것과 함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토끼굴 처럼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행로를 보여준다.
2013년도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대상을 받은 작품으로서 판타지에 대한 관심이 일반 다른 책에 비해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던 차에 이 책을 통해서 본격적인 한국의 문학에도 이런 판타지가 통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문구 중엔 "그럴 수도 있었을텐데..."다.
시의 싯구처럼 두 갈래의 길에서 어느 한 길을 택하고 결정함에 있어서 주인공 해리는 지금의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 또 다른 길을 택했다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한다.
범죄드라마의 재연배우로서 자신이 그 역할에 몰두하면서 악마적인 근성도 발견하게되는 것이 현재의 시각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여전히 그 역할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앨리스가 여왕의 지시로 굴로 들어가는 과정처럼 현실에서 벗어난, 야구를 좋아하던 어린시절의 일과 럭키라 불렸던 친구의 죽음과 연관되 자신이 첫 출연작으로 내놓은 작품의 표절성에 휘말린 사연까지의 전개가 액자를 하나 맞추고 나면 다시 그 액자의 속을 들어가봐야 진실됨을 알 수있는 묘한 조합의 이야기를 시종 몽롱한 분위기와 스릴이 겹치게끔 전개해 나가는 과정이 읽으면서도 이것이 환상인지, 현재인지를 좀체 알수가 없게 만드는 책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이곳에서 이곳이 아닌 세계를 꿈꾸는 존재였다.
그럴 수도 있었는데, 라고 중얼거릴 때, 그것은 슬픔이라 해도 달콤한 슬픔이었다.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자신에게 그럴 수도 있었던 세계가 있는 것이었다.
사람은 결코 지금 이루어진 것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그럴 수도 있었던 세계를 안고 있을 때만이,
그럴 수도 있었던 자신이 보호막처럼 자신을 감싸고 있을 때만이,
하나의 존재로서 지금 이곳,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있는 거였다. -153
정윤선을 죽인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그녀와 연관된 사람들의 시각으로 다루어지는 글을 읽고 있노라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연결고리를 제시하면서 맞아! 그 부분이 바로이 부분과 연결이 되는구나하는 것을,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전반부보다는 후반부에 탄력을 받게하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는 책이다.
외국의 공상적인 판타지와는 확연히 다른 소재의 현실을 주제로 선택하지 못했던 가정의 세계를 넘나들며, 현대의 쇼 비지니스 세계의 현대인들의 환상과 쓸쓸함을 잘 포착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